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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린 Dec 11. 2022

화양연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고난이 따른다. 행복한 시간에 할애하는 시간에 비해 아픈 시간이 사실상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복하기만 한 시간에 비해 괴로운 여파가 더 각인이 되기 쉬울뿐더러 오래도록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을 살아간다는 건 행복한 추억들로 그 시간을 버틴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아픈 시간을 뒤늦게나마 돌이켜보면 사실 후회가 되는 것이 상당히 많다. 따지고 보면 그 시간은 아프기만 한 것이 아니었는데. 앓는 그 순간에도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이 있었는데. 결국 그 아쉬움이 후회로 이어지고, 행복한 것들을 누리지 못한 나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그 시간 속에 담긴 웃고 지내던 날들이 기억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나를 도와주려던 사람들, 그저 지나쳐갈 사소한 말 한마디, 나를 보듬어주던 사람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른다. 마냥 아프기만 하던 시간 속에 나락으로 빠지던 것을 조금이나마 막아주던 그런 요소들이 생각나곤 한다. 아, 나는 그 시절에도 그 상황 속에서도 무수히 사랑받았구나.

나는 그 시절을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도록 나락에 빠져 허우적대며 좌절감과 피해 갈 수만은 없는 생각들이 나를 끌어내리던 순간을 기억하지만, 나는 그런 선택을 한 것을 마냥 후회하지만은 않는다고. 다른 선택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길 나름의 고충이 더 있었으리라고. 결국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것들은 지금, 이 순간이니까.

과거의 것들을 바꿀 수 없다면, 후회를 하고 자책을 하기도 하지만 담담히 순응하고 지금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것이 옳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 결정이며, 내가 한 선택을 후회하는 것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일 테니까. 나는 그 시절의 나를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꽃이 피는 계절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화양연화는 늘 함께였다. 그저 빛을 발하지 못했을 뿐이고 누군가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이다. 정말 행복하지 않다고 거짓 웃음이라고 할지라도, 그 상황을 즐기고 내가 조금은 괴로운 기억을 지울 수 있었다고 한다면 바로 그 시점이 우리들의 화양연화 아닐까.

날씨 역시 변덕을 부린다. 어떤 날은 비가 오고 어떤 날은 화창하고 어떤 날은 흐리지만 또 한없이 맑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이런 게 아닐까. 때로는 꽃이 피기도 하고 때로는 지기도 하는. 작은 변덕들이 꽃을 꺾이게 만드는 요소가 되어 나타나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이 발판이 되어 더 단단한 뿌리를 만들고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그런 삶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내 청춘을 화양연화라고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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