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 (곧바로) 글쓰는 즐거움에 관하여
좋은 영화를 보면 질문들이 퐁퐁 떠오릅니다. 그리고 일단 쓰다보면 어김없이 훨씬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곤 합니다. 알쏭달쏭했던 영화도, 머릿속이, 또 마음 속이 가득찼던 영화도요. 그래서 이 글들은 영화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고 글을 쓰며 비로소 알게 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떠오르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작하지만, 어느 새 오로지 즐거워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챗 GPT 선생님께 제목만 드리면 이동진 평론가님보다 더 청산유수로 흥미진진하고 입체적인 해석들을 뽑아내실 것이 눈에 선한 이 시대에, 머리 싸매며 골몰하다 마침내 답을 찾아가는 남모를 즐거움을 위해 저는 오늘도 리뷰도 해설도 보지 않고 꿋꿋이 씁니다. 속으론 재미있어 동동거리지만 꿋꿋한 미간에는 내 천 자가 종종 흐릅니다. 누군가 저를 본다면 원치 않는 야근이라도 하는 줄 알 거예요.
그러곤 친구들과 통화를 하거나, 모여서 저마다의 감상을 나누며 떠들기도 합니다.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나 감독 인터뷰도, 물론 보고 싶어지면 마구 찾아 봅니다. 때론 아껴 보고 싶어 결국 까먹기도 합니다.) 지난 달에는 본격 영화 보고 떠드는 모임을 처음 가졌는데요. 각자가 찾아낸 답이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는 것이 제겐 가장 즐겁고, 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답들이 이러저러한 시각에선 정답에 가까운가 오답에 가까운가, 하는 판단은 아무래도 좋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모범답안, 그런 것 또한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요.
그래서 이 매거진의 글들은 써내려간 후에도 영화평론이나 전문가 리뷰에 근거한 자체 검열 없는 채로, 따끈따끈하게 올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틀리는 걸 싫어하고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한 편인 저로서는, 꽤나 용맹스런 도전이기도 합니다. 짧은 식견과 얄팍한 감수성 뿐 아니라 편협한 세계관까지, 자고 있는 사이에도 소리없이 요란하게 들켜버릴 테니까요.
우연히 제가 엮어갈 이 글 뭉치를 만난 분들에게도, 느낀대로 묻고 답하며 각자의 답을 발견하는 즐거운 기분이 가닿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따금씩, 그리고 꾸준히 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