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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구공오 Apr 20. 2020

나는 매일 나에게 편지를 쓴다.

감정에게서 도망치지 않기로 하였다.

난 주변인들에게 무뚝뚝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또한 차갑고, 냉철하다는 말까지. 그들은 나의 감정은 단 하나의 요철도 용납 못하는 아주 매끈한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차가운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나의 감정을 그들은 쉽게 나무란다. 하지만, 그 감정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 감정의 모양새가 아무리 말끔해도, 그 무게는 감정을 품고 있는 나만 알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내 감정을 감당하기가 무척 버겁다. 어떤 좋은 감정이든 아님 정말 나쁜 감정이든 나에겐 감정이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원인이 너무 두렵다. 좋은 일이 있어 행복과 기쁨에 젖을 때면, 이 순간이 오래가지 못할까, 혹은 너무 들떠서 남들에게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란 생각 때문에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한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남과의 비교를 통한 열등감, 죄책감들로 똘똘 뭉친 날에는 우울하지 않으려, 평소와 같아지려 노력한다. 그 마저도 되지 않을 때는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지만, 이미 검게 타버려 깊이와 무게를 가늠할 수 없을 감정을 마주하기 무서워 한참 전에 그 폭풍들이 지나간 듯이 대충 얼버무려버린다. 항상 도망친다. 너무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내 마음을 할퀴는 감정이 싫어서, 감정에 대해 냉철한 이름을 내려 매끈하게 만들지만, 무게는 감당하기 버거워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라는 말을 되뇌고, 도망치고 또 도망친다. 결국에는 내가 감정을 못 느끼는 사람이 되어버리면 좋겠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시와 아름다움,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라는 말처럼 내 마음을 울리는 감정들이 나의 삶의 원동력이자, 하나의 의미로 다가오는데, 그 감정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삶을 무색으로 칠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난 내 문제를 심리상담 공부하는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그 아이의 말로는 심리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객관화’ 라 하였다. 만약, 자신에게 우울한 감정이 들면, 왜 우울한지 이유와 원인을 찾도록 도와주고, 자신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는 권리를 질 수 있는 능력이 자기 객관화라 하였다. 감정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땐,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기분 전환을 해주어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능력.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자기 객관화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성장하고 변화하는데 예전의 좋아했던 것을 지금의 좋아하는 것으로 날 정의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난 계속해서 시간과 함께 흘러가 과거의 나는 흐려지기 때문에. 그렇기에 나는 자기 객관화를 위해, 내 감정을 올곧게 마주하기 위해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내 하루 시간의 틈에 걸린 감정이 무엇인지를 찾아 미래의 나에게 혹은 현재와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매일매일 한 통 보낸다. 대서사시를 시작하는 거창한 문장이나 느낌, 불필요한 겉치레는 필요 없다. 세상에서 좋은 거든 나쁜 거든 제일 솔직하고 정직해야 하는 나에게 내 감정과 생각, 마음을 있는 그대로 그 무게가 어떻든 간 꾹꾹 한 자 한 자 눌러 담아 언젠가 꼭 볼 나에게 보낸다. 어느 순간 발견한 편지를 다시 읽어볼 때 그 편지에 담긴 감정이 어땠는지 지금과 그때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했고, 난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찬찬히 곱씹어 본다.



 난 1년 전만 하더라도 미래의 불안에 대해 걱정이 많은 젊은 청춘이었다. 불안은 정말 얄밉게도 늦은 밤중에 문을 두드리며, 잠에 빠지려는  자신을 깨운다. 그렇기에, 미래의 불안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았다. 편지를 쓰지 않았던 때에는 그저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며, ‘나도 그렇게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자.’라는 어설픈 위로로 나를 재우려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불안이 덮쳐질 땐 나에게 편지를 쓴다. ‘네가 외로움과 괴로움 사이에서 얼마나 지쳤는지 알아. 내가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지만, 근데 태어났으니. 행복하게 살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자. 그때 신을 만나면, 너무 힘들었다고 어리광 부리자. 그러니 조금만 진짜 눈 딱 감고, 다시 해보는 거야.’ 이 문장은 실제 타지 대학생활에서 외로움에 치친 나에게 쓴 편지의 일부이다. 대부분 자신에게 편지를 쓸 때, 자기 자신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내 지금의 상태를 솔직하게 쓰며, 가장 나 다운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훗날, 이 편지를 다시 볼 때, 나 자신이 이렇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잘 극복했구나 란 점을 깨닫고, 여전히 공통된 감정으로 아픈 내가 이 편지를 보면, 과거의 내가 해주는 위로와 응원을 받으며, 어떻게 감정을 잘 다스릴지 고민하게 된다. 난 꼭 볼 언젠가의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시작으로 감정을 올곧게 받아들이는 용기에 대해 한 발 어쩔 때는 두 발, 세 발 천천히 다가간다. 아직도 무서워 피하고 싶은 여러 감정의 무게들이 날 짓누르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처음부터 피하지 않는다. 네가 어떤 무게를 갖고 있던 간 날 한번 꾹 눌러봐 란 말로 그 감정과 처음 마주한다.




 예상외로, 날 삼키지 않을 감정들도 많고, 내가 이렇게 섬세하게 느꼈나 하는 감정들도 많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감정과 마주해야 한다. 그 감정을 느끼는 게 버거워 무뎌지려고 하지 말자. 그 감정들이 우리의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보여줄 하나의 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창을 계속 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난 오늘도 나에게 편지를 보낸다. 나의 감정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나에게 끊임없이 진정한 나 다운 응원과 위로 함께 편지가 배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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