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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Dec 08. 2020

통영 사량도 지리산 산행

한려수도에 우뚝 솟은 희말라야

사량도-. 그 애절한 이름과 처음 접한 것은 30여 년 전이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로 시작되는 ‘사평역에서’로 등단한 곽재구 시인이 내가 일하던 월간지에 ‘예술기행’을 쓰고 있었다. 1992년 10월호, 그 제목은 「그리운 통영바다 – 충무를 찾아서」였다.      


곽재구 시인의 예술기행을 통해 알게 된 사량도

시인은 여수에서 유람선 ‘엔젤1호’를 타고 남해 미조항, 사천 삼천포, 그리고 사량도를 거쳐 현재의 통영을 가는 일정이었는데 그가 깜빡 잠이 든 사이 곧 사량도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당시, 그의 기행문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눈을 부볐다. 충무까지 가는 뱃길에서 사실 내가 관심을 가진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이 사량도에 있었다. 그것은 이곳 바다에 얽힌 아름답고 슬픈 전설이었다.”     


사량도 옥녀봉. 해발은 281m에 불과하지만 애절한 사량도의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시인이 말한 아름답고 슬픈 전설이란 이미 짐작하다시피 그곳 옥녀봉에 관한 것이다. 시인이 당시 쓴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옛날, 상도와 하도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사량도의 상도에 한 고기잡이 어부와 딸이 살았다. 딸아이의 이름은 옥녀였다. 옥녀는 아버지를 잘 섬겼고 슬기로웠고 총명했다. 점점 자라게 되자 미모 또한 그러했다. 아버지와 딸 사이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 것은 그때부터였다. 오랜 독신생활과 바다에서의 망망한 외로움이 아버지로 하여금 딸에게서 이성을 느끼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좌) 저멀리는 남해, 가운데는 두미도    (우)옥녀봉에서 내려다 남쪽으로 바라 본 한려수도. 저 멀리 욕지도가 보인다


딸은 그때마다 슬기롭게 대처했으나 종국에는 도무지 견딜 수 없는 막판까지 이르게 되었다. 딸은 아버지로부터 도망쳐 한 번도 오른 적 없는 칙칙한 높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그 뒤를 쫓았다. 딸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었고, 이미 아버지가 아닌 한 사내가 그녀의 발목을 당기고 있었다. 딸이 이야기했다. 내 말을 들어주시면 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다 드리겠다. 사내가 그러마고 대답했다.      

딸은 자기가 선 바위를 가리키며 이 바위를 등으로 기어오를 수 있겠느냐고.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사내는 온 등을 할퀴며 그 바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등정이 거의 완성되는 순간, 딸은 바위 아래 바위 아래 험한 낭떠러지로 몸을 날렸다. 딸이 떨어지다 저고리가 걸려 벗겨진 곳에서는 저고리 모양의 바위가 생겨났다. 이것이 사량도의 옥녀봉 전설이다.     

시인은 옥녀봉에 얽힌 전설을 이렇게 정리했다.      

“미완성의 존재인 인간 실존의 구체적인 양상이 음험하게 꽃피어 있는바, 종국의 아름다움은 끝내 견지되었다는 점은 이곳 바닷가에 삶의 나래를 펼치고 살아온 사람들의 추억과 꿈의 건강함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 하겠다.”     


전국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사량도 지리산

내 인생에 있어 산은 친구요, 스승이요, 어머니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을 다녀, 백두대간과 한국의 100대 명산, 수도권과 경기도의 웬만한 산들은 섭렵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한 내게 남녘의 산들은 멀었다. 당일치기 산행은 그럭저럭 다니곤 했으나 주말이나 공휴일을 이용, 1박 2일을 해야 하는 산은 접근이 쉽지 않았다. 사량도 지리산, 고흥의 팔영산, 해남의 달마산, 홍도 깃대봉, 가거도 독실산 같은 곳이다. 여수로 이사 오면서 지근거리에 있는 팔영산은 최근 다녀왔다. 이제 사량도 지리산이다. 옥녀봉 전설을 기억 속에 둔 지 30여 년 만이다.     


연이어 이어지는 2개의 출렁다리로 오금을 저리게 하는 가마봉~옥녀봉 구간. 저 멀리 사량대교가 보인다 


사량도는 통영시 소속의 면 소재지로 상도와 하도, 수우도 등 3개의 유인도와 학도, 잠도, 목도 등 8개의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다. 섬이 뱀처럼 생긴 데다 그 물길 또한 뱀처럼 흘러간다 하여 사량도(蛇梁島)로 이름 붙여졌다. 고려 때는 최영 장군, 조선 시대에는 이순신 장군이 이곳을 수호할 정도로 사량도는 남해바다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였다.     

면적으로 보면, 칠현산과 망봉을 들어 올린 하도가 더 크지만 예로부터 관아가 주둔한 곳은 지리산과 옥녀봉이 있는 상도였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행정과 물류의 중심은 상도의 진촌마을(금평항)이다. 상도와 하도를 가르는 바다 위로 2015년 사량대교가 건설되어 사량도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사량도를 찾는 사람 중 십중팔구는 등산객이라고 내지항에서 만난 선사(船社)의 한 관계자 말해준다. 사량도의 지리산이 전국 등산객들에게 인기 명산 25위에 링크된 데다 2002년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는 날이 맑으면 지리산이 보인다고 하여 지리망산으로 불리다가 이제 지리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제주도 한라산을 제외하고 100대 명산에 든 섬 지역 산은 사량도 지리산과 더불어 울릉도의 성인봉, 홍도의 깃대봉이 있다.      


코로나 19로 한산지금이 사량도를 즐기기 좋은 때

육지에서 배로 20분에서 40분으로 다른 섬에 비해 접근하기 쉽고, 지리산 정상에 오르면 베트남 하롱베이 보다 더 아름다운 한려해상을 사방에서 조망할 수 있어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여객선이 닿은 금평항, 내지항, 능양항 등 3개의 부둣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배는 통영항, 통영 사량도여객선터미널, 통영 미수항 등 통영에서만 3곳과 고성의 용암포 선착장, 삼천포 여객선터미널 등에서 출발한다.    

 

이중섭의 황소를 연상케 하는 사량도 지리산의 굵은 근육들. 저 너머 사량도 하도의 칠현산이 보인다


사량도 어느 선착장에 도착하더라도, 순환 버스가 1시간에 1회꼴로 다니고 있어 산행이나 둘레길을 도는 데 어려움은 없다. 상도와 하도를 일주하기 위해 차량을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차량을 가지고 들어갈 경우는 1~2주 전에 예약해야 한다.      

금평항에는 식당과 숙소들이 많고 내지항에는 싱싱한 회를 파는 포차들도 대여섯 곳이 있다. 그러니 사량도에 들어갈 때는 이것저것 챙겨가지 않아도 된다.       

사량도 등산과 더불어 최근 사량대교 입구에서 고동산(해발 217m) 자락을 따라 대항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고동산 해안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구간 내내 완만한 능선과 울창한 숲길이 멋지게 펼쳐져 가족 단위로 트레킹 할 수 있다. 탐방 시간은 1시간 정도. 




1) 위 치 

  o 경남 통영시 사량면      


2) 가는 방법

 o 통영 가오치항    ↔ 금평항  : (전화) 055-647-0147 

     5회 운항 (9:00, 11:00, 13:00, 15:00, 17:00)

 o 통영여객선터미널 ↔금평항 : (전화) 055-642-6016 

     1회 운항 (15:00)

 o 통영 미수항    ↔ 능양항  : (전화) 055-648-0776

     5회 운항 (7:00, 9:20, 11:40, 14:00, 16:20)

 o 삼천포선터미널 ↔ 내지항  : (전화) 055-832-5033

     6회 운항 (7:00, 9:00, 11:00, 13:10, 15:00, 16:50)

 o 고성 용암포  ↔ 내지항  : (전화) 055-673-0529 

     12회 운항 (첫배 6;40, 막배 17:30)     


3) 사량도 지리산 등산 코스

     o 1코스 : 진촌(면사무소)-옥녀봉, 가마봉-월암봉-성자암-지리산-돈지 (8km, 4시간 30분) 

     o 2코스 : 돈지-지리산-성자암-가마봉, 연지봉-옥녀봉-진촌(면사무소) (8km, 4시간 30분)

     o 3코스 : 진촌-옥녀봉, 가마봉-월암봉-성자암-옥동 (5km, 2시간 30분)          

     o 4코스 : 진촌-옥녀봉-가마봉-대항(4km, 2시간)     


4) 사량도 둘레길

     o 진촌(면사무소)-사량대교-데크전망대-전망공간-약수터-대항해수욕장 (1시간)          


5) 사량도 일주

     o 차량 또는 자전거 라이딩           


6) 가기에 좋은 계절

    o 사계절 (코로나로 산행객이 적은 지금이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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