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완도 신지도
# 차로 가는 섬, 신지도
여름 섬 트레킹은 쉽지 않다. 태풍으로 여객선이 자주 통제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불볕더위를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숲길이 잘 나 있는 섬이면 좋다. 여기에 시원한 해수욕장을 끼고 있으면서, 문화유산이 풍부한 곳이면 더욱 좋겠다.
완도 신지도는 이런 측면에서 한여름 트레킹 장소로 적합하다. 신지도에는 남해안 최고의 명사십리해수욕장이 있다. 또한 조선 시대 서예가로 유명한 원교 이광사와 '자산어보'의 저자 정약전 등 40여 명의 유배지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에는 소안도와 함께 항일운동의 불길이 거센 곳이다.
신지도의 옛 이름은 지도(智島)였다. 그런데 당시 나주목에 지도(현 신안군 지도읍)라는 지명이 있어, 땔나무가 많다는 의미의 섶 신(薪) 자를 붙여 신지도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완도에서 동쪽으로 5㎞, 고금도에서 남쪽으로 1㎞ 지점에 있으며 해안선 길이는 48㎞이다. 8월 현재 3221명(1848세대)이 살고 있다. 2005년 12월 신지대교가 놓이면서 완도와, 2017년 장보고대교로 고금도와 연결됐다.
# 푸른 바다를 벗 삼아 해안을 끼고 걷는 ‘명사갯길’
신지도에는 신지대교 휴게소(초입)에서 명사십리해수욕장(올몰), 석화포까지 ‘명사갯길’이 조성되어 있다. 건너편 우측에 완도항을 두고 나지막한 산줄기를 오르내리며 해안을 끼고도는 길은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명사갯길은 10km 남짓으로 약 4시간가량 소요되는데 구간마다 이정표가 잘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한여름에는 강독마을~물하태 일부 구간에 잡초가 우거져 있어, 아예 물하태에서부터 트레킹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 명사갯길을 트레킹 한 후, 신지도 이곳저곳의 명소를 차로 돌아보면 섬 여행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여름 산행은 사실상 고행에 가깝지만 체력이 허락한다면 섬 최고봉에 오르는 도전도 좋다. 신지도 최고봉인 상산(象山, 325m)은 그 모습이 코끼리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물하태 삼거리에서 뒷골산장 방향으로 200여m 시멘트 임도를 진행하면, 우측으로 상산 오르는 등산로가 나온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1km 남짓의 거리인데 길이 조붓하고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어서 중간중간 쉬어가며 진행해야 한다.
# 상산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풍광..‘무더위 속 시원한 청량제’
힘들게 정상에 오르면 발치 아래 전개되는 무아지경의 풍광들이 수고를 보상해 준다. 상산의 동쪽으로는 신지도의 노학산이, 서쪽으로는 완도항과 신지대교, 상왕산이 손에 잡힐 듯 아름답다. 또한, 북쪽으로는 장보교대교와 고금도가, 그 너머로 해남의 두륜산과 강진 주작산이 펼쳐져 있다. 남쪽으로는 저 멀리 슬로시티 청산도가 있으나 해무로 어렴풋하다.
하산은 청해사(엣 영주암) 방향이다. 가파른 나무 계단을 약 10여 분 내려오면 연등을 매달고 있는 아담한 절집이 나온다. 이곳에서 시멘트 임도를 타고 인동장씨 묘와 김해김씨 묘를 지나 뾰족산으로 가야 하는데 아뿔싸, 이정표를 찾을 수 없다. 요리조리 헤매다가 포기하고 시멘트 임도를 따라 명사십리해수욕장 정문까지(2km) 내려온다.
이곳에서 명사갯길을 따라 역으로 서봉각등대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트레킹을 마무리한다. 은빛 모래사장과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는 명사해수욕장 앞 시원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로 땀을 식힌 후,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신지휴게소에 둔 차를 회수한다. 그리고 명사해수욕장에 건립 중인 완도 해양치유센터와 항일운동기념탑, 원교 이광사 문화의 거리 및 유배지, 석화포 등 인근의 명소들을 돌아본다.
# 아시아 최초 5년 연속 블루플래그 인증, 명사십리해수욕장
신지 명사십리해수욕장은 규모도 크지만, 풍광도 빼어나 남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길이 3800m, 폭 150m에 달하는 광활한 은빛 백사장은 매년 100만여 명의 피서객이 찾고 있다. 완만한 경사와 울창한 송림, 그리고 주차장과 샤워장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 있어 연인·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다.
최근에는 아시아 최초로 5년 연속 블루플래그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블루플래그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환경교육재단(FEE)에서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해수욕장에 부여하는 국제 인증이다.
또한 해수에는 전국 어느 해수욕장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미네랄 등 기능성 성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이러한 성분은 피부병과 피부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어, 완도군은 이곳에 해양치유 산업을 선도할 해양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신지도의 자랑 항일운동기념탑
명사십리해수욕장 동쪽 끝 울몰에서 가까운 거리에 신지도의 자랑인 항일운동기념탑이 있다. 신지도는 소안도와 함께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린다. 신지도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는 임재갑(1891~1960), 장석천(1903~1935) 선생 등이 있다.
항일운동기념탑은 신지면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공훈과 3·1운동 당시 신지학교 학생들의 항일 운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 1994년 8월 건립됐다. 높이 10m, 좌우 길이 14.7m, 전후 길이 6.3m의 기념탑은 창공으로 솟구치는 항일 독립투사들의 드높은 기상과 전국적인 독립운동에 부응하여 피어오르는 기운을 담아 양쪽 날개로 구성되어 있다.
#원교 이광사(1705~1777) 문화의 거리와 유배지
신지면 대곡리에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서예가인 ‘원교 이광사 문화거리’가 조성돼 있다. ‘무명의 길, 솔향의 길, 묵향의 길’ 등 1380m 길과 쉼터를 조성하고 신지중학교 담벼락을 따라 이광사의 글씨와 작품을 새겨 놓았다.
조선 후기 대표 서예가인 이광사는 함경도에서 유배 생활 중 신지도로 이배되어 15년을 보내다 72세 나이에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신지도 유배 생활 중 가장 한국적인 서체의 모태가 된 ‘동국진체’와 서예의 체계적인 이론서인 ‘서결(書訣)’이라는 책을 남겼다. ‘서결’은 대한민국 보물 제1969호로 지정됐다.
현재 남도의 큰 절에는 이광사 글씨로 쓴 현판들이 두루 걸려 있다. 강진 백련사, 해남 대흥사, 고창 선운사, 구례 천은사, 부안 내소사 등이다. 이중 해남 대흥사 대웅보전 현판과 관련해 세간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제주 유배길에서 대흥사에 들른 추사 김정희가 초의선사에게 이광사 글씨를 깎아내리며 떼라고 했다가 유배 후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걸라고 했다는 것이다. 추사의 변한 마음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1. 위 치
o 전라남도 완도군 신지면
2. 섬에서 즐기기 : 트레킹, 해수욕
o 명사갯길 코스 : 11.4km(4시간, 난이도 중)
(추천코스) 신지대교휴게소→물하태포구→등대삼거리→서봉각등대→명사해수욕장→울몰→석화포
o 명사갯길+상산+명사갯길 코스 : 10km(4시간, 난이도 상)
신지대교휴게소→물하태포구→뒷골산장→상산→명사해수욕장 정문→등대삼거리→서봉각등대
→명사해수욕장
3. 신지도 트레킹 일정표
07:50 신지대교휴게소 도착(신지면 송곡리 746-2) 08:00 명사갯길 트레킹 시작
08:57 물하태 삼거리 09:10 뒷골산장→상산입구 09:55 상산 정상
10:15 청해사 10:20 인동장씨, 김해김씨 묘소
10:57 명사십리해수욕장 정문
11:31 등대삼거리(뾰족산, 서봉각등대 갈림길) 12:05 서봉각등대 왕복
12:20 명사십리해수욕장 13:50 (마을버스)신지휴게소
14:29 (차량)석화포 14:48 (차량)명사십리 해양치유센터
15:08 (차량)신지 항일운동 기념탑
15:38 (차량)이광사 문화의 거리 및 유배지(신지면 대곡리 998)
4. 추천사이트
o 완도군 문화관광 : https://www.wando.go.kr/tour/index.cs
o 대한민국 구석구석 : https://me2.do/FIYPc8N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