일곱 살, 인대는 늘어났지만 줄넘기는 넘고 싶다.

by 자잘한기쁨

에너지가 넘치는 녀석들과 함께 있다 보면 놀라서 기절할 것 같은 순간들이 있다.

불안 불안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내 몸은 앞으로 점점 기울어 구부정한 자세는 아예 꼬부라져 있다.


철봉에 매달리려다 떨어져 부랴부랴 정형외과에 갔을 때 그랬고,

놀이터에서 넘어져 고관절이 다치는 바람에 정형외과에 갔을 때 그랬다.

그리고 지난주 키즈카페에서 놀다가 넘어져 발에 인대가 늘어났을 때도 그랬다.

어디 그뿐일까, 둘이 번갈아 가며 각자 다른 연못에 빠질 때도, 발등에 금이 갔을 때도, 시거잭을 이마에 도장처럼 꾹 찍어 화상을 입은 적도 있었지.

엄마는 순간순간 너희를 잘 본다고 봤는데도 찰나의 순간을 놓쳤고, 행동의 빨라진 너희는 엄마가 잡아줄 새도 없이 넘어질 때가 있었다.


남자아이들 다들 그렇게 큰 다기에 그런가 보다 하면서도 유독 너희가 별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라고 긍정의 회로를 돌려가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너희 둘을 번갈아가며 업고 달리고, 무슨 정신으로 운전해서 응급실을 갔는지 기억도 안나는 그때의 일들이 쌓였고, 너희는 그런 엄마의 녹을 먹으며 자라고 있다.


지난주, 인대가 늘어나 반깁스를 해야 했던 유는 깁스하는 것이 무서워 병원에서 30분을 엉엉 울었다.

병원에서도 도저히 안 되겠던지 집에 갔다가 나중에 다시 오라기에, 엄마도 어쩔 수 없이 꼼짝도 않겠다는 너의 말을 믿어주는 척 집으로 돌아왔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너를 업고 허리가 부서질 것 같은 순간을 버티면 너도 깨닫는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역시나 너는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불편함을 깨닫고 깁스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유는 의사 선생님이 오라고 했던 날을 기억하고 병원에 가자고 했다.

엄마는 이틀만 더 있다가 가자고 했고, 너는 꼭 오늘 이어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를 했다.

엄마 너의 말을 들어 보고 싶었다.

"목요일에 가도 되는데. 오늘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


"이번 주 금요일에 유치원에서 줄넘기 대회를 하기로 했단 말이야. 그런데 목요일에 병원을 가면 나는 줄넘기 연습을 하나도 못하고 대회에 나가야 하는 거잖아!"


생각해보니 너는 다리를 다쳤을 때도 제일 처음 걱정한 게 줄넘기를 못할까 봐 무조건 괜찮다고 했었고,

깁스를 하면 줄넘기를 못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깁스를 하지 않겠다고 했던 너인데..

깁스를 풀어도 줄넘기를 할 수 없다는 말에 너는 의사 선생님 앞에서 통곡을 했다.


"학교 가기 전에 하는 마지막 줄넘기 대회인데, 나는 친구들 하는 거 구경만 해야 되잖아! 내가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데. 나 줄넘기 대회 나갈 거야. 나갈 거라고!"


의사 선생님은 줄넘기는 그때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먼저 낫는 게 중요하다고 했지만, 너는 그날만을 기다려온 것처럼 울부짖었다.

의사 선생님도 간호사 선생님도 엄마도 서로 웃음소리가 새 나가지 않게 눈으로 웃고 있지만, 너는 눈물을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리 유가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또 연습했는지 엄마는 잘 알아.

한 개도 못 넘었고, 힘들게 주저앉다시피 하며 세 개를 넘었고, 그러다 지금은 사뿐사뿐 열개도 넘게 뛰게 되었다는 걸 엄마는 잘 알잖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이만큼 잘하게 된 거 엄마는 누구보다 잘 알아. 그래서 네가 대회에 못 나가는 게 얼마나 속상한지 잘 알 거 같아."


그러자 유는 서럽고 억울한 듯 더 크게 울었다.

엄마는 그런 너에게 대회에 나가지 못해도 이만큼 성장해온 네가 멋지고 대단하다고 토닥였지만 너는 꺽꺽 넘어가는 숨을 참으며 물었다.


"만약에, 내가 줄넘기 대회에 나가면 깁스 더 오래 해야 되는 거야?"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엄마는 네가 아프지 않은 게 더 중요하니까 안 했으면 좋겠어. 우리 가족끼리 줄넘기 대회를 해보는 건 어때?"라고 했지만 너는 실망한 듯 고개를 저었다.


줄넘기 대회가 며칠 남았으니까 그전에 나을지도 모른다고 기도하겠다는 너를 보며,

줄넘기를 한 개를 넘기 위해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수 없이 찧어가며 연습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쪼그려 뛰기를 하듯 연달아 줄넘기를 세 개를 넘었던 날. 너는 놀란 토끼 눈을 하며 펄쩍펄쩍 뛰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온이는 동네가 떠나가라 박수를 쳐가며 '대단하다 잘한다며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잘했다'며 칭찬을 쏟아냈다.

너는 도전과 격려 속에서 지금은 열다섯 개쯤은 거뜬히 넘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얼마나 보여주고 싶었을까?

보여주지 못해도 너의 실력은 어디에도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있다는 말이 얼마나 야속했을까?

그런 너의 마음은 짐짓 이해가 가면서도 엄마는 하지 말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건강이 먼저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고, 멈추어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엔 너는 고작 일곱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