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려는 마음을 이해해 보다.
누군가를 이해하려 노력한 적이 있는가. 그 일은 어땠는가. 수월했는가? 그랬을 리가 없다.
세상에는 나와 같은 인간이 한 명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집안에서 태어나 같은 부모 밑에 자란,
나와 유전자가 가장 유사하다는 형제들을 떠올려보라. 그들이 당신과 비슷한가?
아마 다들 인상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정말 놀랍게도 나와 나의 동생도 양극단에 있는 존재라 할 만큼 서로 다르다. 심지어 형제도 그러한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이 나와 같은 확률이란 '0'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자, 그럼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우리는 누군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 가장 먼저 나도 모르게 '왜 저래'를 외친다.
나의 경우, 길에서 걸어 다니며 - 그래도 서서 피우는 사람은 어느 정도 약간 이해가 된다 -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면 '왜 저래'라는 생각이 든다. 새치기를 하는 사람이나 지하철에서 가만히 있는 여러 사람들을 굳이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또 나도 모르게 '왜 저래'를 속으로 외친다. 더 크게는 온갖 범죄 기사를 접하며 '진짜 왜 저럴까'를 수도 없이 외친다.
한때는 그 많은 이들을 다 이해하려 한 적이 있었다.
'음, 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지금 담배가 너무너무 피고 싶은데 약속에 너무 늦어서 어쩔 수 없나 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것이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 항상 전투 모드로 살게 된 것은 아닐까?' 등등.
이런 식으로 내 나름 상황을 설명하거나 이유를 붙여 이해해 보았다. 하지만 끝끝내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수도 없이 존재했다.
왜 나는 타인을 이해하려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생각의 바탕이 어쩌면 배려가 아니라 오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재판관이 되어 '자네, 왜 이런 행동을 했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아, 그런 배경이 있었다면 그럴만하군. 납득. 땅땅땅' 이런 식으로 나의 논리를 바탕으로 그들의 행동을 판단하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해하지 말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의 경우, 인지하고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결론을 지었다. '길을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군. 아, 세상에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존재하는군. 오케이, 기록.' '지하철에서 사람을 마구 치고 지나가는군. 오케이, 기록.' 그리고 내가 이 결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할 이들은 나의 가족과 배우자이다. '물을 마시고 컵을 식탁에 올려두는군?' '왜 저래'가 아니라 '아하, 그런 성향이 있군. 오케이, 기록.' 나의 첫 전시에 오지 않았던 엄마를 보며 '어떻게 딸인 나의 첫 전시에 오지 않을 수 있지?'가 아니라 '예술을 가치 있게 평가하지 않는 편이군. 오케이, 기록.' 이렇게 말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일수록 이해하려고 한다. 어쩌면 그가 나와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이기를, 나와 같기를 더욱 간절히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는 나와 같지 않다. 어쩌면 그러기에 그에게 끌린 것일지도 모른다. 더욱 재밌는 것은 내가 택하지 않은 가족일수록 더욱 나와 비슷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듯하다. 나의 부모님이라던가, 자식이라던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이해하려다 오히려 오해하게 되는 경우가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 '나의 전시에 왜 안 왔을까? 나의 활동을 응원하지 않는 건가?' 여기서 나의 활동을 응원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아닌 오해이다. 왜냐하면 '나라면' 응원하는 마음으로 갔을 테니까. 행동의 이유에 대해 나도 모르게 나의 행동의 이유를 갖다 대기 때문에 그 해석이 오류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내가 아니다. 나에게 상처로 남았던 그 일은 어쩌면 그저 예술이라는 것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된 일일 가능성이 높다. 오랜 시간 나의 부모님의 행동을 줄곧 관찰한 결과가 그러했다.
그러니 나는 당신에게 이해를 멈추기를 권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보다는 '그런 성향이 있군'하고 이해가 아닌 그저 인지하는 것이 오히려 정답에 가까울 수 있다. 사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한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를 권하는 이유는 당신과 나를 위해서이다. 세상에 나와 같은 이는 없으므로 우린 결국 완전한 이해에 도달하지 못할 텐데 이를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 세상에 대해 여러 면이 존재함을 잘 인지하는 편이 세상살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문득 글을 다 쓰고 나니 누군가 이 글을 보며 '이 사람은 뭘 이렇게까지 생각을 깊게 하는 거지?' 하며 나에게 '왜 저래'를 외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왜 저래'보다는 '아, 세상에 이런 인간도 있군?' 정도로 넘어가주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