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제일 좋았던 시간은 작은 스탠드 불빛과 여전히 자장가를 들으며 잠드는 온이와 유와 함께 우리 가족이 모두 한 침대에 눕는 시간이었다.
오른쪽에는 온이 왼쪽에는 유 양쪽에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두 녀석을 끼고 고개 돌려 온이 한번 봤다가 고개 돌려 유 한번 봤다가 머리도 쓰다듬어 본다.
쌕쌕거리며 잠든 얼굴을 보면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가 이렇듯 사라지는데, 내 이럴 줄 알았다면 화내지 말 걸 그랬다. 이럴 줄 알았다면 더 예쁘게 말할 걸 그랬다. 는 후회가 물밀듯 밀려와 미안한 마음까지 담아 볼에 입도 맞추고 꼭 안아도 본다. 매일 밤 이렇게 마음이 건드려졌다.
그런데 퀸사이즈 침대 두 개를 붙이고도 아빠는 늘 침대 귀퉁이에 아슬아슬했고, 나는 일곱 살이 된 형아 둘 사이에 자다가 악소리 나게 걷어 차였고, 몸을 좀 돌리려고 해도 두 녀석이 활개하고 자면 팔다리를 하나씩 걷어줘야 몸을 돌릴 수 있었다.
자면서 회전은 왜 하는 건지. 왼쪽에 누워 있던 유는 왜 오른쪽 끝에 가있는 걸까. 어떻게 해서 아빠의 얼굴을 걷어찼을까. 너는 왜 침대에서 떨어졌으며 자면서 웬 방귀는 그렇게 뀌어대는지 냄새는 또 왜 이렇게 지독한 건지 이제는 우리가 떨어져야 할 때가 왔나 보다 했지만 몇 달만 더 이렇게 지내고 싶었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엄마랑 자고 싶다고 품으로 파고들 것이며, 안아달라 같이 자자 할까 싶은 마음에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이렇게 지내고 싶었다.
그런데 버텨보려는 엄마와 달리 온이와 유는 이미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네 방이 생기면 엄마 없이 혼자 잘 수 있겠어?"
"응. 이제 난 형아니까 할 수 있어"
"엄마가 옆에 없어도 잘 수 있어?"
"응 조금 무섭지만 설레. 나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 해보겠다'는 너희에 말에 엄마는 조금 많이 서운했다. 그래서 벙커침대를 보러 갔을 때도 2층 침대를 보러 갔을 때도 몇 곳을 살펴보면서도 엄마는 결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너희는 말했다.
"엄마 참 이상한 거 같아요. 침대를 그렇게 많이 봤는데 왜 안 사는 거예요?
엄마는 쉽게 입을 떼지 못하는데 온이는 이어 말했다.
"나는 마음에 드는 게 많았는데 사기만 하면 될 거 같아요."
침대를 고르는데 분리형 2층 침대를 할 것이냐, 벙커가 있는 침대를 할 것이냐. 그러다 클라이밍이 있는 침대까지 알아보다 결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심플하기 짝이 없는 2층 침대를 사고 나서도 너희는 좋다며 팔짝팔짝 뛰었다.
대부분 무섭다며 다시 품으로 돌아온다기에, 당분간은 놀이공간이 되겠구나. 했는데 너희는 그 날밤 곤이도 잠들었다.
엄마는 이불을 걷어찼을까 들락날락거리고, 스탠드가 꺼졌을까 살펴보고, 같이 자고 싶다고 건너올까 싶어 방문을 열어두었다.
온이와 유가 누워 있던 침대가 이토록 광활했었나. 혼자 누워 있는 이 침대가 너무 넓어 쓸쓸하고 서운하기까지 했다. 마치 모유수유를 끊을 때처럼 그렇게 허전하고 서운했다.
이튿날 아침잠에서 깬 아이들에게 물었다.
"잘 잤어?"
"응. 오랜만에 푹 잔 거 같아요"
밤새 돌아다니며 자던 유는 한 자리에서 자서 그런지 푹 잤다고 했다.
"오늘도 침대에서 잘 거야?"
"네. 오늘도 내일도 이제 매일 여기서 잘 거야"
엄마 찾아올 줄 알았던 온이마저 이렇게 말하니 마음이 헛헛했다.
다들 엄마 찾아온다고 했는데..
혹시 모르니까 안방 침대를 정리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또 일주일이 지나도 녀석들은 이제 오지 않았다.
그런 내게 신랑이 말했다.
"애들은 저렇게 잘 크고 있는데, 엄마가 문제 구만"
"그러게 내가 문제였네."
그리고 그 주말 안방에 있던 퀸침대 하나를 정리했다. 방이 이렇게 넓었었나 싶을 만큼 방이 이렇게 깨끗했나 싶을 만큼 정돈되어졌다.
아기 때가 까마득하게 느껴지고 그때의 감정들은 여전히 선명한 것처럼,
훗날 오늘을 기억할 때에도 까마득하고 아득하게 느껴지겠지만 감정은 선명하겠지.
앞으로 무수히 많을 너희의 독립을 받아들이려면 엄마부터 마음이 커지고 앞서야겠다.
잘 자라 주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