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나라, 낯선 공항
온통 모르는 언어들 속에 난 까막눈이 되어버렸다.
숙소까지 이동하는 택시를 잡는 것부터가 커다란 프로젝트가 되어
소소하게 해내는 작은 성공들에 큰 뿌듯함을 느낀다.
낯선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도전해 보고
생각보다 맛있다는 생각에
메뉴판 지렁이 같은 글씨들 중 하나 잘 골라내었다고 나를 칭찬해 본다.
이곳이 일상인 사람들에 파묻혀 콩나물 시루처럼 끼여가는 지하철에서
여자들의 팔마다 끼워진 옥팔찌를 보며, 왠지 나도 하나 사서 끼고 싶다고 생각해 본다.
작은 시행착오들이 줄어들어 조금은 익숙해질 때 즈음
딱 그때 헤어지는 게 좋다.
어색하게 첫 발을 내디뎠던 공항으로 돌아와,
내 나라 국적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그 순간.
와 끝났다.
와 돌아왔다.
와 해냈다.라는 안도감에
조금은 가볍게 얕은 한숨을 내쉰다.
한글로 가득한 표지판,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의 의미를 알아들으며
괜스레 웃음 띈 얼굴로 이번에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본다.
그래 이 맛에 여행을 한다.
돌아오는 이 기분을 느끼려고.
주어진 익숙함에 감사하기 위하여.
여행의 목적은 분명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였지만
여행의 이유는 분명 제대로 돌아오기 위해서일것이다.
집에 가서 얼른 짐 풀고 떡볶이 시켜 먹어야지.
오늘 밤 TV로 나혼산이나 봐야지.
날이 추워졌으니 옷장에서 외투나 꺼내놔야겠다.
이런 시시콜콜한 익숙한 고민을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기 위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이 길의 익숙한 주변 환경에
평소의 따분한 무표정이 아닌
여행자로서의 설레는 시선으로 한번 바라봐 주는 것은 어떠냐고
여행은 그렇게
나의 세상으로 잘 돌아오기 위해 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