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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비키 Sep 01. 2024

제작비 폭등에 따른 국내 드라마 시장의 변화와 개선방안

KCA <미디어 이슈 & 트렌드> 2024. 7+8월호 Vol.63 

본 글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에서 격월로 발행 중인 <미디어 이슈 & 트렌드> 2024년 7+8월호에 실린 원고의 오리지널 버전입니다. 제안해주신 KCA 한영주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KCA 편집버전 보러가기 -->  https://www.kca.kr/Media_Issue_Trend/vol63/KCA63_23_trend.html 




드라마 시장이 위기다. 2021년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성공 이후, 국내 드라마 시장은 제작비가 폭등하면서 역대급 위기를 맞고 있다. 2024년 현재 웬만한 드라마는 작품당 최소 200억~300억이 소요된다. 그렇다보니 제작사는 물론, 편성/유통을 담당하는 방송사와 OTT도 드라마 방영을 줄이고 있다. 투자-기획-제작-유통까지 산업의 밸류체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드라마 시장의 현 위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들어가며 

2010년대 후반 OTT가 주도한 오리지널 콘텐츠 열풍은 국내 드라마 산업의 유례없는 호황기를 이끌었지만, 제작비의 급격한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2024년 6월 현재, 국내 드라마 제작비는 평균 200억~300억원을 웃돈다. 심지어 2024년 말 공개될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2>는 출연료를 제외하고도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정, 2023.12.31.). 이는 국내 방송사와 OTT 사업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작비 상승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작.감.배(작가, 감독, 배우)’ 크리에이터들(*)의 몸값이 다시 떨어지기 어려운 때문이다. 현재 톱스타들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2억~3억을 상회한다. 배우 ‘이정재’의 <오정어게임2> 출연료는 무려 회당 10억원이다. 작가들 몸값도 올랐다. 김은숙, 박지은 등 톱작가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회당 2억원에 육박하는 원고료를 받고 있다(이유나, 2018.7.30.). 


제작비 폭등은 콘텐츠 산업이 지니는 특유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투자 위축을 야기하며 드라마 뿐 아니라 영상 콘텐츠 산업 전반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자본력이 고갈된 방송사와 토종 OTT 사업자들이 드라마 제작을 줄이거나 편성을 중단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편성을 잡지 못한 ‘재고드라마’들이 대거 양산되기 시작했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하는 재고드라마는 100여편에 이른다(정주원, 2023.8.13.). 200억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들이 편성되지 못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제작사에 전가된다. 투자-기획-제작-유통이 연결되어 있는 드라마 산업의 밸류체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 고에서는 제작비 상승이 드라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 본 고는 작가, 감독, 배우를 드라마 시장에서 통용되는 용어인 ‘크리에이터’로 표현하였다


제작비 인플레이션, 어느 정도일까? 


그동안 K-드라마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드라마 제작비의 1/10 수준으로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쌓아왔다. 이는 내수용으로만 제작소비되고 있는 일본 드라마나, 기술력 대비 크리에이티브가 뒤쳐진다고 평가받는 중국 드라마가 모방할 수 없는 국내 드라마의 경쟁우위이기도 했다. 


그러나 ‘K-드라마 = 가성비’라는 공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최근 넷플릭스는 국내 드라마 시장의 치솟는 출연료와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일본 제작 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에서의 드라마 제작은 국내의 절반 비용으로 가능하다(박영훈, 2024.6.15.). 누적 적자폭이 큰 토종 OTT들도 드라마 제작을 줄였다. 꾸준히 드라마를 제작했던 티빙은 2024년 ‘스포츠’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고, 웨이브는 2023년에 단 2편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한데 이어, 2024년에는 드라마 제작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윤정민, 2024.2.11.). 드라마 시장의 전통적 큰 손이었던 방송사는 드라마 제작 및 투자를 줄인지 오래고, 팬데믹 이후로는 편성마저 대폭 축소한 상태다.


그렇다면 최근 국내 드라마 제작비는 어느 정도일까? <표 1>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연도별 국내 시청순위 또는 화제성 15위까지의 드라마 중 제작비가 공개된 작품들만을 정리한 것이다. 타이틀별 제작비는 각 언론보도를 통해 취합했고, 전체 제작비 또는 회당 제작비 중 하나만 공개된 작품들은 에피소드 횟수를 확인하여 전체 또는 회당 제작비를 계산하였다.(**) 


(**)나열된 드라마 목록은 언론을 통해 ‘제작비가 공개된’ 작품들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 중에서는 실제로는 이보다 제작비가 적게 들어간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시청률 또는 화제성 등에서 성공한 작품들 위주로 제작비가 공개되는 드라마 시장의 특성상, 제작비가 공개된 드라마 작품들은 시장의 대표성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작가, 배우, 감독, 스태프 등 참여 인력들이 다수 작품에 겹치는 생태계 구조상, 제시된 드라마들의 제작비는 이후 제작되는 드라마들의 제작비를 설정하는 기준 자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표 1> 2019-2025 국내 주요 드라마 제작비

(출처: 작품별 언론보도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


<표 1>를 보면, 2018년 이후 국내 드라마들의 평균 전체 제작비는 약 344억원이고 회당 평균 제작비는 약 31억원이었다. 10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오징어게임2>를 제외해도 평균 제작비는 326억원, 회당 27억원이 소요된다. 제작비가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아닐 수 있지만, 이보다 제작비가 적게 든 드라마들을 고려해도 업계에서는 회당 평균 제작비가 최소 15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장수정, 2023.12.31.). 이는 10년전 보다 적게는 2~3배, 많게는 4~5배 증가한 수치다(공미나, 2024.5.14.).
 


제작비 상승 원인, 내수규모와 글로벌 수요의 불균형 구조에서 찾아야


익히 알려진 대로 넷플릭스는 국내 드라마 시장의 비용 인플레이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원인을 넷플릭스에서만 찾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다. 이미 2015년에 방영한 <육룡이 나르샤>가 제작비 300억원을 넘었고, 2016년 방영한 <푸른 바다의 전설>도 회당 제작비 10억원이 투입되는 등 제작비 상승은 넷플릭스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국내 드라마 시장의 제작비 상승은 글로벌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내수시장 규모가 너무 협소한 데서 나타나는 시장의 불균형 구조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제작비 폭등은 종편채널의 개국과 한류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불어 외적 요인인 제도적, 기술적 부분도 제작비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어 복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 ‘한류의 확산’과 ‘종편채널 개국’으로 인한 크리에이터 가치 상승

노동렬(2023)은 2003년 <겨울연가>의 일본 한류, 2014년 <별에서 온 그대>가 가져온 중국 한류, 그리고 2021년 <오징어 게임>이 가져온 OTT 한류가 제작비 상승을 이끈 주요 모멘텀이라고 지적한다. 세 번의 한류는 형태적으로 모두 핵심 생산요소인 크리에이터들의 가치를 극대화시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구현양상은 조금씩 달랐다. 


일본 한류는 ‘배용준’, ‘최지우’ 등 배우 팬덤이 강하게 작용했다. 덕분에 한류 연기자의 희소가치는 단기간에 높아졌지만, 그로 인해 국내 시장의 적정 제작비를 넘어서는 드라마 제작이 확산되며 제작사의 출연료 미지급금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출연료가 미지급된 국내 드라마는 11편에 이른다(노동렬, 2023, 23쪽).


이어 2012년 개국한 종편 채널들은 배우 뿐 아니라, 작가와 PD 가치도 상승시켰다. 방송시장의 후발주자였던 종편채널들이 지상파 상대로 캐스팅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배우, 작가, PD에게 프리미엄을 붙여 기존보다 높은 출연료를 제시하면서 이들의 몸값이 올라간 것이다(윤고은, 2012.7.11.). 


여기에 2014년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과 함께 확산된 중국 한류는 크리에이터 몸값을 또 한번 상승시켰다. 이 시기의 중국 투자자들은 자국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국내 제작사에 적극 투자했는데, 그 과정에서 국내 배우 및 작가 개런티가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연출 및 카메라 감독 등이 플라잉 PD로 대거 파견되면서 이들의 가치가 올라갔다. 중국 자본의 유입은 중국 자본에 대한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의 종속을 확산시키고, 중국 제작사들에 의한 IP의 모방과 도용이 증가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대 후반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글로벌 OTT의 공습은 ‘작,감,배’의 출연료 인상뿐 아니라 DI, CG, 음향, 자막 등 포스트프로덕션의 비용을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상승시켰다. 넷플릭스는 약탈적 가격을 통해 제작사들을 하청기지화 시켰고, 기존 드라마 투자/편성사업자인 방송사들의 자생력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일본 및 중국 한류와는 결이 다른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 편성슬롯 확보를 위한 프리프로덕션’ 경쟁 심화

사전제작 시스템의 정착으로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 비중이 높아진 것도 제작비 증가를 이끈 요인이다.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프리프로덕션은 제작사들이 OTT, 방송사 등 편성 후보 플랫폼(채널)에게 기획안을 제출하는 ‘기획’ 단계의 의미로  통용된다(****). 프리프로덕션은 드라마 대본과 함께 작가, 감독(PD), 배우 등 크리에이터 조합이 함께 제시되는데, 이 때 톱배우는 물론이고, 스타감독과 스타작가가 참여하면 기획안이 채택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다보니 제작사들은 선지급 형태로 이들에게 계약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문 번역 때문에 자칫 ‘사전 제작’으로 여길 수 있으나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쓰인다. 프리프로덕션 단계는 대본 4부(작가), 연출(감독), 캐스팅(배우)이 완료된 상태로, 이를 위해 제작사는 작가, 감독, 배우를 묶어두기 위해 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크리에터들의 몸값 자체가 오른 상황이라, 계약금이라 해도 결코 금액이 작지 않다. 4회까지의 대본료(작가), 연출계약료, 주연배우 2~3인의 계약료를 합치면 최근 드라마 시세로 볼 때 평균적으로 최소 10억 가량이 필요한데, 편성 계약을 하지 못하면 이 금액은 고스란히 제작사의 손실이 된다. 이처럼 제작사들의 부담이 높아지는 구조는 국내 드라마 생태계를 톱크리에이터와 계약할 수 있는 대형 제작사들만 살아남는 환경으로 재편시킨다. 이는 궁극적으로 드라마 시장의 다양성이 훼손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 52시간 근무제 및 포스트 프로덕션 비중 증대

또한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에 따른 스태프 근로시간의 증가도 제작비 상승에 기여했다. 과거 16부작 드라마는 120일 가량 촬영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지금은 180일 이상 소요된다(공미나, 2024.5.14.). 그런데 제작 기간 증가에 따른 비용 상승분은 단순히 연장 기간만큼만 늘어나지 않는다. 촬영장비의 철수와 세팅이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인건비와 이동비 등이 추가되면 실제 제작비는 100일 촬영대비 2배~3배 이상 늘어난다. 게다가 배우 컨디션 또는 날씨 등 변동성을 가진 요소들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UHD, 8K 등의 고화질 영상이 대중화됨에 따라, CG, VFC, 미술, 믹싱 등 후반작업(Post-Production)도 중요해졌다. 새로운 기술과 장비의 등장으로 포커스풀러, 데이터매니저, 편집 렌더링 담당 등 새로운 직종의 기술인력 수요도 늘어났다. 실제로 국내 2007년부터 2021년 동안 제작된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제작, 촬영, 조명, 편집, 동시녹음, 모든 분야에서 스태프 수가 증가하는 등 인건비 비중이 높아진 것이 확인되었다 (노동렬, 2022). 


그럼에도 넷플릭스 의존도가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

이처럼 제작비의 인플레이션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났지만, 드라마 산업의 위기는 OTT 한류 이후에 본격적으로 체감되고 있다. 이는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시장에서 제작비용을 회수하기가 매우 어려운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는 때문이다. 


국내 드라마 제작 비즈니스 모델은 ‘외주 제작’과 ‘IP 보유’로 나뉜다. 이 중 외주 제작 모델은 1991년 국내 외주제작 시스템과 함께 정착한 한국식 수익 모델이다(이문행, 2010). 외주 제작은 콘텐츠를 편성하는 사업자가 드라마 제작비를 투자하고 제작사가 콘텐츠를 기획/개발하는 ‘제작-유통의 이원체제’ 구조를 띤다. 이 때 투자와 편성을 담당한 사업자가 과거에는 방송사였다면, 최근에는 그 역할을 주로 OTT가 담당한다. 외주 제작 모델은 콘텐츠 제작에 대한 위험부담을 제작사가 아닌 편성사업자가 감당한다는 점에서 중소형 제작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대신 IP 소유권이 제작비를 투자한 편성(유통) 사업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제작사는 드라마 성공 시 추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자칫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그림 1> 외주제작 모델

저자 작성


IP보유는 제작사가 전액 또는 일정 부분의 제작비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미국에서 발전한 제작 모델이다.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는 다양한 사업자들과 공동제작을 추진하거나, 영화 시장에서처럼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제작비를 충당하는 방식의 제작이 확산되고 있다. 이 또한 제작비 상승이 일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IP보유 모델은 드라마 ‘투자 형태’와 ‘제작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며,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은 투자한 금액과 제작에 참여한 비율만큼 IP 권리와 수익을 배분받는다. 


IP 보유는 협찬(PPL), VOD, 후속창구를 통한 방영권 재판매 등 지속적인 수익이 창출된다는 점에서 모든 제작사들이 바라는 모델이지만, 제작 과정에서 일정부분 투자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30년 넘게 외주제작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해온 제작사들은 제작비 투입부터 회수기간까지 장기간 버틸 수 있는 재무적 체력을 갖추 못한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IP보유 방식의 제작모델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그림 2> IP보유 모델 예시 (*****)

저자 작성
(*****) IP 보유 모델은 제작비 투자 비율, 제작 참여 방식, 참여 플레이어 수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형화된 모델로 도식화하기 어렵다. <그림 2>는 현재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사례들을 도식화한 것이며, 이 외에도 새로운 방식의 공동제작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자생력을 잃어버린 방송시장


현재의 드라마 제작비는 고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방송사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가 되었다. 게다가 시청행태와 매체 환경이 변화한 상황에서 드라마 편성은 비싼 방영권료에 비해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방송사들의 이러한 상황은 드라마 편성 슬롯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SBS가 월화드라마를 폐지한 것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지상파 3사와 tvN 등 주요 방송채널들이 일제히 수목 드라마 편성구간을 폐지하고 그 자리에 예능 프로그램을 편성하였다(장우영, 2023.4.25.). 

방송사별 드라마 편성 추이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주요 방송사별 편성표를 기준으로 연간 방영 목록을 확인하였다. <그림 3>은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지상파 3사, 종편 4사, 그리고 CJ ENM계열 채널(tvN, OCN)의 연간 드라마 방영 편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 3> 2011-2023년 국내 방송(채널)사업자의 드라마 방영 편수 변화

(방송사별 연도별 편성 작품수를 취합하여 분석하였음)


<그림 3>을 보면, 2012년 91편의 드라마를 편성했던 지상파 3사는 2023년에 1/3 가량 감소한 32편을 방영하였고, 종편 채널들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22편~23편을 방영했으나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개국 시절 수준인 15편을 방영했다. CJ ENM 계열도 2023년에 2018년의 절반수준인 20편만 방영하였다. 방송사별 방영 편수를 합산하면, 2017~2019년 동안 매년 120편 이상 방영되다가, 2020년과 2021년에 100편 이내로 떨어졌고(각 92편), 이어 2022년 87편, 2023년에 78편으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국내 방송사에서 드라마 1회 편성시, 드라마 앞뒤 및 중간광고로 벌 수 있는 광고수익은 3~4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김회권, 2024.4.27.). 이것도 완판될 때의 경우고, 실제로는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에 밀리면서 방송광고 시장의 파이는 많이 줄어든 상태다. 반면 <표 1>에서 확인하였듯 현재 드라마 회당 제작비는 예상 광고수익인 10억을 훌쩍 넘는다. 국내 방송시장이 드라마 제작을 위한 자생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결코 과장은 아닌 셈이다(노동렬, 2023).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있을까? 현재 높아진 출연료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회당 출연료 대신 러닝 개런티 방식, 중소 제작사 제작지원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투자-제작-편성-유통이 동시에 돌아가는 드라마 가치사슬 생태계를 고려하여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 투자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공유 시스템’의 확립

먼저 영화 시장처럼 외부 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 드라마 시장은 중소제작사는 물론이고, 스튜디오 드래곤, SLL 등 대형 제작사들도 제작비를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국내 드라마 제작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더글로리>는 국내 최고의 탑작가와 탑배우들이 참여했음에도, IP 확보형이 아닌 외주 형태로 제작했다. 이러한 사례는 대형 제작사조차 자체적으로는 제작이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외부 투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한 사례가 일부 있긴 하나, 대부분의 드라마는 방송사와 OTT가 투자하고 편성하는 구조로 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정보공유에 폐쇄적인 국내 드라마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현재 드라마 시장에서 공개되는 데이터는 방송 시청률이 전부다. 반면 제작비, 유통수익, 프로그램별 평균 시청시간, 누적 시청시간, 시청비중 등 등 작품당 투입비용과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다보니, 제작 단계에서 자동적으로 자본력에서 우위에 있는 넷플릭스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제작비, 시청(누적, 평균, 회당), 매출(광고, 구독, 유통) 등 성과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드라마 개별 IP에 대한 투자가치를 확인하고 합리적 투자금액을 평가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이는 콘텐츠 산업의 근본적 문제였던 ‘불확실성’의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체질 개선의 필수 과정이기도 하다.  


 다양성 증진을 위한 한시적 ‘편성쿼터제’ 도입

제작-편성 측면에서는 한시적으로 저예산 작품에 대한 ‘편성 쿼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콘텐츠 사업자(CP) 입장에서도 방송사는 드라마 판권을 팔기에 더 이상 매력적인 창구가 아니다. 과거에는 ‘방송 채널의 편성 여부’와 ‘시청률’이 해외 시장에 재판매하는 척도였지만, 이제는 글로벌 OTT에 콘텐츠를 유통하지 않으면 사실상 해외 유통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는 제작사의 방송사 선호도를 떨어뜨려 방송사의 편성 물량을 줄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편성 쿼터제는 방송사 입장에서 콘텐츠 유통 창구로서의 매력을 높이고 콘텐츠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편성쿼터제는 대형화된 제작사만 살아남는 구조에서 중소제작사들에게도 제작 기회를 제공하며, 신진 작가, 감독, 배우의 대한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는 계기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초기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때, 실험적이고 다양한 장르들을 선보임으로써 레거시 미디어와 차별화했던 것을 벤치마킹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와 동시에 방송사 및 토종 OTT에게도 편성에 따른 해당 작품의 수익 공제율을 높여주는 등의 혜택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 IP 보호 및 권리범위에 대한 표준화된 개념 정립

IP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의 권리범위에 대한 표준화된 개념정립도 시급하다. 회당 제작비가 10~20억원을 육박하는 만큼, 앞으로의 제작형태는 공동제작 방식으로, 제작비는 콘텐츠 펀드로 충당되는 영화식의 투자 방식이 확산될 것이다. 이는 자칫 IP 소유권에 대한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저작권을 양도했다는 이유로 향후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보상받지 못하는 것은 콘텐츠의 기획개발 단계인 ‘프리프로덕션’에 대한 적정 대가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저작권을 양도했어도 향후 작품을 통해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경우 프리프로덕션에 대한 보상을 일정부분 보장해주는 저작인접권의 개념적 합의가 필요하며, 그에 대한 법안 개정 및 제작사, 크리에이터 대상의 관련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적정 출연료에 대한 합의된 가이드라인 제시

마지막으로 적정 출연료에 대한 합리적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국내 제작사들은 ‘간택’을 받기 위해 흥행 가능성이 높은 스타와의 협업에 더욱 주력하게 되고, 이는 또 다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아진 스타들의 몸값은 드라마 제작축소로 이어지면서, 모두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안윤지, 2024.3.2.). 시장 논리에 따른 몸값 상승 자체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생태계 회복을 위해 크리에이터 그룹과, 제작사, 투자사, 방송사와 OTT 등이 논의하여 출연료 및 생산요소에 대해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공미나(2024.5.14.) "내년이 진짜 위험"…제작비 상승 악순환에 빠진 업계, 더팩트 https://news.tf.co.kr/read/entertain/2098137.htm

김회권(2024.4.27.). ‘눈물의 여왕’은 웃고 있지만 K드라마는 지금 울고 싶다, 주간조선,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4184 

노동렬(2022). 생산요소 가격의 변화와 드라마 제작시장의 진화, 연기예술연구, 27, 171-196.

노동렬(2023). 드라마 시장의 '오징어 게임'- 글로벌 OTT 생태계로 인한 인센티브 발생 체계의 변화를 중심으로,  한국방송학보, 37(5호), 5-51.

박영훈(2024.6.15.). “터질게 터졌다” 회당 출연료 3억~4억원 기본…너무 심하다했더니, 헤럴드경제, https://news.heraldcorp.com/view.php?ud=20240615050091 

안윤지(2024.3.2.). "작품 없다" VS "회당 출연료 1억"..배우도, 제작사도 '울상'[안윤지의 돋보기], 스타뉴스, https://www.starnewskorea.com/stview.php?no=2024022913290388345  

윤고은(20121.7.11.). 종편 가는 배우·작가, '회당 1억' 향해 질주, 종편 가는 배우.작가, '회당 1억' 향해 질주, 연합뉴스,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001/0005689979

윤정민(2024.2.11.).넷플릭스에 쏠리는 K드라마…토종 OTT에서 사라지는 이유, 뉴시스,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206_0002619339&cID=13005&pID=13100 

이문행(2010). 국내 방송 콘텐츠 유통 시장의 구조적 특성,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10(9).

이유나(2018.7.30.). '섹션' "김은숙·박지은 회당 원고료 1억대 훌쩍, 초특급 ★작가",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30/2018073002669.html

장우영(2023.4.25.). KBS 이어 tvN까지…‘수목극’ 잠정 중단의 진짜 속내, OSEN, https://www.osen.co.kr/article/G1112090740 

장수정(2023.12.31.). 드라마 제작비 ‘천억’ 시대, 진부해진 ‘성공 공식’은 안 통하니 ‘답답’, 데일리안, https://www.dailian.co.kr/news/view/1312104 

정주원(2023.8.13.). OTT가 올려놓은 제작비 … TV 드라마가 쪼그라든다,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ulture/10806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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