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사교육에 발을 들일까.

by 자잘한기쁨

겁이 나서 무엇도 할 수 없던 작년. 그래서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집에서 보내는 동안 정신건강을 해치지 말았으면 했고, 온이와 유의 부족했던 몸무게를 늘려보자는 생각이었다.

층간소음을 조심하느라 행동은 제한적이었고, 온이와 유는 놀다가 싸우다를 반복했다.

중제 시키다, 야단치다 결국에는 화를 냈고, 둘이 싸우다 셋이 싸우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정신건강은 삭막하고 피폐해졌다고 할까. 그 와중에 다행인 건 삼시 세 끼를 작정한 대로 야무지게 챙겨 먹였더니 온이와 유는 볼과 엉덩이에 오동통하게 살이 올랐다.

볼에 살이 오르니 눈은 열 시 십분 방향으로 뻗는 듯했다. 언제나 미달이었던 몸무게를 유는 초과했고, 온이는 평균이 되었다. 기쁘다면 기쁜 일이고 목표 달성이라면 달성이었다.

긴긴 가정보육으로 그나마도 간간히 가던 유치원에서 여러 번의 이슈를 거듭하는 동안 마음의 응어리가 생겼다 풀려버렸다를 반복했고, 드디어 버텨내는 시간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다렸던 일곱 살의 시간이 다가오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막연히 모든 게 다 지나가고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새해가 되었어도 제자리였고, 달라진 건 오직 일곱 살이라는 숫자와 예비초등생이라는 압박감을 주는 분위기였다.

유치원에서 최고 형님이 되었으니 유치원 졸업 같은 건 하지 않고 계속 다니겠다고 다짐하는 온이와 유에게 일단 1년 먼저 열심히 다녀보자고 했다. 어차피 안될 걸 가지고 안 되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서로의 기운을 덜 빼는 방법이니까.

상황은 변하지 않고 시간만 흐른 지금 그나마 감사하고 다행인 건 온이와 유 담임선생님이 너무나 좋으신 분들이라는 것. 그래서 아이들의 보여줄 변화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조금 괜찮아지면 타지에서 한달살이도 해보고 싶었고, 땅을 밟고 흙을 만지면서 더 많이 놀아보려고 했다. 아이들이 컸으니까 좀 더 안전하게 놀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컸고, 올해 나름의 큰 계획이라면 계획이었는데, 유치원 엄마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미 괜찮은 학원 투어를 하고, 정보 공유와 스케줄 공유를 하고 있었다.

고작 일곱 살이 학습의 반열에 들어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휩쓸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흔들리지 않을 자신도 있었는데, 과학, 수학, 영어 학원 정보공유에 귀를 열고만 있는데도 들썩거리고 초조해지다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출발선 위에 서보지도 않았는데 뛰어야 하는 경기에 들어갔다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공부에서 만큼 음 휩쓸리지 말자는 생각은 당연한 오만이나 다름없었던 거였다.

불안한 마음을 덜고자 분위기에 휩쓸리다간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 아이들을 양몰이하듯 몰고, 나 역시 끌려가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회를 주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여전했고, 중심을 잡는다는 게 왜 어렵다고 하는지 알 것 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결국 나는 온이와 유에게 학습을 위한 학원은 일단 접어두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축구와 체스를 시작했다.

다섯 살에 시작했던 축구는 천방지축 헛발질을 하면서 깔깔대던 공놀이였다면, 일곱살이 되어 다시 시작한 축구는 규칙 속에서 배워가는 공차기였다. 공을 차는 힘도 세졌고, 달리는 모양새도 안정적이었다. 여전히 몸보다 마음이 앞서는 것 같지만 에너지 발산과 체력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게임에서 지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던 유는 처음 체스 게임에서 졌을 때 입이 댓 발은 나와서 삐쳐 있었다. 집에 와서도 이기기 위한 게임을 하다 보니 언성도 높아지고 울기를 몇 번. 어느 날은 이겨서 화색이 돌다가, 어느 날은 져서 울상이 되었으면서도 또 어느 날은 졌지만 너 진짜 잘했다며 축하하는 멋진 모습도 배워가고 있다.

이런 마음을 배워가는 것, 엄마가 가르치는데 분명 한계가 있는 것들을 배워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여전히 발목이 잡혀 있고, 계속해서 잡힐 것 같은 공부를 둘러싼 모든 것. 아직은 엄마와 함께 하기로 했다. 너희의 컨디션 너희의 속도에 맞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