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죄가 되는가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사회

by 애송이

우리는 바야흐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거기에 SNS라는 어마어마한 인류의 발명품 덕분에 전 세계가 마음만 먹는다면 서로의 숟가락 개수를 알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둘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으로 많은 이들이 부를 자랑한다. 명품백, 비싼 자동차, 돈다발, 아파트 등등. 누군가가 수년째 거주하고 있을 집의 가격과 동일한 값의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 자연스레 뽐낸다.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추측되는데

하나, 실제로 사용하는 모든 물건이 그 정도 값인 삶을 살고 있어서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자랑이 되어버렸다.

둘, 갖고 싶던 값비싼 물건을 사게 되어 너무 기쁜 마음에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셋, 이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부러워했으면 좋겠다. 그것까지가 이것을 산 보람이니까.

이렇게 세 가지 정도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


부가 자랑할만한 것임은 왜일까?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떠오르는데

첫째, (물려받은 재산이 아니라면) 본인의 노력과 능력치를 증명하는 것이므로 자랑할만하다.둘째, 본인의 능력이 아니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는 곧 힘과 비슷한 것이므로 마치 공작새가 짝짓기 철에 꼬리를 뽐내는 듯 자랑하는 것이다. 꼬리의 색상 선명도, 대칭성, 깃털의 크기와 수 등이 수컷 공작새의 유전적 품질과 영양 상태를 증명하는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란 자신이 꽤나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증명이므로 마치 공작새의 꼬리마냥 펼쳐 보이는 것이다. 부가 자랑임에 대해 이쯤 얘기했다면 본론으로 돌아가서, 왜 가난은 수치인가?


가난은 부끄러워야 하는가? 먼저 부끄러움의 사전적 의미에 대해 찾아보면 '일을 잘 못하거나 양심에 거리끼어 볼 낯이 없거나 매우 떳떳하지 못하다.'라고 쓰여 있다.

일을 잘 못하다. 일을 잘 못해서 가난한 것인가? 어떤 이가 가난하다면 그가 일을 잘하지 못해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가? 만일 태어났을 뿐인데 이미 빚이 산더미였다면? 무언가를 배우기에는 열악한 환경이었다면? 당신이 같은 환경에 태어났어도 일을 '잘'하여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어떤 이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라면 이렇게 저렇게 해서 가난을 탈출했을 거라고. 이렇게 말하는 당신은 지능이 높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어쩌다 다시 태어난다 했을 때 지능지수 랜덤 돌리기에서 또 이번 생처럼 주사위가 6이 나오리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태어나 주어진 환경과 조건 속에서 일을 잘하여 삶을 잘 살고 있다고 해도 부가 축적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이 부끄러운 이유는 양심에 거리끼기 때문인가?

내가 썼지만 이 문장은 개똥 같은 소리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누군가를 속이거나, 법을 어기거나 한 이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지 가난 자체는 그러한 면이 없다. 가난한 이나 부유한 이나 위와 같은 행동을 한 자가 부끄러워야지 그렇지 않은 이는 삶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가난을 부끄럽게 여길까.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약점이기 때문이다. 다시 공작새 비유를 든다면 내 꼬리가 듬성듬성하고 색이 선명치 못한 것이다. 하지만 짝짓기 철이 아니라면, 당신과 내가 부로 경쟁 중이거나 대결 중이 아니라면, 내 가난이 당신에게 약점이 될 이유는 없다. 스스로 아쉬울 수는 있어도, 누군가에게 꺼내보이고 싶지 않을 수는 있어도 타인이 손가락질할 만한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사실 하고 싶은 말은 간단했다.

나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고지능하기를 바란다.

단순히 약점이 보인다고 비웃거나 업신여기는 것이 아닌,

단순히 강점이 있다고 내보이고 자랑하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을 생각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죄를 지은 자를 제외하고

그럴만한 행동을 한 자를 제외하고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이가 없는 사회,

이것이 나의 작고 원대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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