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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Mar 17. 2022

영재고 1차 서류전형 합격

<영재고, 영재학교 입시 Story #7>



아이의 초등학교 자퇴 당시, 절망스러운 마음과 일말의 실패감 마저 느끼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마음들에 머물러만 있을 수는 없었고, 마음을 추스르고 더 나은 기회로 만들고자 애쓰며 그 시간을 잘 통과하고 보니, 힘든 만큼 기회의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 때문인지 영재고 입시 준비를 하는 아이가, 자의적이고 진취적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그 과정에 늘 박수를 보낼 뿐, 합격 여부에 마음이 크게 휘둘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혹여 붙으면 자신의 노력에 대해 성취감을 느꼈을 테니 감사한 일일 테고, 떨어진다면 그 좌절감을 회복하고 그 시간을 발판 삼아 또 다른 기회들이 열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들이 기저에 깔려 있어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아이의 영재학교 준비 과정에 대한 글도 (이렇게 과감히?!) 공유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아이가 영재고 입학시험 준비를 하겠다고 공부를 한지 벌써 2년이 조금 넘어갑니다. 작년, 아이가 중2 되던 해,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고, 6월 초 원서 접수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경험 삼아 영재고 원서를 내보겠다며 평소 가장 가고 싶어 하던 한 영재학교에 원서를 냈습니다. 붙든 떨어지든 좋은 기회겠구나 싶었지요.


원서를 내고 보니 경쟁률이 만만치가 않아서, 은근히 결과에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안 그럴 줄 알았답니다 ㅋㅋㅋ)


◆ 2022 전국 과학영재학교, 과학예술영재학교 정원 내 지원 현황

* 복수지원을 금지해 2021년도 입시에 비해 경쟁률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에 여러 곳에 복수지원 후 2단계 전형에서 한 군데를 선택해 시험을 보던 것을 감안하면 경쟁률은 비슷^^

* 한국 과학영재학교는 접수자 기준 잠정 자료임. 자료 출처: 상위 1% 카페.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지원현황 미공개 *한과영 제외 7개교는 지원 현황 공지함




어차피 2단계 시험인 "영재성 평가와 수학 및 과학 창의적 문제 해결력 평가"를 풀어낼 만큼 수·과학에 대해 깊은 공부가 다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기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경험 삼아 내 보는 것이라 했으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구나~'를 느꼈답니다.


자기소개서를 몇 날 며칠에 걸려 정성껏 쓰고, 담임 추천서와 수·과학 교사 추천서를 받고, 이런저런 추가 증명 서류들까지 준비해 접수를 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더군요. 스스로 준비하게 하자면서도 마음이 앞서 '미리 좀 쓰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에 조바심이 나기도 했습니다. 최대한 앞서가는 마음을 티 내지 않으며 아이가 빠뜨리는 것은 없는지, 뒤에서 꼼꼼히 챙기는 것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습니다. 2학년 선발 비중이 한자리 수 비율이다 보니, 전형에 통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경험 삼아 2학년 때 서류들을 준비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 듯했습니다.


아이가 쓴 자기소개서를 보고, 어른들의 시선에서 더 높이 평가할 만한 에피소드들로 수정해 보라고 의견을 피력해 보았지만, 아이는 철벽수비를 하며 자신이 쓴 소개서를 고수하더군요.


평가 위원은 어른이고, 네 스스로 별 거 아닌 경험처럼 평가하는 그 이야기가 진짜 너만의 이야기다, 아니다로 아이와 각축을 벌여야 했고, 남편과 저의 의견을 떨떠름하게 반영하는 아이를 보며 욱하는 마음을 추스르고 자소서를 제출하며 난리 부르스를 마감했답니다.


한 달 후 1단계 서류 전형 발표 날이었습니다. 아이는 발표날 인 줄도 모르는 눈치였고, 남편과 저는 혹여 떨어져 속상해하는 건 아닌가 싶어 기대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발표날을 모르는 척! 잠자코 있었더랬죠.


발표 날이 다가오자 은근 신경이 쓰이고

저렇게 어린 나이에 혹시 붙으면 기숙사 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그냥 내가 해주는 밥, 1년 더 먹고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학생기록부 때문에 중학교 생활도 만만치 않은데, 얼른 붙어서 가고 싶은 학교에 빨리 가는 게 나으려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발표날 아침...

아들이 등교 준비를 하는 사이

출근한 남편에게서 이른 아침 난데없이 전화가 왔습니다.

아들이 지원한 영재학교의 1차 전형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환호와 함께 격한 포옹을 한 후, 신난 표정을 안고 아들은 학교로 향했습니다.


3류 드라마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ㅋㅋㅋ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이불을 개고 청소기를 미는데 난데없이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보면 최종 합격까지 한 줄 알았을 줄 ㅋㅋㅋ

마당에서 쿨쿨 자던 우리 집 강아지, 곰곰 이가... 제가 엉엉 우는 소리에 고개를 곧 세우고 이상한 지, 저를 계속 쳐다봤습니다. ㅎㅎㅎ


평소에 "떨어지건 붙건, 과정에서 이 아이가 너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으니 충분해~"라고 고상 떨며 말했던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1차 합격 소식에 펑펑 눈물을 쏟고 있었으니 제 스스로도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거실에 앉아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니 그 마음은 서러움과 감사함의 일종이었습니다. 단순히 붙어서 기쁜 마음과는 다른, '그 무엇'이었습니다.


2단계 전형은 그동안 아이가 자라며 독서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키워 온 공부 그릇, 문제 해결력 등이 바탕이 되어 수학 과학 공부를 통해 개념에 대한 역량을 키워 스스로 치러 내야 하는 시험입니다.


그에 반해 1단계 전형은 서류 심사로, 다음 세 가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학교 생활기록부 심사입니다.


아이의 자기소개서는 여느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장르였을지도 모릅니다. 모범적이고, 똘똘한 아이에, 흠잡을 데 없는 여느 아이들의 예측 가능한 스토리는 분명 아니었을 겁니다. 대부분의 지원 학생들이 공중파의 모범적인 다큐멘터리 버전이라면, 이 아이는 케이블이나 유튜브의 심의 통과가 안된 무협 버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초등학교를 자퇴한, 독특한 이력으로 시작해 장르가 달라도 너무 달랐을 테지요.




1 단계 서류전형–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는 지원동기, 진로계획, 수학·과학적인 재능, 관심, 흥미 및 특기, 수학 과학 이외의 특별한 경험, 봉사활동, 독서활동 등이 세부항목들로 서술하게 되어 있습니다.


교사 추천서는 담임 추천서와 수과학 교사 추천서로 제출하며 수학 과학 분야에서의 특별한 영재성이나 창의성, 리더로서의 자질 또는 배려, 봉사 등의 대인 관계 역량,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나 과학자로서의 잠재 가능성 등을 평가하게 됩니다. 교사가 직접 접수 사이트에 들어가 해당 학생 접수번호를 통해 접속해 학생에 대한 추천 내용을 기록하게 됩니다.


학교 생활기록부는 중 3에 지원하게 되는 경우는, 중학교 2학년 1,2학기 성적이 반영됩니다. 중2 때 지원할 경우 사실상 교과목 성적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중1은 자유 학년제라 성적이 없고 다만 교사의 평가의견, 활동 내용 정도가 반영되겠지요. 일부 외고나 국제고의 경우, 주요 과목 이외 가림 처리를 하기도 하지만 영재고는 학교 생활기록부 전과목 성적을 입력하고, 가림 처리 없이 발송하게 됩니다. 소위 모든 교과과목에서 A가 나와야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만큼 학업 성취도에 대한 기준 또한 높습니다. (물론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 과목에 따라 B가 있는 경우도 합격하기도 함)




마치 그날의 1단계 서류 전형 결과, 그 합격은...

누군가는 너무 오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남들이 우주선에 올라타 달에 가려고 줄 서 있을 때 혼자 행글라이더도 만들고, 날개도 만들고, 타임머신을 만들겠다고 해 손가락질도 받고, 미친놈 소리를 듣다가 진짜로 괴상한 방법으로 달에 도착한 기분이랄까요?


개성이 심하게 과하고, 자기 색깔이 분명해서 그리 환영받지 못했던 아이를...

긴 시간 매만지고, 아이만의 결이 다치지 않게 잘 보살피고 단단하게 만들어

아이만의 궤도를 만들 수 있도록 성장을 돕고

사회 하고의 접점을 찾아내 한 발을 무사히 내디딘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자기소개서에 담긴, 이 아이가 지나온 시간들이 오로지 본인만 행복했고, 본인 스스로만 만족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사회의 시선으로도 나름 인정할 만한 성과라고 여겼기에 관문을 통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저 감사했습니다.


15년 이 아이를 키우며 학교까지 관둬야 했을 때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의연하려 애써야 했고, 내가 아이를 망치는 것은 아닐까 그 불안함에 홀로 잠 못 이루던 밤들도 생각났고...


많은 부모들이 영재고를 보내고 싶어 한다는 기사를 접한 아이가 선뜻 더 가고 싶어 졌다는 이야기를 한 순간,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아이가 겪었을 학교 밖 생활의 부당함들이 짐작이 가 마음 아팠던 기억도 있습니다.


영재학교를 가겠다며 결심한 아이가 공부를 하기 시작하고...

입학처에 이것저것 알아보며 초· 중등 모두 검정고시 출신자의 입학 사례가 없다는 것을 듣고 낙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아이는 고민 끝에 학교 생활기록부, 교사 추천서들을 홈스쿨링 자격으로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에 중학교 입학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으면 '도대체 왜 해야 하는 거예요?'라는 말로 모든 것들을 거부하던 아이는 학교 생활을 묵묵하게, 오히려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흥미 없는 과목도 많을 테고, 사춘기까지 겹쳐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반감이 드는 부분들도 분명히 많았을 텐데... 성실하게 학교 생활을 해나가는 그 모습이 뭉클하고, 안쓰럽기도 하면서, 기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1차 관문의 통과는 어쩌면 아이가 학교 밖에서 보냈던 시간들과,

그리고 지금, 중학교에서 아이가 임하고 있는 현재의 태도들에 대한 인정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비록 최종 결과도 아니었고, 2단계 시험에서 낙방하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이 아이가 걸어온 자기만의 발자국들에 작은 박수를 받은 것만 같아 뭉클하고 서러웠나 봅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서 소개서에 담고, 자신이 정한 목적을 위해 자신을 좀 낮추고, 싫은 것이 있지만 자신을 조금 끼워 넣기도 하며(절대 그럴 캐릭터가 아니었음 ㅋㅋㅋ) 성장해가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른들 눈치를 보며 타협을 하는 것이 아니라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받아들이며 배워나가고 있다고 보였습니다.


2차 결과가 나오고 나면 아이들 가운데, 좌절해서 중간 기말고사를 망치기도 하고 일주일 내내 우는 아이들도 많다고 들었기에 은근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 아들놈은 너무나 쿨~하게, '훌륭한 인재를 놓쳤군, 그 학교~' 이러며 열심히 게임을 합니다. ㅎㅎㅎ

친구들과 게임하며 두세 번 정도 그 말을 더 하더군요. '에이~~' 하면서요. 조금 아쉽긴 하다고...


그리고는 '괜찮아!~ 어차피 올해는 경험 삼아 낸 거니까! 올해 2차 시험 응시해 볼 수 있었던 것 만도 큰 경험이지~내년에 기회가 있으니까~'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날부터 다시 열심히 공부를 하는 이 녀석...

오히려 남편은 한 3일 정도 꽤나 속상하더랍니다. ㅋㅋㅋ


자식은 늘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뭉클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들은, 자신이 부족해서 혹여 내 아이에게 든든한 부모가 되어주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도 공존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가 예상하는 것보다 항상, 더 슬기롭고, 더 단단한 모습으로 부모를 이끌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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