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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May 11. 2023

인천 옹진 대청도

- 영혼이 빨려 나갈 듯 매력적인 섬, 2박 3일 자유여행

#고래와 홍어, 적송으로 ‘때고도 남던’ 풍요로운 섬


백령·대청·소청도 사람들 사이엔 ‘먹고 남는 백령도, 때고 남는 대청도, 쓰고 남는 소청도’라는 말이 있다. 백령도에는 너른 들이 있어 쌀이 남아돌고, 대청도는 산이 높고 숲이 우거져 땔감이 남고, 소청도는 황금 어장 덕분에 돈을 쓰고 남는다는 뜻이다.

대청도 선진포항의 어부상

그러나 대청도는 땔감만 남아도는 게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대청도엔 고래잡이 파시가 열려 섬 전체가 들썩였다. 동해의 장생포뿐만이 아니라 흑산도어청도, 대청도 등 서해의 먼 섬들도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다.


1918년 대청도 선진포에는 일본 오사카에 본점을 둔 포경회사의 사업장이 차려졌다. 고래잡이 성어기인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대청도엔 먹고 즐기면서 돈을 벌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1930년대까지 활기를 띤 고래 파시는 1940년대 사라졌다. 이 시기 일제가 한반도 연안에서 잡아들인 고래(참고래, 귀신고개, 대왕고래 등)는 1만여 마리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청도 홍어.  대청도에서는 홍어를 생으로 먹거나 반건조하여 찜으로 해 먹는다

대청도는 홍어잡이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수심 30~200m에 서식하는 홍어는 봄철 흑산도에 머물다 여름이면 서해 전북을 거쳐 대청도 근해까지 올라왔다가, 겨울에 다시 남하한다. 그래서 대청도엔 홍어잡이가 성업했는데 그 생산량이 흑산도를 능가할 때가 많았다. 대청도에서는 미끼가 없는 건주낙(걸낙) 방식으로 홍어를 잡았는데 1975년도를 기점으로 흑산도에 이 어업방식을 전수한 사람들이 대청도 사람들이라고 한다.


# 수목이 무성한 큰 섬이라는 의미로 ‘대청도’라 불려


조선 명종 때 국모 윤 씨의 신병으로 전국팔도 관찰사에게 명하여 뽕나무에 맺힌 상기향을 구하도록 명했다. 이 상기향은 대청도에서 발견돼 국모 윤씨의 병이 완쾌됐다. 이후 조정에서는 돌만 있는 암도(巖島)가 아닌 수목이 무성한 큰 섬이라는 의미로 ‘대청도’라 칭하고, 선물을 하사했다고 한다.

삼각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대청도. 멀리 좌측으로 백령도가 보인다

넓이 15.56㎢의 대청도엔 7개 마을이 있으며, 2023년 3월 현재 1420명(938세대)이 살고 있다. 대청도에는 백령도와 소청도를 아울러 가장 높은 산인 삼각산(三角山, 343m)이 있다. 이 산을 중심으로 북동쪽엔 검은낭산(206m)이 능선으로 연결된다. 서쪽 능선으로는 200m급 산들이 삼각산과 연결돼 전체적으로 U자형 산세를 이룬다. 경사가 급한 산지로 형성된 섬인 만큼 그 자락에는 억겁에 걸쳐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들이 많다.

매바위전망대 아래의 매 조형물

대청도는 과거 송골매의 일종인 해동청(海東靑, 사냥 매 중 제주가 뛰어난 청색의 매)의 채집지였다고 한다. 지금도 서내동(대청1리)에는 ‘매막골’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매바위전망대는 삼각산 매바위에서 내려다보면 모래울해변과 서풍받이로 이어지는 대청도 서쪽 해안의 모습이 날개를 펼친 매의 형상을 하고 있어 이름 붙여졌다. 대청도가 자랑하는 ‘삼서트레킹’은 이 매바위전망대에서 삼각산 정상에 올라, 광난두로 하산하여 서풍받이로 돌아 나오는 7km의 코스다. 삼각산의 ‘삼’ 서풍받이의 ‘서’를 따서 ‘삼서트레킹’이라 부른다.

매바위전망대에서 삼각산 가는 길

삼각산을 오르다 보면 원나라 황제(순제) 유배지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고려 충해왕 때 원나라 마지막 황제(순제)가 11세 태자 시절 600여 명의 식솔과 함께 옥지포(지금의 옥죽동)로 들어와 현재 대청초등학교 자리에 궁궐을 짓고 1년 5개월간 살았다 한다. 귀양살이 중 삼각산과 소청도 분바위 등에서 경치를 즐기고 망향의 한을 달랬다는 것이다. 순제는 고려 공녀 출신으로 원나라 조정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기황후의 남편이다.

웅장한 절벽의 자태, 서풍받이

삼각산 정상에 서면 대청도 여러 마을은 물론 소청도와 백령도, 북녘땅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곳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돌출해안과 웅장한 절벽의 자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도 약 100m에 이르는 하얀 규암 덩어리로 수직 절벽인 서풍받이다. 암석이 그대로 노출되어 압도적인 경관을 이룬다. 서해 먼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친 서풍을 온몸으로 막아주는 바위라서 서풍받이라 부른다.


# ‘한국의 사하라’ 옥죽동 사구와 자연이 채색한 농여해변


'한국의 사하라' 옥죽동 사구

대청도 동북쪽 검은낭산 아래에는 ‘한국의 사하라’라 불리는 옥죽동 해안사구가 있다. 대진동·옥죽동·농여해변에 머물던 모래들이 바람에 실려 이곳에 길이 1.5km 폭 50m의 모래 산을 만들어 놓았다. 사구에 두 군데의 쌍봉낙타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는데 영락없이 사막에 온 것처럼 보인다.


모래가 쌓이면서 경관은 이색적이었지만 주민들은 생활이 불편했다. 모래가 덜 쌓이게 해 달라는 옥죽동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1970년대 이곳에 방풍 소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래에 흙을 넣는 방식이다 보니 지금껏 소나무가 크게 자라지는 않았다.


2021년 옥죽동 사구 아래 소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가 만들어져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산책로에서는 모래사막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농여해변의 나이테바위

옥죽동 사구에서 가까운 농여해변은 대청도가 자랑하는 지질 명소다. 고목처럼 생긴 나이테바위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침식 바위가 해안에 널려 있다. 해변에 우뚝 솟은 암석들은 지층이 다양한 색으로 반복되어 고목의 나이테처럼 보인다. 지층이 수직으로 선 후 풍화와 침식을 거듭한 모습이다.

대이작도 풀등처럼 썰물 때면 훤히 드러나는 농여해변 풀등. 멀리 보이는 곳은 백령도

농여해변의 또 다른 자랑은 인천 대이작도 앞바다처럼 썰물 때면 훤히 드러나는 풀등이다. 풀등은 발자국조차 남기지 않을 만큼 단단한 모래로 이루어져 삼삼오오 걷는 사람들이 많다. 백령도를 향해 물결무늬가 한없이 펼쳐진 풀등을 걸으면 모래바람에 모래가 쓸려나가듯 영혼이 빨려 나가는듯한 느낌이 든다.

풀등 속의 작은 웅덩이

농여해변 좌측의 미아동해변에는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면서 풀등에 만들어 놓은 작은 웅덩이에 암석들이 데칼코마니로 비쳐 인생샷을 만들기에 좋은 장소다. 썰물 때면 농여해변과 미아동해변은 하나로 연결되어 트레킹 하기 좋다.


# 지두리해변과 큰모래울해변, 그리고 동백나무 자생북한지


가족 휴양지로 좋은 지두리해변

경첩을 뜻하는 대청도 사투리 ‘지두리’가 붙은 지두리해변은 양쪽산줄기가 병풍이 되어 바람을 막아준다. 길이 1km 폭 300m의 광활한 백사장은 수심이 완만해 가족 단위의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큰모래울해변의 적송

지두리해변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큰모래울해변이 있다. 예로부터 대청도의 ‘적송’(붉은색을 띤 소나무)은 배나 관을 만드는 데 쓰이는 귀중한 명물이었는데 큰모래울해변에는 이런 적송 150여 그루가 아직 남아 있다. 길이 1km에 걸쳐 폭 100m의 백사장 뒤로 삼각산이 알을 품은 듯 모래울마을을 감싸고 있다.


모래울마을 입구에서 시멘트 임도를 따라 500여m 정도 올라가면 산 사면에 위치한 대청도 동백나무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문화재청은 동백나무가 자연으로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 지역으로서의 가치를 인정, 대청도 동백나무 자생지를 1962년 천연기념물(제66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이 동백숲과 관련해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먼 옛날 동백나무 꽃이 아름답게 피는 남쪽 지방 출신의 청년이 대청도로 와서 이곳 처녀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청년이 급히 고향에 다녀올 일이 있어 떠나게 되자, 아내는 남편한테 말로만 들어 온 아름다운 동백꽃의 씨를 가져와 심기를 당부했다. 그러나 곧 온다던 남편은 몇 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동백나무 자생북한지에 만개한 동백꽃


지친 아내는 결국 병들어 죽고, 그후 어느 날 남편이 돌아오게 된다. 남편이 아내 무덤 앞에서 통곡을 할 때 주머니 속의 동백 씨가 떨어져 나와 지금의 동백나무숲이 되었다고 한다. 그 아내의 혼령일까, 4월 말 찾은 동백숲은 가지마다 치렁치렁 빨갛게 만개해 있다.


〈대청도 2박 3일 일정표〉


당초 백령도포함 2박 3일의 일정이었으나, 안개로 여객선이 통제되는 바람에 대청도에서 1박을 더하게 됐다. 렌터카로 대청도 일주도로를 완주도 하고, 전날 가봤던 구간을 다시 걸어보면서 섬에서의 느린 시간을 만끽했다.



■ 대청도 일주 (17km, 자동차·자전거)

    선진포선착장-답동해변-모래사박-옥죽포해안가-농여해변-미안동해변-매바위-지두리해안가-

    모래울해변-동백나무자생북한지-서풍받이-해넘이전망대-독바위-선진동


■ 삼서트레킹(7km, 4시간)

    매바위전망대-삼각산정상-광난두정자각-하늘전망대1-조각바위-하늘전망대2-마당바위-갈대원-

    광난두정자각

마당바위에서 본 소청도

■ 명소 트레킹(3구간, 7km)

    풀등과 쌍 물결구간 (1.2km) : 농여해변-나이테바위-미아해변 연흔

    삼각산 구간(3.3km) : 매바위전망대-삼각산정상-광난두정자각

    서풍받이 구간(2.6km) : 광난두정자각-서풍받이-마당바위-갈대원-광난두정자각 

미아동 해변의 보리사초

■ 대청도 식당

    바다식당(백반, 생홍어회) : 010-9239-2464, 섬중화요리(백반) : 010-4635-9952

    농여식당(백반, 생홍어회) : 010-3637-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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