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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비키 Mar 05. 2019

일반은총, 이기적 인간, 그리고 미세먼지

2019.3월 첫 주, 미세먼지 재난사태를 맞아

미세먼지 특보 6일째.



일주일 정도 가슴이 답답했다. 미세먼지 때문인줄 알았는에 약하게 위염이 재발했던 거였다.


사람마다 오장육부중에 약한 부위가 한 두 군데씩 있다고 하는데, 내 경우에는 그게 '#위'(#stomach)다. 조금만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는 물론이고,  예고없이 수시로 등장하는 것이 위경련, 위염 등인데, 최근 그랬다.


지난주 내내 답답했을 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미세먼지 탓만 했다가 주말에 약하게 통증이 와서, 체한 걸 알아챘다.

주일 밤에 잠을 뒤척이느라, 어제는 지갑을 놓고 출근했다. 회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는 순간, 지갑을 놓고 왔다는 걸 알아챌 정도로 정신이 없었던 거다. ㅋㅋㅋㅋ 다행히 오늘은 어제보다 한결 나아졌다. 이번엔 심하게 체한게 아니라서, 위 상태도 많이 아픈 건 아니었고.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다들 숨쉬기 힘들어한다. 생각해보면 평소 너무 흔해서 별 생각없이 누리고 살아가는 것들 중에 귀하고 가치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나. 숨쉴 수 있는 맑은 공기와 물, 음식을 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건강한 소화기관.


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미세먼지로 뒤덮인 남산타워



물질만능주의 시대라지만, 돈은 까짓거 부족해도 살아갈 수 있어도, 물과 공기는 부족하면 살 수 없다.

그래서 이것들이 인류 모두에게 '공평하고', '풍족하게' 주어진게 아닌가 싶다. 이것이 우리가 응당 신(GOD)에게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인 것일 테고.


생각해보자. 전쟁이나 자유를 빼앗긴 독재 체제 같은 최악의 시대에도 숨쉴 수 있는 공기와 물은 있었다. 세계대전, 경제공황 같은 역사적으로 전세계가 고난의 터널을 지나던 시기에도 공기는 존재했다. 중세시대, 흑사병으로 유럽의 절반인구가 죽어갈 때도 공기는 존재했다. 간혹 물이 오염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공기의 오염은 극히 일부였다. 그만큼 '호흡하는 것'은 선인이든, 악인이든 할 것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축복이었다. 그래서 진짜 '인권'은 사실 신만이 부여할 수 있었다. 인간들이 아무리 인권을 부르짖어도, 진짜로 자유롭고 평등하게 주어질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물과 공기는 신이 허락한 최고의 선물이저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굳이 구분하자면 마지막 전 단계가 물, 그리고 진짜 마지막 단계가 공기라고나 할까. 인간이 물없으면 3일만에 죽고, 산소없으면 5분만에 죽는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 마지막 보루인 '공기'가 사라질 판이다.

태초부터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보편적이고 공평하면서도 풍족하게 주어진 신의 선물이.


한없이 교만하고 이기적이고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들이 감히 당연히게 누려왔던,

하지만 실상은 신이 한없는 은혜로 허락해주신 '일반은총'이.

그 '공평하고' '풍족한' 누림의 특권을 망가뜨린 건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신이 아니다.


연일 미세먼지 재난문자가 온다. 미세먼지에 둔감한 사람들조차 이번에는 심각성을 체감할 정도로 역대급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 웬만큼 뿌연 정도가 아니라, 그냥 회색과 황색이 섞인 하늘이다. 파란 하늘은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하고, 마스크은 무용지물이 되어간다. 이 상태라면 조만간 방독면을 써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나라를 뜨는 것만이 답이냐는 자조섞인 소리들이 국민들 사이에서 퍼져간다. 국민들의 반중, 반북, 반정권 정서는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처럼 위태롭게 간신히 억눌려져 있는 상태다.


숨을 쉴 수 없는 상황, 물리적인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폼잡고 너그럽게 있을 인간이 얼마나 될까.


일반은총을 내려준 신 앞에서도 이기적이고 감사를 모르던 인간들이었는데, 국민 건강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권에게야 오죽할까.


2019년 3월 5일 현재, 6일 연속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및 특보발령 공지 재난문자가 날라왔다.


대체 이놈의 미세먼지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어쩌다 우리 인간은 이제 하나님이 인류 모두에게 허락하신 일반은총까지 훼손시키고 만 것일까.


아침에 운전하면서 뿌연 하늘을 바라보는데 , 그동안 감사를 잃고 살았던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미세먼지가 뒤덮은 하늘만큼이나 답답하고 씁쓸한 아침이었다. 중국으로 미세먼지가 다 휩쓸려 갔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된다고 한들 근본적인 우리의 문제는 해결이 될까.


미세먼지는 해결이 되겠지만, 감사를 잃어버린채 '내 것'만을 주장하는 극심한 이기주의와 불평불만, 편가르기, 시기/질투, 비교의식 등 우리민족의 단점들은 회복이 될까.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후에도 또 미세먼지 파동이 없으리란 법이 없지 않나.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을 보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출근길에 문득 서글퍼졌다. 위가 아파서가 아니었다.


더불어 이제 막 6살(12월생, 만 4살), 8개월된 까꿍이 조카들이 너무너무 가엽다. 큰 조카는 겨울에 자전거 탈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ㅠㅠ



#재난문자만_며칠째 #이제는_재난문자에도_모두가_무감각 #끝이안보이는상황 #미세먼지저감조치 #특보 #비상상황 #시사 #생각의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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