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의 베트남 다시 보기

베트남 여행 프롤로그

by 사십리터

Vietnam을 읽는 방법이 베트남보단 비엣남에 가깝다는 짧은 지식이 생겼다.

베트남이 아닌 Viet Nam.

로컬의 발음은 달랐다.

하긴, 그 나라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 건 오직 국민뿐이겠지.

'대한민주주의공화국', '대한민국', '한국', 'South Korea', 'Republic of Korea', 'Korea'.

이 모든 글자의 역사를 알고 제대로 발음할 줄 아는 사람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듯, 고작 여행 며칠 했다고 Vietnam을 제대로 읽을 리 없다.

베트남은 참 큰 나라였다.

15일은 그 나라의 이름 하나 알기에도 벅찬 시간이었다.


처음 베트남 여행을 결정했을 때는 호치민부터 하노이까지 베트남을 한 바퀴 돌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나절 만에 포기했다.

베트남은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최대 15일이었기 때문에 무비자 기간에 일정을 꾸겨 넣어야 했다.

필수관광지라 할만한 곳만 돌아도 한 달은 족히 걸리는 곳이었기에 날짜를 잘 써야 했다.

그 결과 다낭에서 시작해 호이안, 후에, 퐁냐, 하노이, 사파, 하롱을 거치는 일정이 만들어졌다.


개방과 관광이 시작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는 베트남은 참 많은 볼거리, 생각할거리를 던져줬다.

국토가 크고 긴 탓에 기후도 다양하고 자연경관도 다채로웠다.

휴양지 다낭부터 6.25가 떠오르는 DMZ, 수도 하노이까지 항상 다른 생각이 나게 만들었다.

최근 가장 핫한 휴양지인 다낭.

밤을 기다리게 만드는 도시 호이안.

지나간 왕조의 흔적이 남은 후에.

베트남 역사를 압축적으로 말해주는 DMZ가 있는 동하.

아직 한국인에게는 낯선 관광지 퐁냐.

수도 하노이.

허락받는 자만 볼 수 있는 사파.

아시아 전역에서 손꼽는 자연 하롱베이.

고작 국토의 반정도를 따라갔을 뿐인데 이렇게 다른 것들을 봤다.


사실 이번 여행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소위 말하는 돈독 오른 사람들의 사기에 가까운 바가지 때문에 기분도 일정도 망가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아파서 토하고 온종일 누워 있는 날도 있었다.

예상못한 추운 날씨에 동남아 한복판에서 털옷을 입고 전기장판에 들어가 있었다.

심지어 여행 중반쯤에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추억의 반을 날리기도 했다.

한편으론 남북전쟁, DMZ 같은 처절한 역사가 한국과 닮은 처연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이 전쟁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던 한국의 한 사람으로서 왜 한국은 한국인을 베트남전쟁의 피해자로만 그렸는지에 대한 답을 내리다 괴로워지기도 했다.

자잘한 사건사고도,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도 차고 넘치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돌아와 생각했을 때 미소 한 번 정도는 지을 수 있는 여행이었기에 베트남을 떠올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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