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표량마마>
중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배우들이 여럿이다.
여배우들도 쟁쟁한 이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한명을 꼽으라면
공리를 첫손가락에 꼽겠다.
화려하고 고혹적인 팜프파탈부터
순박하고 순진무구한 시골 아낙까지
엄청난 스팩트럼과 깊이를 가진,
말 그대로 보석같은 배우가 공리다.
이제 공리는 60
더욱 깊어지고 그윽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기를 발굴한 장예모 감독과 다시 합작한
<귀래>(5일의 마중)라는 작품으로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공리가 나오는 여러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그중 한국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99년작 <표량 마마>에 대해 잠깐 언급해보겠다.
영화를 보고 눈물을 훔친 기억이 난다.
여기 한 여인이 있다.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는데 그 아들은 농아다.
한 국영기업에서 힘든 노동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그녀는 언제나 더없는 사랑으로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녀는 자신이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들에게 한글자 한글자를 가르치고
정확한 발음을 할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초등학교 입학 면담을 위해 학교로 향하는 엄마와 아들,
농아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아들을 보내고 싶어하는 엄마,
그러나 학교 교장은 아무래도 어렵겠다고 말말한다.
엄마는 아들이 단지 발음이 부정확할뿐 다른 건 모두 정상이고
영리하다며 입학을 간청한다.
불합격 통보를 받은 엄마는 속상하다.
언제 학교에 가냐는 천진난만한 아들의 물음에 가슴이 메어진다.
어느날 아들은 자신을 놀리는 또래의 아이들과 싸우다 보청기 하나를 박살낸다.
턱없이 비싼 보청기를 바로 사줄 형편이 못되는 엄마, 가슴이 또 메인다.
택시기사로 근근히 사는 이혼한 전남편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점점 청력을 잃어가는 아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엄마는
모든 시간을 아들에게 할애하기로 마음먹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
신문배달, 시간제 파출부 등을 하며 항상 아들과 함께 한다.
아들을 위해 어떤 고난도 감수하리라는 엄마의 의지는 그러나
험난한 풍파 속에서 그리 쉽지 않다
때로 어이없는 멸시와 무시를 받을 때면
하염없는 눈물이 흐른다.
설상가상 가끔씩 아들을 보러오던 전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뜬다.
철없는 아이들은 온갖 트집을 잡으며 아들을 괴롭히고
어린아들은 이래저래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다행히 그들 모자에게 연민을 느낀 한 선생님이 아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주고 용기를 준다.
추운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되고
그동안 어렵게 모은돈으로 아들에게 새로운 보청기를 사주는 엄마,
다시 아들을 데리고 입학시험장으로 향한다.
또 거절당할까 무서워 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따뜻하게 말한다.
걱정하지마 아들,
이번에 안되면 내년에 다시 오고,
내년에 안되면
후년에 다시 오면 되지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며 교실로 들어가는,
환하게 웃는 아들의 얼굴과 함께
영화는 끝을 맺는다.
새삼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진한 감동을 느꼈다.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위대하다고 했던가.
자식이 정상적이지 못할때
부모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그런 자식에게 해주고 싶은 것을 제대로 못해주는
그 마음은 또 어떨 것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연민과 감동으로 가슴이 뭉클했다.
세계적 배우라는 수식에 걸맞게
공리는 억세고 강하지만
수시로 밀려드는 슬픔을 이겨내려 애쓰는
엄마의 내면을 빼어나게 연기했고,
순진하면서도 총명한, 그러나 동시에 아픔을 간직한 소년의 연기를 한
아역배우 고신의 연기도 훌륭했다.
부디 건강하고 훌륭하게 성장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