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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비키 Apr 04. 2019

지상파채널의 지상파로서의 역할과 가치 상실에 대한 비판

속초-고성 화재를 대하는 보도채널들의 행태를 보며


 글이 <지디넷 코리아> 칼럼으로 나왔습니다. 칼럼 글은  글을 바탕으로 내용을   보강해서 실렸습니다.  해당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칼럼 원문  https://brunch.co.kr/@jhwhjn/64 (브런치)

지디넷 칼럼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92&aid=0002159480 




기가 막힌다. 속초- 고성 산불은 거의 도시 전체가 타는, 그야말로 대형 재난이다. 수준이 아니라, 거의 도시 전체가 타는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시각 지상파 채널들은 죄다 드라마와 다큐(kbs1, 시민의 소리)만 한다. ㅠㅠ

지상파 채널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공공성과 공익성 측면에서 지상파의 가치는 여전히 공고하게 살아있다. 그리고 "재난방송"은 공공/공익의 역할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지금 강원도 고성의 화재는 잠시의 산불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도시가 날아갈 것 같은 엄청난 규모다. 방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낮부터 산불이 시작되서 도시로 옮겨붙었다고 한다. 강풍 때문에 진화도 쉽지 않아 화재 범위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는 소식이다.

 

신문사들이 인터넷 기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한  현장상황 사진들.  도시 전체가 타는 듯한 인상마저 주는 대형화재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쯤되면 지상파(최소한 KBS 1이라도 ) 채널은 긴급 속보의 재난방송체재로 들어가야 하는게 마땅하다. 하지만 전혀 소식이 없다. 네이버 또한 이 정도 규모의 화재라면 메인에 실시간 문자속보라도 올려야 한다. 그런데 역시 없다. 강원도에 지인이나 가족이 사는 사람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처사다. (그나마 이 글을 쓰는 도중에 네이버는 메인에 기사가 떴다. 늦게나마 mbc도 방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드라마 다 끝나고서)

내 경우, 화재소식에 대한 최초 경로는 버닝썬 기사들을 보다가 댓글이었다. 지상파가 보도를 안한다는 것도 댓글들을 보고 알았다. 바로 거실로 나가 리모콘을 돌려보니 YTN만 재난방송을 할 뿐, 보도기능을 갖춘 지상파, 종편, 연합뉴스채널 모두 노관심이었다. 반면 유튜브에서는 그리도 방송계가 규제하고 싶어하는, 문제가 많다고 하는 1인 미디어 채널들이 실시간으로 재난현장을 방송하고 있었다. (이런데도 포털 댓글란을 폐지하라는 의견들, 1인미디어는 문제가 많으니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곤 하지~ ㅠㅠ)



방송의 가치는 방송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 방송도 산업이니 수익을 고민하는 것은 백번 이해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취재하고 내보낼지의 우선순위마저 바껴서는 안된다. 예능과 드라마 같은 오락 프로그램 편성비율이 높다하더라도, 지상파의 '보도기능'은 여론형성과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는 '의무'이자 '방송 본연의 가치'이다. <방송=언론>의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나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 강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는 비단 내 주장이 아니라 "법률상으로" 방송을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지상파의 자부심이 유지되려면 '방송'으로서의 가치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필수다. 매번 흔하디 흔한 이념논쟁과 정치권의 싸움만 전달할 것이 아니라,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재난방송부터 챙기는게 당연한 거다. 서울이나 경기도였다면, 아니 경상도나 전라도였어도 이렇게 했을까. 가뜩이나 코딱지만한 국토에서, 이 정도 규모의 화재면 전국민이 알아야 할 메가급 재난이다. 모든 보도채널이 어렵다면, 적어도 수신료를 먹는 공영방송채널에서라도 방송했어야 하는게 아닐런지.

지금 거실에서 연합뉴스를 보시던 부모님만해도 이 소식을 전혀 모른채, 다른 자잘한 뉴스들을 보면서 대화중이셨다. 아빠는 잠깐 단신으로 나온 산불소식을 보긴 했다고 하셨으나 그냥 평범한(?) 산불인가싶었다고 하셨다. 속초-고성 지역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이 비슷할거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국 모든 소방차와 소방수들 전원 소집령이 떨어졌다. 유튜브와 YTN 보도로만 해도 밤 9시가 되기 전에였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지상파 뉴스는 짧게 단신으로 처리하고, 이후 드라마와 그다지 공감가지 않는 (눈에 안들어와서일수도 있겠지만) 다큐만 나오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나만 아니면 된다"며 타인의 고통에 관심조차 없는 이기주의 마인드는 개개인의 성품과 교육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처럼 심각한 재난을 앞에 두고 해당지역인들을 다같이 걱정할 수 있도록 빠르게 재난방송을 해주는 공영방송의 부재도 한 몫 한다. 알권리가 충족되지 않는데, 시청자들이 어떻게 타인의/혹은 타지역에 미친 위험에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방송계 종사자로서 순간 내적짜증이 올라와서 늦은밤에, 머리에 떠오르는대로 주절주절 썼다. 오랜만에 하는 야밤의 타이핑이 부드러운 글로 채워지지 않아서 슬프다.



#방송의의무 #방송이란 #공공성 #공익성 #재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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