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 안의 세 쌍둥이
겨울을 보관하는 방법
by 모송정현숙
부산 사람들은 부산을 따뜻한 남쪽나라라고 이야기한다.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지 않아 따뜻하다.
일기예보를 보면 가끔은 이 나라가 얼마나 넓은지 새삼 느껴진다.
수도권엔 폭설, 호남엔 비와 눈, 남부는 맑음.
그런데 오늘의 일기예보는 특별했다. 남부지방에 눈이 온다는 소식이었다.
밤이 되자 정말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길 위에 조용히 쌓이는 흰빛을 보자, 집 안의 공기가 먼저 들썩였다.
우리 딸 셋은 기다렸다는 듯 뛰어나와, 놓칠세라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눈이 많이 온 건 아니어서 굴려서 만드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신 손으로 동글동글 굴려, 아주 귀여운 세 쌍둥이 눈사람을 완성했다.
아이들은 눈사람이 녹을까 봐 상자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었고, 며칠 동안 그 작은 생명체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부산에서 자라며 눈을 거의 보지 못했던 아이 들이라서인지,
지금 세종에 사는 큰딸은 여전히 눈만 오면 사진을 찍어 동생들에게 보낸다.
그 사진을 보며, 우리는 늘 그 시절 냉동실 속 눈사람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눈이,
누군가에게는 잊고 있던 추억을 깨우는 그리움이 된다.
그 시절엔 사진 한 장 남기기조차 쉽지 않았지만,
냉동고 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던 세 쌍둥이 눈사람의 기억은
어느 사진보다 선명하게 마음속에 인화되어
지금도 흰빛으로 살아난다.
#육아#눈사람#냉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