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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Feb 04. 2022

홈스쿨링을 그만하고 중학교를 가겠다고?

영재고 영재학교 입시 Story #1

영재학교(영재고) 입시의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홈스쿨링의 끝과 맞닿아 있다.


아이는 중학교 입학 직전 영재학교 (영재고) 입시학원의 문턱을 밟겠 노라 선언했다. 1~2년에 걸친 숙고의 시간이 있었다.


중학교 입학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진지한 고민을 하는 가운데, 아이는 영재고 (영재 학교) 입시를 위해 중학교 입학을 결정했다. 학교 자체를 목적으로 두기보다는 자신의 다음 목표를 위해 중학교를 수단으로 삼겠다는 지극히 목적 지향적인 아이의 결정다웠다. [참조 1]


대견스러웠다. 중학교를 간다고 해서가 아니었다. 중학 생활을 홈스쿨링으로 이어간다고 결정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대견스러웠던 점은...

본인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신의 시선에서 고민하고, 능동적으로 선택해 나가는 그 과정이 기특하고, 감사했고, 뭉클했다. 남들 따라 파도에 떠밀리듯 수동적으로 공부를 하고, 어떤 질문조차 던지지 못하고 고등학교, 대학을 졸업한 나로서는 그 누구보다 주도적인 아들의 삶의 태도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그 과정들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충분히 눈부셨다.


나는 홈스쿨링을 결정할 당시만 해도 아이가 회복의 시간들을 통해 중학교로 돌아갔으면 하고 바랐다. 하지만 홈스쿨링을 하며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홈스쿨링을 하느냐, 학교를 다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다수가 택하는 길이 아니더라도 그 선택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은 항상 있기 마련이고, 채워지지 않는 부분 또한 양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저 어떤 선택이든 본인의 선택을 응원하고 존중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잘 자란다는 것을 배웠다부모가 아이를 위해 최대한 안전하고 최선이라고 결정한 것들이 결코 아이에게... 득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선택이든 남들이 많이 가지 않은 길일수록 보이는 것, 느끼는 것이 다르고 그 시간들로 하여금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진 이로 거듭나게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이는 승부수를 던지듯 다수의 사람들이 가고자 희망하는 길에 발을 들여놓겠노라 선언한 것이다.


영재학교 입시를 해보겠다는 결정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테고 그 선 택또 한 응원하고 지지해야 했다. 물론 이번 선택지에 대한 응원과 지지는 어쩌면 좀 더 쉽고 편한 길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이런 극적인 선택에는 홈스쿨링을 했던 시간이 트리거 trigger 가 된 것임은 분명했다.


홈스쿨링을 하는 동안 책, 놀이, 여행, 종이접기, 로봇 등 본인이 즐거운 것들을 파고들며 하루하루 행복한 일상을 누렸다. 친구들이 고파 다양한 예술활동들을 찾아가 경험하게 되었고 학교 안에서였다면 누리지 못했을 색다른 경험과 배움의 시간들을 다양하게 채웠다.


그리고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그리며 채운 시간들은 SBS 영재 발굴단에 소개되며 자신이 즐기던 종이 접기와 로봇에 대해 비로소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13살에 [게임 종이접기, 진서원] 종이접기 책을 출간한 꼬마 작가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로봇회사의 지원으로 원 없이 로봇을 만들며 배울 수 있었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분야의 멘토를 만나며 인생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40년 넘게 살아온 남편과 나의 인생이 회색처럼 느껴지고 부끄러울 만큼...


그렇게 아이는 어느새... 누군가 부러워하는 13살 인생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떤 선택에서든 얻는 것이 있으면 감내해야 하는 것도 있는 법!


자신만의 궤를 그리며 행복한 만큼... 학교를 걸어 나오며 느꼈던 정체모를 패배감을 감내해야 했고, 학교 밖에 있는 자가 겪어야 할 씁쓸한 소외감을 감당해야 했고, 다수의 집단 내에 있을 때는 너무나 당연해서 의식하지 못했던 소속감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다수가 원하는 지향점과는 다른 길을 걷는 외로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 걸어간 이가 많지 않아 무성한 풀들이 자란 길에서 느끼는 다음 발길에 대한 막막함, 학교 밖을 결정한 스스로에게 늘 되물어야 하는 자기 확신 등 불안이 엄습해오는 일상들을 떨쳐야 했고, 의연하게 대해야만 했다.


그 시간들은 아이의 몫이기도 했지만, 어린 자녀의 보호자로서 어떻게 감내하며 이겨내야 하는지... 어른스럽게 안내해야 하는 것이 내 몫이기도 했다.


그래서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가 지하철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출근자들과 다른 방향으로 걸어 들어가며 느끼던 장면에서 그렇게도 서럽고 눈물이 쏟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아이는... 그 소외감과 소위 '인싸'가 아닌 '아싸'의 길을 걷는 자신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과 태도들을 제법 어린 나이에 대면하며 자신의 선택에 대해 누군가에게는 변명해야 했고, 설명해야 했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고립감 혹은 박탈감이 아이의 승부욕을 건드리며 누구보다 다수의 중심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주 밖을 떠돌며 자신의 궤도를 단단하게 만든 아이는 자신의 궤도와 세상의 궤도가 만나는 그 접점을 찾아 나서고자 자신을 조금은 낮췄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홈스쿨링을 해야만 자기 주도적인 공부를 선택하게 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어떤 교육 환경이나 방법이더라도 본인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과감히 선택하는 그 경험들이 입시라는 저 끝, 남의 이야기만 같았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만들었던 것 같다.



결국 돌아온 길에서...

사람들이 많이 걷고 있는 큰길을

다시 만났다.


끝과 끝은 다시 만나기 마련이다.



[참조 1] 중학교 입학의 현실적 이유

아이가 영재고(영재학교)에 관심을 갖고 나서 한 학교 입학처에 전화를 해본 적이 있다. 초졸 검정고시 출신의 입학에 대해 확인해보니 사례가 없다고 했다. 또한 초졸, 중졸 모두 검정고시 출신자의 입학 전례도 없다고 했다.


다음에서처럼 나이 제한이 없고, 학력 인정에 대한 문이 비교적 열려있기는 하지만 8개 학교 모두 기숙사에서 단체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초등, 중등 모두 단체생활을 해보지 않은 아이에 대해서 긍정적인 검토는 사실상 힘들다고 본다.


또한 입학 지원 시 초졸, 중졸 모두 검정고시일지라도 자격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1차 서류 지원 시 학생기록부, 수과학교사, 담임교사의 추천서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초졸 검정고시 출신으로 중학교 입학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Notice

영재고(영재학교)는 초중등교육법이 적용되지 않으며, 법적으로 고등학교가 아니다. 고등학교 학력으로 인정할 뿐. 중학교 3년 과정을 모두 이수하지 않았어도 조기 졸업하고 입학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이 경우 고등학교를 정식으로 졸업한 것으로 인정된다. 나무 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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