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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게츠 Apr 08. 2018

동양철학 에세이 1

혼란 속에서 피어난 철학의 향연

「동양 철학 에세이」

나는 알고 싶지만 아직 시작하지 못한 분야가 많다. 동양철학은 그중 하나다. 동양철학 고전들은 한자로 쓰여있어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다양한 풀이가 가능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해석이 나온다는 말을 듣기도 해 선뜻 시작하기 망설여졌다. 이런 변명으로 동양 철학 공부를 미루던 중 입문서를 추천받았다.


모든 고전과 사상이 그렇듯 그 내용을 지금 시대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입문자에겐 사상이 나온 시대적 배경을 알려주고 현재에도 그 사상이 가지는 유의미한 가치를 알려주는 해설이 필요하다. 물론 사상의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그 한계까지 알려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동양 철학 에세이」는 동양철학 입문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해설이다. 이 책은 춘추전국 시대에 대두된 제자백가의 배경과 내용을 간략히 설명한다. 따라서 이 글에 각 사상을 요약하기보다는 책을 읽은 후 다시 생각해보게 된 사상들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내가 알던 동양 철학

내가 알던 동양철학은 공자와 노자 정도였다.

우선 공자와 유교라면, 부모님, 선생님, 책을 포함해 기성세대가 나에게 요구했던 대부분의 태도와 행동이 유교에서 유래됐다. 밥 먹는 예절과 같이 사소한 규칙에서부터 자신을 이해하는 관점처럼 중요한 판단에 까지 유교가 연관되어 있다. 나는 어른을 공경하고 가족을 챙겨야 한다는 분위기를 고깝게 여겨본 적 없지만, 아들에 대한 어른들의 편애는 어릴 적부터 거북했다. 또한 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을 그대로 수용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유교는 반항의 대상이었다. 농경사회 때 만들어진 사상을 지금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좋은 점 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 생각한다.


노자 하면 무위자연이 떠올랐다.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노자의 사상은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잠깐 쉴 수 있는 휴식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노자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 자연 그대로를 사랑라는 가르침은 비 기득권층이 현 상황을 수용하고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득권층의 고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공자

다시 생각해보게 된 첫 번째 사상은 공자의 유교다. 여전히 나는 유교의 좋은 점 보단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교의 배경이 되는 주장을 이해하고 그 주장을 바탕으로 공자의 가르침을 현대에 맞게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공자는 '사람다움' 다른 말로 인(仁)을 말한다. 그의 사상, 예절, 충, 효 등 대부분이 '사람다움'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딱 잘라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다행히 공자는 우리가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되기 위한 실천법을 알려줬다. 우리는 그 실천법에서 '사람다움'의 핵심을 알 수 있다. 공자는 '사람다움'의 실천법으로 충(忠)과 서(恕)를 제시했다. 충(忠)은 마음 심 (心) 위에 가운데 중 (中)을 붙여 흔들림 없는 마음을 나타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충성할 때 충과 달리 공자가 말한 충은 옳고 그름을 확실히 하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다. 다음으로 서(恕)는 마음 심 (心) 위에 같을 여 (如)를 써 남과 같아지는 마음을 나타낸다. 즉 내면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다하고 외면적으로 남과 같아지는 마음으로 남을 헤아리는 태도가 인(仁)의 핵심이다.


현대 사회의 개인은 전보다 훨씬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거대한 사회 속에서 개인성은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 간의 관계,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집중한 공자의 사상은 되새길만한 의미가 있다. '세상을 향해서는 곧은 마음으로 나아가야 하며 남과의 관계에선 남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뻔한 교훈 일 수 있다. 하지만 그저 고리타분한 사상이라 여겼던 유교를 충과 서에 근거하여 들여다보면 현대사회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그러나 군자는 남들과 잘 어울리되 같아지지는 않습니다. 남과 같나면 자신의 존재 의미가 없습니다. 자신에게 참다운 가치가 있으려면, 자신의 역할을 누구도 대신할 수 없어야 합니다. 군자는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반대로 소인은 누구라도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남들과 참답게 어울린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주체가 될 때에만 가능합니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주체를 잃고 남에게 얽매인다면, 그것은 참답게 어울리는 것이 아닙니다.


공자




장자

내가 동양철학에 기대했던 건 세상을 바라보는 유기체적 관점이다. 특정 현상과 다른 현상 간의 필연적 인과 관계를 규명하는 서양의 기계론적 관점 대신 전체를 구성하는 개체 간의 관계, 개체와 전체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유기체적 관점이다. 장자의 사상은 이런 유기체적 관점이 잘 나타나 있다.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고 궤짝을 여는 도둑에 대비하려면, 반드시 끈으로 묶고 자물쇠를 채워야 한다. 이것이 세상에서 말하는 현명함이다. 그러나 큰 도둑은 궤짝을 지고 상자를 들고 주머니를 둘러메고 달아나면서 오히려 끈과 자물쇠가 약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 세상에서 말하는 현명함이란 결국 큰 도둑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 아닌가?


장자에는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여행한다거나나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새처럼 현 상황을 초월해 아득히 먼 곳에서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또한 당연하게 여기는 고정관념들을 깬다. 더 나아가 심지어 자신이 주장하는 사상까지 잘못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현실을 초월한 의식과 상대주의는 지금 우리에게 의미를 가진다.


현대 사회는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을 쫓는지 생각할 겨를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개인들 그리고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비해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도덕적 판단의 문제는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눈앞의 상황만 보는 시야를 벗어나 현실을 초월해 생각해보고 고정관념을 뒤집어 생각하게 만드는 장자는 현대 사회에 폭넓은 사고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발바닥이 놓이는 자리만 따진다면, 우리가 걸어갈 때 필요한 길의 너비는  30 센티미터면 충분할 것입니다. 하지만 강 위에 30센티미터 폭의 다리를 만들어 높으면, 곡예사의 연기 무대는 될지 모르나 보통 사람들은 다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장자는 이런 비유를 써서 우리가 밟지 않는 땅도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고 설득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인간의 주관적인 편견을 벗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자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옹이가 많고 구불구불한 수천 년 된 고목을 보고 "이 나무는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다"라고 하면서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을 강의하였다. 그런데 잠시 후 주막에서 쉬는데, 주인이 잘 울지 않는 닭을 '쓸모가 없다'라고 목을 비트는 것을 보고 장자는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사이'에서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의하였다.


장자




실천하자 

책을 통해 접한 동양철학은 이야기를 통한 비유가 많다. 이는 실재적인 근거를 통해 논리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태도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이다. 따라서 동양 철학은 앞서 말했듯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도덕적 판단의 문제에 있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양 철학과 달리 동양 철학은 개인의 수행과 실천을 통한 직관을 목표로 하기에 거대한 사회에 흐릿해져 가는 개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자신의 삶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고 느끼면 동양 고전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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