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② 같은 거리, 다른 속도

도시가 감당하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by ChatBleu

워킹투어를 마치고 나서, 나는 며칠 동안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걸었다. 맥락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거리가 덜 불편해지지는 않았다. 노숙자들은 여전히 거기 있었고, 냄새도 그대로였다. 다만 이제는 단순하게 "관리가 안 되는 도시"라고 생각하지는 않게 되었다.


가이드가 했던 말 중 하나가 계속 떠올랐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지역에 밀집한 거대 기술 기업들로부터 높은 세금을 걷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이야기였다. 세수가 많은 만큼 도시가 감당해야 할 책임도 크다. 다른 도시들이 떠넘긴 문제까지 떠안으면서도, 이 도시는 해결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문제를 방치한 도시가 아니라, 문제의 크기와 복잡성 때문에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도시. 어쩌면 지금의 상태는 실패가 아니라 진행 중인 과정에 가까웠다.


그런데 같은 거리 위에는 전혀 다른 종류의 변화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Waymo와 ZOOX 같은 자율주행차는 실험실 속 기술이 아니라 이미 상용화된 서비스였다. 국내에서는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기술이 이곳에서는 실제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처음 Waymo를 불러봤을 때는 우버보다 비싸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쯤 타보고 싶었다. 운전석에 사람이 없다는 게 어색했지만, 차는 신호를 지키고 차선을 바꾸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


경험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Waymo 창밖으로 노숙자들이 보였다. 최첨단 기술이 도로를 달리는 도시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여전히 같은 거리에 있었다. 이 도시는 한쪽에서는 거대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문제를 감당하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기업들이 만든 미래가 이미 달리고 있었다. 발전은 눈에 띄는데, 그 발전이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닿고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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