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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 LA TENGO Nov 10. 2020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 1

2016년 12월. 두 번째 회사에 입사했다.

벌써 곧 이직한 지 4년째가 되지만 아직도 이곳이 나의 회사란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꽉 찬 10년을 보낸 첫 직장이 더 아직 내 회사라는 생각이 들어 슬프다.



처음, 첫 정,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대학생 때 나는 너무 무식하고 용감해서

남들 CPA다 공무원이다 준비할 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고,

남들 유학이다 대학원이다 고민할 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고(GPA도 부족.....),

취업한다고 오피스 배우고 인턴쉽 할 때도 아~~~무 생각 없는 한량이었다.


그러다, 4학년 1학기에 현타가 오고

그제야 이것저것 알아보다

SSAT 책 한 권을 사서 벼락치기를 하고

삼성그룹의 첫 인턴으로 당당하지만 아주 우연히 입사하게 된다.

(대량으로 뽑아줄 때.. 스을쩍 들어가는 전략이 매우 유효했다.)


그 인연이 계기가 되어,

아무런 고민 없이 인턴 우대 점수 등을 등에 업고

아무 생각 없이 삼성전자만 지원하고 (제일 먼저 뽑고 제일 먼저 발표해 준 고마운 곳..)

삼성전자에 쑤욱 입사하게 되었다.


아무튼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아무런 욕망도 기대치도 없는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큰 기회를 준.. 너무 고마운 곳이었는데.. 그 마음을 10년 동안 이리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잊었던 것 같다.


글로벌 마케팅 센터에서 일하던 어느 날,

미국법인의 디지털 콘텐츠 팀의 팀장으로 새로 뽑힌 자가 한국으로 OJT를 왔었다.

화장품 회사 출신이라 하고 나이는 84인데

팀장이라고 했다.

그때 그 방에 나 외에도 삼성에 청춘을 다 바친 차장님 두 명이 더 있었는데,


우리가 10년 이상 한 조직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녀의 눈빛은

"I CAN'T believe it!!"

정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너의 커리어를 위해서 몸 값을 올리려면 무조건 이직이 필요하다는 듯한 뉘앙스 대화가 그 작은 방에서 오고 갔고,

나는 내가 '무언가를 잘 못하고 있는 건가'라고

느꼈던 것 같다.


그게 잔잔한 내 맘에 돌이 되어 던져졌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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