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Moustiers-Sainte-Marie, Verdon협곡
드디어, 아비뇽을 떠나 니스로 이동하는 날이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따뜻하겠지? 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들떴다.
한편, 차로 이동하며 구경하는 날도 며칠 남지 않았음에 아쉽기도 했다.
여러 복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자그마한 르노에 큰 트렁크 두 개를 겨우 구겨 넣고 출발했다.
짐 하나는 트렁크, 하나는 뒷좌석. (둘 다는 트렁크에 들어가질 않는다.)
원래는 프랑스에서 여행할 때 도둑의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운전석에는 가방을 두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뭐 그런데 형편이 어쩔 수 없고, 오늘 스케줄은 니스로 가는 길의 시골마을 들을 방문하기 때문에,
시골 인심을 믿어 보기로 한다.
오늘의 여정은 쉽지 않다. 무스티에생트마리(Moustiers-Sainte-Marie)라는
오래된 동네, 역시나 프랑스에서 아름다운 마을로 뽑혔던 동네를 찾아가야 하는데,
가는 길이 약 2시간 이상 걸리고 길도 엄청 구불구불하단다.
어쨌든 엄마가 너무 가보고 싶어 하는 마을,
그리고 나 역시 가보고 싶은 베르동 협곡과 벨렁솔이 근처에 있는 무스티에생트마리로.. 출발해본다.
그 전날 까르푸에서 산 귤과 과자를 까먹으면서 한창 달리다 보니,
어느 덫 라벤더의 마을, Valensole (밸렁솔)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그리고 내 좌우로는 끝도 보이지 않는 라벤더 밭이 펼쳐져 있다.
창문을 열었고, 라벤더의 시원한 향이 들어왔다. 아직 꽃도 피지 않았고 본격적 계절도 아님에도,
온 마을에 라벤더 향이 그득했다. Fantastic~*
조금 달리다 보니, 구불구불 산 중턱 어디였을까, 작은 라벤더 공방이 보인다.
여기서 프랑스 기념품, 라벤더 에센스와 포푸리 등을 사기로 했다.
나중에 보니 다른 관광지에서 보다는 훨씬 싸게 샀던 걸로 기억하나,
내 평생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너무 산 중턱에 있었다)
[무스띠에 생트마리 가는 길의 라벤더 공방, fanguiaire michel]
http://www.bienvenue-a-la-ferme.com/paca/alpes-de-haute-provence/puimoisson/ferme/la-maison-du-lavandin/211194
끝도 없이 펼쳐진 라벤더 밭을, 라벤더 향기를 뒤로하고,
목적지인 무스티에생트마리로 달렸다. 협곡이 있어서 그런지 멀리 보이는 산 정상의 눈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때마침 차에 기름도 떨어져 갔다.
주유를 하지 올라갔다간 산 중턱에서 프랑스 자동차 보험사 불러야 할 판이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마을의 작은 주유소를 들어갔는데.. 마스터카드가 먹히질 않았다. 프랑스인에게 도와달라고 해서 해봤는데도... 먹통....
결국 ' 어떻게 되겠지 ~~' 하는 마음으로 달렸는데... 다행히 마을로 올라가는 언덕 아래, 주유소가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카드는 먹히질 않는다..ㅠ-ㅠ, 그래도 여긴 사무실도 사람도 있길래 들어가서 물어보니..
일단 주유, 그리고 나온 금액만큼 사무실에서 카드결제!! 유후!!!
결국 만땅으로 기름을 채우고 무스티에생트마리로 올라간다~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 위에 숨겨져 있는 마을.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었던 곳, 무스티에생트마리.
이슬비처럼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주차를 하고 마을로 들어가 본다.
낡아서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은 노란 돌로 이루어진 동네는, 구석구석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마을의 상징인 절벽 사이에 매달려 있는, '전설의 별'.
누가 매달아 놓았는지, 무슨 이유로 매달아 놓았는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무언가를 기원하기 위함이었겠지.
어떤 간절함이길래 저렇게 높고 위험한데 걸어놓았는지... 그 간절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선은 마을 꼭대기의 성당으로 올라갔다.
돌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면 꽤 운동이 되는 높이이다. 올라가는 중간중간 십자가의 길이 있다.
추운 날씨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 올라가니, 성스러운 마리아상이 우릴 맞이한다.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성당이라 그런지, 예수님이 아닌 성모 마리아 상이 있었다.
초도 하나 봉헌하고, 기도도 하고...
촛불만 켜있는 성당 내부는 저절로 기도가 되는 느낌이었다.
나오는 길 방명록도 있었는데,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언어의 소원들이 적혀있었다.
나도 또박또박 한글로 한 자 한 자 써 내렸다.
성당을 구경하고 마을을 구경하러 내려가는데, 멀리 베르동 협곡이 보인다.
구불구불 정말 높이도 올라왔다 싶다.
마을은 아기자기 그 자체.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더 좋다. 아기자기 구석구석.
이렇게 아기자기한 마을을 둘러보고, 수제 햄버거 하나 사 먹고 니스를 향해 또 고고.
(마을에 식당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수제 햄버거 가게에 사람이 그득해서 먹었는데, 꽤 괜찮았다)
가는 길에 베르동 협곡이 있으니 좀 들렀다 갈까? 그냥 갈까를 고민하던 중... 내 눈 앞에...
베르동 협곡! 유럽의 그랜드캐년?이라고 대한항공 사이트에서 그랬던 것 같다.ㅎ
그랜드 캐년을 안 가봐 모르지만, 어쨌든 대단하고 웅장하고 아름답고!
자연의 웅장함을 느꼈다.
난 다시 여름에 간다면 여길 꼭 다시 가보고 싶다.
근처에 차를 대충 대고 위의 사진을 찍었는데, 조금 더 가면 바로 협곡 앞에서도 볼 수 있다.
호수가 50KM쯤 된다고 했나...... 정말 니스로 가는 길은 좁고 구불구불하고 끝도 없다.
여기는! 3G가 끊기는 지역이다.
이 길의 끝에는 뭔가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가야 한다. 그렇게 산중 구불구불한 길을 1시간 정도 가야 도심으로 내려갈 수 있다.
내려오는 길, 유일하게 본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양 떼를 모는 양치기 아저씨 (양치기 치고 잘생겼음)였다.
정말,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산중 of 산중.
"이 길을 이용하신다면, 정말 외로우실 거예요. 특히 밤에 운전한다면 가로등도 없기 때문에 매우 위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심지어 엄마는 이 끝도 보이지 않는 산 길이 무서우셨는지,
산중에 노인네 버리고 가도 못 찾아 나오겠다고......
혹시나 딸이 엄마를 고려장 할까 봐 걱정됐나 보다-_-;;;;
그래서, "버려지면 양치기나 하고 평생 살아야지 뭐"라고 대답해 드렸다.
어쨌든 기억에 가득 남은 무스티에생뜨마리와 베르동 협곡, 밸렁솔을 뒤로하고...
니스로 향했다.
얼마 전 친구가 프랑스 남부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고르드와 무스티에생뜨마리 중 하나를 간다면 어딜 갈 것 같냐고 물었다.
그땐 고르드? 라고 했는데, 엄만 당연히 무스티에생뜨마리란다.
사진을 정리하고 주변 베르동과 벨렁솔을 보니,
무스티에생트마리라고 말해줘도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