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투어에 참여한 사람들 중 한 명은 베트남계 호주인 외교관이었다. 그는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어요?" 같은 평범한 질문으로 대화가 시작되었고, 그 대화는 투어 내내 이어졌다. 점심도 함께 먹게 되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었다. 날씨, 여행 일정,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인상 같은 것들. 할 말이 떨어지면 잠깐 조용해졌다가, 또 누군가 다른 질문을 꺼냈다. 그 과정이 낯설었다. 나는 목적 없는 대화를 이어가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할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때는 괜찮은데, 그냥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말을 섞는다는 게 어색했다.
그런데 서구권에서는 이게 훨씬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였다.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쉽게 말을 섞고, 그게 이상하지 않았다. 스몰토킹은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수단이 아니라, 낯선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는 방식이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괜찮다는 전제. 오히려 가벼운 대화가 서로를 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분위기에 맞춰보려고 애썼다. 영어 연습도 할 겸, 일부러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이어갔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시도는 했다.
투어에는 파리 출신 프랑스인과 불어를 쓰는 벨기에 사람도 있었다. 몇 번이나 불어로 말을 걸까 고민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불어를 못해서가 아니었다. 타이밍을 재다가, 어색할까 봐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쳤다. 베트남계 호주인과는 달랐다. 그는 먼저 문을 열어줬고, 나는 그 흐름에 맞춰 들어갈 수 있었다. 프랑스인에게는 내가 먼저 문을 열어야 했다. 그게 달랐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주로 도시를 본다. 건물, 거리, 시스템.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금문교를 보고, 간척지 이야기를 듣고, Waymo를 탔다. 하지만 돌아보면 가장 오래 남는 건 사람과의 짧은 순간들이었다. 베트남계 호주인과 나눈 의미 없는 대화, 프랑스인에게 건네지 못한 불어 한마디. 도시는 설명할 수 있지만, 사람과의 순간은 설명되지 않는다. 그냥 남는다.
점심을 먹고 헤어질 때, 베트남계 호주인은 "즐거웠어요"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답했다. 실제로 즐거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낯선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편하지는 않았지만, 할 수는 있었다. 할 수 있었지만, 선택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내가 배운 건 도시의 역사나 문제만이 아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까지 열려 있고 어디서 망설이는지. 그것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