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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May 23. 2022

전남 완도 생일도

- 언제라도 그곳에 가면 누구나 생일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유명한 김춘수 님의 시 ‘꽃’의 일부다. 꽃도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듯이, 산도 섬도 그러나 보다. 경기도 가평에는 연인산(1068m)이라는 산이 있다. 명지산에서 남부 능선으로 뻗어 나가는 산줄기에 위치해 우목봉으로 불렸으나 1993년 가평군에서 연인산으로 개명하면서 지금은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 전국 인기 명산의 반열에 올랐다.


생일도에 도착하면 맨 처음 반기는 ‘거대한 생일 케이크’


약산면 당목항을 출발한 차도선이 생일도 서성항에 도착하고 있다

완도 생일도(生日島)는 처음에는 산일도(山日島), 산이도(山伊島)로 불리다가 주민들의 본성이 착하고 어질어 갓 태어난 아기와 같다 하여 날 생(生)과 날 일(日) 자를 붙여 생일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유래는 예로부터 험한 바다에서 조난 사고와 해적들 횡포가 심해 이름을 새로 짓고 새로 태어나라는 뜻에서 생일도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다.


약산면 당목항에서 생일도 서성항을 잇는 차도선이 매일 8회 왕복 운항한다. 오전 9시 40분 당목항을 출발한 배는 25분 만에 서성항에 도착한다. 서성항에는 대형 케이크 조형물이 여행객을 맞이하는데 비록 모형이긴 하지만 이렇게 큰 케이크를 보고 나면 마치 오늘이 생일인 듯, 새로 태어나는 듯한 나를 만나게 된다.

백운산 오르는 길에 바라본 서성항과 서성마을. 좌측 멀리 장흥 천관산이, 우측 멀리 금당도가 조망된다

생일도는 2016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된 후 방문객들이 점차 늘고 있는 활력 넘치는 섬이다. 산세의 아름다움에 취해 구름도 머문다는 백운산(483m)은 상왕산(644m)에 이어 완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다. 백운산 자락에는 학이 사는 상서로운 절이라는 학서암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서쪽 해안에는 금빛 모래의 금곡해수욕장이, 남쪽 해안에는 갯돌로 이뤄진 용출갯돌밭이 있으며 후박과 잣밤, 동백나무 등 상록수림이 울창하고 야생 염소들이 바닷가를 노니는 진풍경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생일도는 2개의 유인도와 12개의 무인도로 형성되어 있으며 서성마을 유촌마을, 금곡마을, 용출마을 등 6개 마을에는 9백여 명의 주민들이 풍요와 희망을 일구며 오순도순 살고 있다. 주요 산업은 전복, 해조류(미역, 다시마, 청각) 양식, 낭장망 멸치를 잡아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절해의 고도에서 발에 탈을 쓰고 놀다..생일도 '발광대놀이'


풍부한 바다 자원으로 생활이 윤택해서인지 생일도 사람들은 농어한기에 공공장소에 모여 발에 탈을 씌우고 노는 ‘발광대놀이’를 창안해 연행하기도 했다. 1950~1960년대까지 정월에 마을 농악패가 밤굿을 할 때면 농악과 소리꾼의 가락에 맞춰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재주를 부리던 놀이다.

생일도 발광대놀이 조형물


아 헤야 에헤루~ 상~사 뒤여

여보시오 농부님들 이내 말을 들어봐요

아 헤야 에헤루~상~사 뒤여

서마지기 논배미가 반달만큼 남았네

아 헤아 에헤루~상~사 뒤여


이 놀이는 50년 전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연행되었으나, 그 후 명맥이 끊어졌다. 생일도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던 발광대놀이를 보존하기 위해 면사무소에서는 발광대놀이 보존위원회를 구성했다. 최근 각종 고증과 자료를 통해 50년 만에 재현되었으며,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에 초청받아 문화예술계는 물론 관람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완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백운산과 유서 깊은 학서암, 그리고 금곡해수욕장


생일도는 백운산을 중심으로 능선과 산허리를 임도와 산길로 이어주는 둘레길과 자전거 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생일도에는 백운산을 중심으로 능선과 산허리를 임도와 산길로 이어주는 15km의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 서성항에서 시작되는 둘레길은 섬의 유일한 문화재인 ‘학서암 가는 길’과 남해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백운산 능선길’ 등 7개 코스가 있어 자전거나 트레킹에 안성맞춤이다.

서성항에서 생일송 가는 길로 이어지는 데크 계단

백운산 트레킹은 통상 선착장 앞 데크 계단을 오르면서 시작된다. 계단을 오르고 나면 생일송(生日松)이라 불리는 200년 된 소나무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 포토존에서 추억을 남긴 후 서성마을로 이어지는 해변도로로 내려서면 550년 된 느티나무 보호수가 우람한 모습의 자태를 선보인다.

생일도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는 소나무 '생일송'과 포토존

곧이어 나타나는 이정표를 따라 좌측으로 들어서면 금일중 생일분교가 나온다. 백운산 등산로까지는 이곳에서 시멘트 임도를 따라 1km 남짓 올라야 한다. 5월 중순의 날씨가 무덥고 뜨거워 초여름을 느끼게 한다. 용출봉과 백운봉이 갈리는 삼거리에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는데 가파른 산길에다 바람이 불지 않아 몸은 땀으로 비 오는 듯하다.

1719년에 창건된 학서암

길은 다시 두어 차례 된비알로 이어지더니 이윽고 학서암에 도착한다. 학서암 두 개의 석탑은 현대식인데 대웅전은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해 준다. 1719년(숙종 45년)에 천관사(天冠寺)의 승려 화식(和湜)이 세운 암자였는데 중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백운산을 지키는 도량이 되었다고 한다. 학서암은 일반적인 사찰 배치와는 다르게 산허리에 일직선으로 놓인 게 특징이다. 아마도 지형이 가팔라 건물이 깊게 들어설 여유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백운산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학서암. 그 너머로 양식장과 평일도(금일읍)가 보인다

백운봉으로 높이 오를수록 생일도와 그 주변의 모습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배를 타고 오면서 양식장 부표들을 보고 ‘저곳이 해조류나 전복 양식장’이라 짐작했는데 높은 곳에서 보니 태극기 건곤감리 형태의 해조류 숲들이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는 모습이 수묵화처럼 보인다. 전복이나 돔 등이 해조류를 먹고 산다는 데 완도를 왜 ‘바다의 수도’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백운봉에서 사방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다도해 풍경


백운산 정상으로 가는 암릉지대

백운산 능선에 이르니 가야 할 정상과 멀리 용출봉이 보인다. 좌측으로는 용출마을과 용출해변이, 그 뒤로는 용이 바다에서 섬 정상까지 80m를 수직으로 뚫고 승천했다는 ‘용량도’가 보인다. 간간이 로프가 둘러쳐진 암릉 지대를 거쳐 백운산 정상에 이른다.

백운산 정상. 뒤로 보이는 섬은 청산도

통신탑과 태양광전광판이 정상을 차지해 기대했던 정상의 위용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광만큼은 일품이어서 가깝게는 고금도, 약산도, 신지도, 평일도는 물론 멀리 청산도, 금당도, 여서도, 초도, 거금도 등 완도와 고흥의 먼 섬들까지 사방으로 펼쳐진다. 섬 여행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수평선과 그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보는 것인데 날씨가 좋아 마음껏 호사를 누린다.

용출봉 가는 길의 돌탑능선

이제 누군가의 정성 어린 손길이 담긴 여러 개의 돌탑이 있는 돌탑능선을 따라 용출봉으로 향한다. 돌탑능선을 지나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니 ‘십이지신상’들을 형상화한 정자 쉼터에 이른다. 이어 내리막을 따라 걸으니 흙길 임도와 만난다. 아까 백운봉으로 오르기 전 걷던 임도에서 이어진 길이다. 조용한 숲 속에서는 벙어리뻐꾸기가 백치 아다다처럼 속울음을 삼키며 ‘숭숭~, 숭숭~’ 울어댄다.

용출봉 가는 길에 바라본 용출마을과 용출갯돌밭.

평편한 임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 용출봉-금곡해수욕장 갈림길에 도착한다. 금곡해수욕장으로 가면 곧장 내리막이지만 좌측 용출봉으로 가는 길은 다시 오르막이다. 이어 낡은 데크 전망대에 도착해 땀을 닦아내며, 지나온 학서암과 백운산 능선을 조망한다. 섬 산 치고는 웅장한 맛이 있다.

용출봉에서 송곳바위로 하산 길에 바라본 금곡해수욕장

용출봉에서 금머리삼거리 지나 송곳바위까지는 2.2km에 이르는데 길은 끊어질 듯 희미하게 이어진다. 자칫 잘못하면 등산로를 잃고 헤매 일 가능성이 많은 곳이다. 게다가 조각난 돌밭지대가 많아 주의가 요망된다.

금곡해수욕장-용출마을로 이어지는 '금머리갯길'(둘레길)

그런 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다 보니 좌측으로 반달 모양의 금곡해수욕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 트레킹의 목표 지점이다. 무너진 돌담 속 한 켠에 절구통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사람이 살던 집터다. 이윽고 금곡해수욕장에서 용출마을까지 조성된 ‘금머리갯길’로 내려선다. 금머리갯길은 5km로 청산도 등 다도해와 해안절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은 해안 트레킹 코스다.


모래사장과 해송 숲이 아름다운 금곡해수욕장, “신지해수욕장과 바꾸지 않는다”


송곳바위

이정표상으로는 용출봉-송곳바위 삼거리에서 송곳바위까지는 1.1km라고 되어 있는데 걸어도 정작 송곳바위가 나오지 않는다. 느낌에 아닌 것 같아 오던 길을 되짚어 바닷가로 향하는 낡은 나무계단을  내려선다. 그 길로 100여m 직진했더니 소롯길이 사라지고 만다. 수풀과 돌밭 지대를 거쳐 바닷가에 다다르니 저만치 로프로 가드레일을 한 송곳바위가 있다. 원래 이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 않아 당초에 있던 길이 수풀에 덮인 것이다. 외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나그네의 수고를 위로한다.

멍 때리기 좋은 너덜지대

왔던 길로 되돌아와 ‘멍 때리기 좋은 곳’이라는 너덜지대를 지나 금곡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반남 박 씨, 초계 최 씨가 입도하여 보니 마을을 둘러싼 돌이 온통 금으로 보였고, 실제 금을 캤다 하여 샛금으로 불리다가 금곡리로 바꿔 부르게 됐다고 한다.

생일도의 자랑 '금곡해수욕장'

길이 500m, 폭 50m의 곱고 부드러운 모래와 쉴 새 없이 몰려드는 하얀 파도로 이루어진 금곡해수욕장은 아름드리 해송과 동백숲이 감싸고 있다. 금곡해수욕장은 생일도 사람들에게 큰 자랑거리여서 길이가 네 배쯤 큰 '신지해수욕장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해송 숲에는 백패킹을 즐기는 백패커들이 눈에 띄고, 모래 해변에 조성된 쉼터 곳곳에서는 도란도란 연인들의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금곡해수욕장 너머 금곡마을에 도착해 마을버스 기사님께 전화를 걸어 서성항으로 향한다. 선착장 앞 2층 카페에서 시원한 팥빙수와 아이스커피로 갈증을 달랜 후 4시 40분 배를 타고 당목항으로 나온다.

차도선이 약산면 당목항에 도착하고 있다




1. 위 치

    o 전남 완도군 생일면


2. 가는 방법

    o 당목여객선터미널(완도군 약산면)

     - 당목항→서성항 : 06:30, 08:00, 09:40, 11:20, 13:00, 14:20, 15:40, 18:00

     - 서성항→당목항 : 07:00, 08:40, 10:40, 12:00, 13:40, 15:00, 16:40,18:30

       ☎ 문의 : (천사아일랜드)완도농협 약산지점 061)553-9085


3.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자전거

    o 트레킹 코스(12km/5시간)

      서성항-생일송-생일송-금일중생일분교-학서암-백운산정상-용출봉-송곳바위-리엘리조트-

      금곡해수욕장-금곡마을(약 11km, 5시간 소요)

생일도 지도와 서성항에서 금곡해변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

    o 자전거 코스

      서성항→학서암→백운산→금곡해변→서성항→용출리→용출갯돌밭→서성항(25km, 1시간 30분)


4. 매표소와 마을버스 

    o 서성항 매표소 : 010-9367-3117

    o 생일도 마을버스 : 010-6602-3716(요금,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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