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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비키 Jul 06. 2022

왕초보자의 게임 스토리텔링 분석(2)

글로벌 힐링게임 <저니(Journey)>의 '몰입' 요인 찾아보기

(<저니(Journey)>와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 의 '몰입' 요인

(1편 읽기)




2. 글로벌 힐링 게임 '저니(Journey)'의 10년간 인기비결은?

    - 스토리텔링 분석을 통한 '몰입' 요인 찾기


1) <저니> 게임 개요


글로벌 게임사 ‘댓게임컴퍼니(that Game Company)’에서 제작하고 소니에서 유통하는 <저니(Journey)>는 2012년 3월에 출시된 힐링 어드벤처 게임이다. <저니>는 PS3과 PS4 전용으로 출시되었다가 폭넓은 인기에 힘입어 현재는 PC(윈도우)와 iOS, 에픽게임즈, 스팀 등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다.


전체 이용가(G-Rated)로 선정성이나 폭력성 같은 자극적인 내용은 전혀 없다. 제 13회 게임 개발자 초이스 어워즈인 <2012년 제 13회 게임 개발자 선정 어워드>에서 6관왕을 수상하여 현재까지 최다 수상기록을 보유 중이다(13th Annual GDC, 2012, 공식 웹사이트 ).


<저니> 트레일러 영상


당시 ‘올해의 게임’, ‘최고의 혁신상’, ‘최고의 디자인’ 등 핵심 분야를 모두 휩쓴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화려한 그래픽과 웅장한 사운드다. <저니>는 대사나 텍스트를 없애고 설정의 단순화하여 초보자의 진입 장벽을 낮춤과 동시에 그래픽과 사운드의 사실감과 웅장함을 높였다. 이는 비유저까지 포함하여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저니>의 대중성 확보 전략의 일환이다.


실제로 <저니>에 대한 국내외 리뷰를 보면, 그래픽과 사운드가 “영화 같다” 또는 “게임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평가들이 많다. 이를 바탕으로 <저니>는 평론가 리뷰를 집계하는 ‘메타크리틱(Metacritic)’ 사이트에서도 ‘2010년대 최고의 비디오 게임’으로 선정되는 등, 대중과 평단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저니>는 발매 당시부터 인기가 높아서, 콜렉터즈 에디션 발매 전날인 2012년 8월 27일에 이미 대부분 사이트에서 품절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저니>는 발매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유저들이 꾸준히 즐기는 스테디셀러 콘텐츠다.


특히 약 2년 반 동안 지속된 팬데믹 기간 동안 유통사인 PS이 비대면의 장기화에 지친 대중을 위로하는 사회적 캠페인 차원에서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함에 따라 신규 유입도 다시 증가했기 때문에 당분간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 <저니> 게임 방식


전체 이용가에서 보듯 <저니>의 난이도는 매우 쉽다(게임문외한의 관점에서도 쉬우니 말 다했음). PC 기준으로 스페이스, 방향키, 컨트롤(ctrl) 키만 있으면 초보자라도 쉽게 참여가 가능하다. 게임의 스토리는 전형적인 어드벤처 규칙을 따르되, 역시 전체이용가 수준에 맞게 단순화 시켰다. 여행을 가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그것을 극복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저니>의 스토리다.


게임의 룰도 매우 단순하다. 플레이를 시작하면 광활한 사막이 나오면서 여정이 시작된다. 여정을 가는 과정은 혼자 갈수도 있고, 마음이 맞는 다른 유저와 동맹을 맺고 함께 갈 수도 있다. 동맹을 맺는 것은 스페이스 키를 눌러서 서로가 ‘빛’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면 이루어진다. 여행을 가는 길에 마주치는 난관이 다양하고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저니>의 유저들은 대부분 ‘동맹’을 맺어 함께 플레이하는 방식을 택하는 편이다.  


그런데 유저들이 연합해서 플레이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저니>에서는 유저 간의 ‘대화’가 불가능하다. <저니>는 스토리에 자막, 나레이션 등 ‘언어적 요인’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동맹이 중요한데도 유저들 간의 ‘채팅’이나 ‘대화’가 불가능하다. 동맹 파트너와의 소통은 오직 스페이스 바를 누른 ‘빛’의 표현으로만 가능하며, 이마저도 게임 플레이 중에만 가능하고 게임이 종료되면 동료 파트너는 다시 만날 수 없다.


즉, <저니>에서 유저들 간의 지속적인 소통은 불가능하며, 오직 게임 중에서만 진행되는 1회성, 일시적 관계를 지향하고 있었다. 흔히 게임에서 유저 간 ‘소통’과 ‘연결’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유저들끼리의 소통이 단발성으로 진행되는 것은 처음엔 아쉽게 느껴졌다. 그러나 <저니>는 기승전결을 해체하고 유저 간 협력으로 상황이 유기적으로 바뀌는 구조다. 게임 속 캐릭터나 상황 설정 등이 따로 없는 대신, ‘매회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는 것’ 자체가 게임의 스토리를 완성시키고 변화시키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에 ‘대화’보다는 ‘만남’이 중요했다.


반면, 기존 파트너와 지속적인 소통은 자칫 단순한 구조의 게임에 ‘동일 파트너’까지 더해질 때 게임에 대한 신선함이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저니>에는 ‘대화 소통’ 기능이 철저히 배제된다. 대신 게임을 할 때마다 새로운 유저들과의 ‘만남’이 진행되게 함으로써 서사의 변주를 유저가 직접 완성시키도록 하였다.



3) <저니> 게임의 핵심 전략

    - ‘빛’을 활용한 ‘동료애’와 ‘연대감’, 단순함에서 오는 ‘확장성’


<저니>는 서사의 기승전결을 해체하고, 유저들 간의 ‘협력’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게임이다. 그렇다보니 <저니>에서는 동료 파트너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며, 플레이하는 동안 동료와 호흡을 맞춰 장애물을 극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동료애’와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동료와 협력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게임을 시작한 후 여정을 떠나는 과정 중 어느 시점에 다른 유저를 만났는데, 다른 유저를 만나는 시점 또한 플레이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지기 때문에 시작하자마자 바로 또는 몇 십 분이 지나서 만날 수 있는 등 일관적이지 않다.


파트너쉽은 어느 시점에 만나게 되는 상대 유저와 서로 ‘빛’을 주고받는 행위를 통해 맺었다. ‘빛’이 나오는 것은 ‘스페이스 바’ 키를 누름으로써 진행되며, ‘빛’의 크기는 해당키를 얼마나 길게 누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게임에서는 채팅 기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러한 ‘빛의 교환 행위’가 ‘유일한 소통 수단’이다. 플레이 과정에서 스페이스키를 누르지 전에 플레이 캐릭터를 웅크리는 동작을 취하면, 이는 함께 빛을 쏘기 위해 동료와 타이밍을 맞추게 해주는 무언의 약속이 된다.


물론 ‘빛’은 파트너와의 소통 외에도, 상대의 빛을 받아 날아갈 수 있는 ‘이동 수단’도 된다. 서로 빛을 쏴줌으로써 다음 장소로 빠르게 날아갈 수 있는데, 괴물을 만나거나 어려운 장애물을 마주했을 때 이러한 ‘빛 쏘기’는 매우 중요한 무기가 되었다.


<저니> 플레이 과정에서 유저들의 ‘협력 수단’으로서 사용되는 ‘빛’
           1) 스페이스 키를 누르는 길이에 따라 '빛'의 범위 달라짐
           2) 동료의 빛을 받아서 비행
           3) ‘위치표시’ 기능으로서의 ‘빛’ (대화/텍스트/소리 없음)
           4) 동료의 빛을 받아서 다음 장소로 이동 (단, 둘의 합이 맞아야 함)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게임 <저니>에서는 ‘빛’의 신호가 매우 중요하다. 대사나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빛’의 신호는 소통 수단이자 이동 수단이며, 장애물 또는 괴물과 싸우는 공격과 방어의 수단이다. 플레이를 하다가 서로 떨어지게 되더라도 ‘빛’을 누름으로서 상대의 위치와 생존여부를 확인하는 행위의 반복은 매우 자연스럽게 ‘동료애’와 ‘연대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대사가 없는 ‘논버벌(non-verbal)’ 형태의 콘텐츠이지만, 유저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빛’의 활용을 통해, 파트너와 강력히 연결된(connected)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대사의 삭제와 ‘빛’을 활용한 협력 시스템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쉽게 수용될 수 있는 장치다.  <저니>는 ‘언어’나 ‘특정 설정’을 배제함으로써 특정 문화적 배경 색채를 전혀 가지지 않기 때문에,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화적 할인이란, 동일 콘텐츠라도 각 문화권의 특성에 따라 왜곡/변형되어 수용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문화적 할인은 주로 언어적, 문화적, 관습적 요인들이 많을수록 발생하는데, '저니'는 언어가 없이 비주얼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인간 본연의 감성인 '우정'에 소구하기 때문에, 만국공통으로 수용될 수 있는 콘텐츠였다.  


또한 <저니>는 게임을 전혀 해보지 않은 ‘왕초보자’도 바로 참여가 가능할 정도로 매우 직관적이고 쉬운 플레이 방법을 제시했다. 스페이스바와 방향키만으로 플레이가 가능한데다, 대사가 없어 게임 속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화면에 등장하는 나의 아바타를 방향키로 조정하고 스페이스바를 눌러서 빛을 쏘게 하는 과정이 재미있는데다, 동맹을 맺은 익명의 동료 플레이어와 함꼐 움직이는 자체로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은 내게는 충분히 신기한 경험이었고, 플레이를 할 수록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볼 때, 결국 <저니>의 ‘단순한 설정’은 연령, 성별, 국가를 초월한 ‘확장성’을 높이는 유효한 전략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게임 <저니>에서 나타나는 '몰입'을 위한 '스토리텔링 특징' (유진희)


이상으로 게임 왕초보 입장에서 게임 <저니>의 스토리텔링에 나타난 '몰입' 요소를 분석해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 비주얼게임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3편에 계속)  


(1편  읽기: 왕초보자의 게 스토리텔링 분석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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