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주얼노벨 인디게임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의 '몰입'요인 분석하기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는 국내 인디게임 개발사인 ‘버프 스튜디오(Buff Studio)’에서 2021년 7월 출시한 추리 비주얼노벨 스토리 게임이다.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는 구글플레이스토어와 iOS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현재는 PC 버전도 발매된 상태다.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 또한 전체 이용 등급(G-Rated)이라서 ‘추리 게임’인데도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전혀 없다. 무엇보다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는 유명한 추리소설이나 추리영화 등의 오마주와 전통적인 추리물의 클리셰를 활용하는 등,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적극 시도하였다. 비주얼 노벨 게임답게, 유저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 전개와 엔딩이 달라지는 ‘인터랙티브형’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며 5개의 엔딩을 갖고 있다.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 또한 출시부터 인기가 높았다. 출시 2달 만인 2021년 9월에는 일본을 제외한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글로벌 마켓’에서 ‘추천앱’ 목록에 게재되었고, 2022년 6월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으로 10만 이상의 다운로드(무료), 4.5 평점을 기록하는 등 출시 1년 미만임에도 대중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러한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 게임은 2022년 5월 <인디크래프트 가상 게임쇼>에 출전하기도 하였다.
출시 약 1년차를 맞은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는 ‘비주얼 웹툰’에 가까운 게임으로, <저니>와 같이 쉽고 단순한 게임방식을 채택했다.
게임의 난이도는 <저니>보다 더 쉽다. 기승전결의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별 설정도 존재하지만, 유저는 각 단계별로 게임이 제시하는 ‘양자택일’의 선택과정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게임의 스토리는 유저가 선택한 방향에 따라 다르게 진행되며, 5개의 엔딩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의 전반적인 전개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주인공 ‘고도일(=유저=나)’이 홀로 겨울 산행을 나섰다가 폭설을 만나 조난을 당함
2. 홀로 산에 고립된 상태에서 비슷한 처지의 다른 조난객 4인을 만남
3. 선택의 시간 (혼자 vs. 같이)(혼자 또는 함께)
4. 간신히 산을 벗어나서 길을 가던 중 거대한 저택을 만남
5. 저택에 머무는 과정에서 살인사건 발생
6. 선택의 시간 (범인 추리 과정)
7. 각각의 이야기 전개 및 엔딩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는 5개의 엔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른 플레이어랑 같이 하는 게 아니라 ‘혼자’ 플레이하는 구조다. 이야기는 유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며, 유저 본인이 주인공인 ‘고도일’이 되기 때문에 추리 및 선택의 순간마다 ‘게임 속 캐릭터들과 채팅’할 수 있다.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에서는 이 게임은 유명한 추리소설이나 추리영화의 오마주와 클리셰 비틀기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플레이과정에서 매우 ‘익숙하고 친근한’ 감정을 느낀다.
또한 자신의 선택대로 엔딩이 달라지다보니, 유저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엔딩에 대한 ‘궁금증’ 또는 ‘호기심’을 계속 갖게 된다.
여기에 스토리 곳곳마다 등장하는 개그 코드는 B급 감성의 언어유희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명랑하고 밝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는 총 5개의 엔딩을 비롯하여 이야기 곳곳에 유저가 양자택일해야 하는 선택의 상황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각 선택별로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고, 캐릭터별 특징이나 성격 등 세부 설정이 모두 제시되어 있어 전체적으로는 기승전결이 연결되는 구조로 진행된다.
인터랙티브 스토리게임 장르의 특성상, 이야기의 흐름을 유저가 직접 선택하는 것은 유저의 ‘호기심’을 높여 ‘재플레이’를 유도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다른 이야기는 ‘기회비용’이 되는데, 인터랙티브 게임에서 ‘기회비용’(다른 선택지)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함으로써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가 아무리 만족스럽다 하더라도 본능적으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이야기의 결말을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이야기의 흐름을 본인이 선택하는 ‘결정권’은 해당 이야기의 결말이 설령 개연성이 떨어지더라도 그에 대한 불만족 대상은 일차적으로 ‘선택을 한 본인’이 되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만족감’ 하락을 최대한 상쇄시킨다.
유명 작품들과의 오마주 또는 패러디가 적극 사용된 것도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 몰입효과를 높이는 요인이다. 게임에서는 ‘아가사 크리스티’, ‘애드거 앨런 포’, ‘히가시노 게이고’ 등 유명 추리작가들의 실명과, 그들의 소설이나 추리영화의 오마주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게임 유저 뿐 아니라, 소설과 영화의 팬들, 작가의 팬들, 나아가 일반 대중에게 ‘반가움’의 감정을 전달함으로써 게임에 대한 ‘친근함’의 감정을 향상시키는 효과적 전략이 되었다.
실제로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 리뷰에는 “추리소설 팬으로서 즐거웠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패러디되서 반가웠다“ 등과 같은 내용들이 많았다.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는 쉽고 단순한 게임이지만, 그렇다고 ‘추리’의 요소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타임라인과 캐릭터 설명 카드에는 범인을 찾을 ‘단서’들이 제시되기 때문에, 유저는 게임하는 과정에서 “누가 범인인가?”를 지속적으로 추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쉬운 게임 방식 때문에 게임 매니아들이 자칫 유치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상쇄시키는 효과적 요인이기도 하다.
다만 그 과정이 ‘메신저창’이라는 게임 속 채팅 속에서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역동적 느낌보다는 ‘소설의 플레이’ 같은 정적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오히려 <살인저택의 부다페스트>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비단 내 경우뿐이 아니라더라도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의 리뷰들을 보면 실제로 게임 초보 유저들의 리뷰가 많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