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첫니가 빠지고 이빨요정이 다녀갔다.

by 자잘한기쁨

한 참도 더 전에 온이는 잇몸이 아프다고 했다.

'양치질을 하다가 잇몸이 건드려졌나?' 하는 생각에 양치질 끝나면 한 번 보자 했다. 그동안 정리하던 것을 마저 하고 봐주겠다 했는데 온이의 입 안을 살펴봐야겠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렇게 며칠이나 흘렀을까.


"엄마 나 아직도 잇몸이 아파"


"아 맞다. 며칠 전에 엄마가 본다고 했는데 깜빡했어. 미안해. 길에서 마스크 열면 안 되니까 집에 가자마자 보자! 꼭!"


"잇몸이 아래야? 위야?"


"아래"


"치카 하다가 칫솔에 부딪쳤나? 엄마가 왜 그런지 봐줄게 걱정하지 마"


이렇게 말하고 또 잊었다가 온이가 잠이 들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

무심한 건지 정신을 놓고 사는 건지. 온이가 몇 번을 아프다고 말했는데 '잠깐만' '있다가'라는 말로 서운하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이 만하면 정신을 반쯤 놓고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미안함과 자책감으로 매일 밤 도돌이표 되는 것 같았다.



엄마의 허벅지를 베고 누운 온이는, '이' 하고 오밀조밀 가지런하고 귀여운 이를 보여주고는 곧 하마 입을 하고 입 속을 보여주었다.

'앗'

영구치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어? 이가 빠지고, 이가 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알고 있는 순서와 달라서 당황했다.

불필요하게 걱정이 많아서 불안한 마음으로 호들갑 아닌 호들갑을 떨었다.


"여보 여보. 온이 좀 봐봐. 벌써 이가 나왔어!"


"그러네? 우와 우리 온이 형님이네!"


"이렇게 돼도 괜찮은 거야? 좀 찾아봐"


"응 괜찮대 이렇게 나는 애들도 있대. 치과 가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오~~ 온이 진짜 형님 되나 봐!"


"엄마. 그러면 나도 이제 이빨 요정 만나는 거야?"


"이빨요정?"


"응. 헌 이를 베개 밑에 놓고 자면 이빨요정이 와서 이를 가져가고 황금 동전을 준대!"


"오~정말?"


"우리는 지붕이 없으니까 베개 밑에 두고 자며 이빨요정이 올 거야! 엄마 나 황금 동전으로 뭐하지?"


온이는 2주 후에 이를 뽑을 걱정보다, 2주 후에 이빨요정이 황금 동전을 줄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고,

엄마는 갑자기 이빨요정이 될 준비를 해야 했다.


그리고 2주 후 이를 뽑으러 치과에 갔다.

그동안 이빨요정을 만날 생각에 설레던 온이는 온데간데없고,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눈물을 그렁그렁 거리다 결국 흐느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무서워?"


"응"


온이와 유가 낯설어하고, 어려워할 때마다 나는 꼭 안고 엄마가 가진 모든 용기를 준다고 했다.

오늘도 그런 온이를 꼭 안고 "엄마가 가진 모든 용기를 너한테 다 줄게."라고 했다.


용감하게 이를 뺀 온이는 하얀 솜을 물고, 유는 솜을 빼고 이를 보여 달라고 했다.

온이는 마취가 풀리지 않은 입이 불편했고, 유는 그런 온이를 웃겨주려고 애를 썼다.(오늘도 고마운 유)


온이는 첫니를 뽑은 4월 9일이 두 번째 생일이라며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무서워서 울 땐 언제고, 해보니 별 거 아니라며 으스대던 온이에게,

이빨요정을 믿는 온이에게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다.


온이가 잠든 밤 나는 부랴부랴 달러를 찾아, 하얀 종이에 글을 썼다.


'나는 이빨요정이에요.

첫 니 빠진 걸 축하해요.

온이 어린이가 이가 빠진 걸 알고 급히 왔어요.

멋진 형님이 된 걸 축하합니다.

황금 동전은 쨍그랑 소리가 나서 온이 어린이 잠에서 깰까 봐 다른 걸 놓고 갑니다.

이 돈은 미국의 화폐 달러랍니다.

영어 공부해서 미국 여행 갈 때 이 돈을 꼭 쓰세요.

이빨도 가져갈까 했지만, 부모님께 보관해달라고 맡겨 놓으세요.

다음 이 빠질 때 또 만나요.

안녕'


이튿날, 온이는 베개 밑에 있는 편지봉투를 발견하고 곧장 내게 왔다.


"엄마 엄마 이빨요정이 진짜 다녀갔어"

그리고 봉투를 열어 편지를 읽더니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온아 왜 울어?"


말을 잇지 못하고 울던 온이가 속삭이듯 말했다.

"엄마 너무 감동적이야."


"온아 뭐라고 쓰여있어?"


"이빨요정이 황금 동전 소리에 깰까 봐 미국 돈 주고 갔대. 나는 만나도 괜찮은데 근데 달러를 주고 간 것도 좋아"


몇 번을 읽고 또 읽던 온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볼을 꼬집어 보였다.


"엄마 진짜 맞지? 너무 감동적이야."


이빨요정이 정말로 다녀갔다는 것.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모양이었다.

그런 너를 보면서 아빠와 엄마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을 찡긋 거리며 입술을 앙 다물었다.

이렇게 귀여운 순간을 보려고 어젯밤 그렇게 공을 들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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