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훈련, 누구를 위한 것일까?
앉아! 엎드려! 기다려! 빵! 안녕하세요! 등등 주변을 둘러보면 재주 많은 강아지들이 많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우리집 강아지, ‘알알이’(토이푸들, 만 4세, 여아)는 이런 강아지들에 비하면 모지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앉아! 한가지 밖에 없으니 말이다.
태평하게 볕을 쬐며 낮잠을 즐기고, 잘 먹고 배변 판에 항상 잘 싸고, 가족들 부재중에도 집안을 어지럽히지 않으면 나름 괜찮은 녀석이다. 나와 생활하는데 서로 전혀 불편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아지 훈련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개인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훈련은 배변훈련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실내 생활이 주가 되는 생활패턴 상 강아지 실내 배변훈련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원래 강아지들은 주거 공간에는 배변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상적이라면 강아지 배변은 산책을 나가 야외 배변을 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생활패턴 상 매일 정해진 시간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책을 나가 강아지 배변을 처리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예기치 못한 약속과 야근, 기본적으로 긴 근무시간 등을 생각하면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강아지를 데리고 나간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나의 일정 때문에 강아지가 대소변을 참고, 내가 가능할 때만 밖에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하고 이기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실내에서 정해진 배변판에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은 서로 건강하게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선행될 필요가 충분하다.
물론 배변판에 정확하게 싸지 못하고 집안 곳곳에 배변을 한다 해도 항상 내가 처리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 강아지를 잃어버렸다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사고는 언제든 예기치 않게 일어날 수 있고, 누구든 예외가 될 수 없다. 잃어버린 우리 강아지를 바로 찾는다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만약 바로 찾지 못한다면? 다시 만날 수 없다면? 슬프고 힘들겠지만 우리 강아지가 어디에서든 좋은 보호자를 만나 편안하게 지내길 바라야할 것이다. 그럴려면 최소한 우리 강아지가 배변 훈련만은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생각해보자, 누군가 또는 내가 길 잃은 강아지를 보호하기 위해 데려왔을 때 보호소에 바로 보내지 못할 경우 원 보호자를 찾기 위해 수소문 하는 동안 임시보호를 할 수도 있다. 이 기간 동안 강아지가 집안에서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얌전히 잘 적응하면서 지낸다면 전혀 힘들 일이 없다. 하지만 강아지가 온 집안에 배변 실수를 하고, 임시 보호자가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집 안이 난장판이 되어 있고, 밤낮없이 짖어 된다면 좋은 마음에 임시 보호를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상황임에 틀림없다. 최악의 경우 잃어버린 우리 강아지는 다시 길에 버려질 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는 너무 우리 강아지를 사랑하는데 밤 낮 없이 짖어대고, 혼자만 남겨지면 온 동네 떠나갈 듯 하울링을 해대서 동네주민들이 민원이 빗 발 친다면 어떨까?
매일매일 동네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최대한 강아지가 집에 혼자 있지 않도록 재택근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사회생활을 최소화하면서 함께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식이라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강아지를 어르고 달래도 전혀 변화가 없고, 점점 강아지의 문제행동들은 강화가 되어 강도가 높아지고, 보호자는 점점 지쳐가고 힘들어질 것이 자명하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 강아지를 다른 집에 보내거나 포기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일들이 생길 때 강아지가 배변 훈련이 되어 있었더라면? 아무데나 짖지 않았더라면? 과연 강아지를 포기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강아지 훈련은 강아지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인간이 편하자고 강아지를 힘들게 한다고 비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하는 현대 사회에서 함께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면 유기되는 강아지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들이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강아지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유기되는 강아지의 연령을 보면 1살 미만이 가장 많다. 그 이유는 1살 미만의 강아지들은 소위 개춘기 시기를 겪는데 이 기간엔 정말 통제 불가한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은 너무나 순한 양 같은 우리 알알이도 개춘기 시기엔 깽깽 악을 쓰며 따라다니며 짖고, 내 손을 물고 씹으며 달라드는 통에 달래도 보고, 얼러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너무 속상하고 답답해서 한 날을 알알이를 붙잡고 펑펑 울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째저째 시간이 흘러 다사다난했던 개춘기 시기를 함께 잘 견뎌내고 이제는 나름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서로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서로 평화와 안정을 찾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사실 너무나 많다.
정말, 사랑하는 강아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이 아이들의 생존을 위해서 강아지들에 대한 최소한의 훈련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강아지의 기본적인 훈련의 필요성과 훈련에 대해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은 모두 보호자의 선택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사실 강아지 훈련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보호자 교육일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강아지를 입양할 계획이 있거나, 이미 함께 생활하고 있는 보호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공유해 보려고 한다.
나 스스로 노력하는 보호자가 되기 위해 강아지와 관련한 책도 읽고, 동영상도 찾아보고, 관련 자격증(반려동물관리사 1급, 반려동물행정교정사 1급, 반려동물장례지도사)도 따고, 오프라인 교육(관악구 펫시터양성과정)도 받으며 나름 노력하고 있다.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나와 알알이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참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나와 알알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강아지와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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