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데도 드라마틱한 이유가 필요한가요?
왜 여자들은 살이 찌면 타인의 관심의 대상이 될까?
살은 찔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 뭐 나이가 들면 나잇살이 찔 수도 있고. 남자들이 나이가 들어 배가 나오거나, 머리가 벗겨지거나 하면 특별한 말이 없는데 반해 여자들이 살이 찌면 무슨 죄인이다.
올 7월 부천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구혜선 배우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그녀의 살찐 모습에 집중했고, 최근 살찐 씨엘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자 새 영화 개봉보다 갑자기 살찐 그녀의 외형에 대한 기사들이 폭주했다.
갑자기 살찐 여배우를 대하는 미디어의 태도는 남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배가 나오고, 머리가 벗겨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날씬하다가 갑자기 살이 찐 채 등장하는 여성 셀러브리티들은 미디어와 대중의 불편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사실 그녀들이 단순히 갑자기 과식해서, 그냥 나이가 들어서, 운동을 요즘 게을리해서 등등 일상적인 이유들 대면 미디어도 대중도 믿지 않는다. 여성 셀러브티티들은 살 찌는데도 뭔가 드라마틱한 이유와 사정이 있을 거라고 미디어와 대중은 지례 짐작을 하고, 그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발견 되지 않을 경우 소우 '카더라'에 준하는 음모론들이 스믈스믈 등장한다. "누구랑 헤어졌다... 소속사와 불화가 있다.... 등등" 누구도 진실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살이 찌건 찌지 않건 '나는 나'인데, 이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는 해당하지 않는 말인 것 같다.
이는 여성을 바라보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 된다.
여성은 남성 배우자를 잘 보필해야하고, 가정을 돌봐야한다. 남성 배우자는 외모가 출중한 여성 배우자를 선호한다. 부인의 외모가 부족할 경우, 부인이 아이를 낳지 못할 경우 등 남자는 당연하게도 후처를 들이거나 기생집을 드나 들었다. 전통적인 여성은 이런 배우자의 행동에 대해 시기하거나 질투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흘러 이런 전통적인 가부장제적 사회는 아니지만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시각은 여전히 가부장제라는 안경을 끼고 있다. 나의 배우자이든 내가 좋아하건 또는 좋아하지 않건 여성 셀러브리티에 대한 남성들의 시선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벗어날 수가 없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남자 : 여자>보다 우선적으로 <인간>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100% 이해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정말 감성 100%도 이해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 그것으로부터 변화의 결과를 꿈 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