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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희 Nov 14. 2023

향수

3월 어느 주말 오후였다.

서글퍼질 정도로 행복의 끝에 닿아있는 듯한, 따뜻하고 아늑한 날이었다.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형태 없는 생각에 골똘히 잠기다 보니 나의 어릴 적 모습이 보고 싶어 졌다.

서랍에 처박혀있던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문 밖을 나섰다.

하염없이 걷다 보니 이끌리듯 한 시골 학교에 도착했다.

내가 다녔던, 그리웠던 학교였다.


그곳엔 여전히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개했다.

연한 주황빛이 내리고 있던 그 장면에 한 소녀가 울고 있었다.

질끈 묶은 머리에 사이사이로 튀어나온 곱실한 잔머리,

시력이 얼마나 나쁜지 가늠도 되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안경을 쓴 채 그렇게 울고 있었다.


그녀의 기분을 알 듯했다.


의식하지 않는 척, 슬금슬금 다가가 내가 아끼는 노란 손수건을 건네주고 뒤돌아 왔다.

내 등뒤엔 옅었던 주황빛 하늘이 짙은 붉은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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