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한 해가 밝았다. 지난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요즘이다.
으레 그렇듯 신년 목표를 세우고 월별 계획을 기록했다. 이전 다이어리에 적어두었던 목표들을 이루었는지 확인하며 이번에는 더 높은 목표를 잡았다. 한 단계씩 차근차근 오르다 보면 성취할 수 있을 테니 노력해보자고 다짐을 되새겼다.
다음으로 신년 운세를 읽어보았다. 이맘때면 굳이 찾지 않아도 신년 운세를 알려주는 글이 많이 올라와서 재미로 읽어보는 편이다. 새해의 불안감을 재미로 해소할 수 있으니 적은 값에 액운을 떼는 것 같기도 하다. 거의 악담에 가까운 부정적인 내용은 알아서 넘기며 살펴보는데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와 상징적인 문구가 있다. 옛말에서 가져온 것 같기도 하면서 민담이나 설화의 한 부분인가 싶다.
상징성이 강한 문장들의 뜻을 잘 모르는 것과 별개로 운세의 내용들은 설화와 그 속에 나오는 상상의 존재들을 떠오르게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과 현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개인과 집단의 길흉화복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언제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설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이미지화 되어, 신년이 되면 운세를 확인하듯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해왔다.
인간이 가진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영감을 주는 소재로 끊임없이 사용되고 있다. 시대를 초월하고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기묘한 이야기들은 ㈜디자인실버피쉬의 미디어 작업으로 재창조되어 관람객들에게 시공간을 넘나드는 12가지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전시는 한국의 전통 설화와 민담을 바탕으로 그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들의 이야기를 공감각적 미디어로 재해석하였다. 총 12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된 전시는 다양한 성격의 신, 괴물, 상상 속 동식물들이 화려한 효과를 선보이는 미디어와 결합하여 볼거리가 가득하다.
또한, 디자인실버피쉬는 관람객이 이미지를 경험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관한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한다. 그러니 여러 기술로 구현된 미디어 언어를 향유하며 동시대 디지털 문화와 트렌드를 살펴보아도 좋을 것이다.
<한국의 신비로운 12가지 이야기> 전시는 다채로운 이야기만큼이나 전시관에서 새롭게 경험해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 이때 전시의 관람 포인트로 크게 두 가지를 뽑을 수 있다. 먼저 그래픽과 AR 기술 등의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한 몰입형 실감 콘텐츠이다.
전통적으로 문을 지켜오는 신으로 알려진 신도, 울루가 지키는 ‘상상의 문’을 지나 전시 공간으로 들어가면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펼쳐놓은 상상 속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감각적인 조명과 조화로운 동물 형상의 상징적 존재들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설 속 동물들과 민담 속 무시무시한 귀신들의 존재들은 특징을 강조하면서도 귀엽고 단순하게 표현하여 어떠한 거부감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섹션을 통해 미디어 기술로 재탄생한 우리의 전통 설화 속 존재들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었다.
다음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체험형 실감 콘텐츠이다. 이러한 섹션에서는 관람객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여 환상적인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를 체험할 수 있다. 입장 시 받았던 바코드를 키오스크에 스캔하면 나의 생년월일시에 맞는 별자리가 나타나거나 AR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현란한 미디어아트의 효과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여 만들어지는 결과물에 해당 섹션의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이외에도 벽면에 그린 나무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붙이거나 전시관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등 즐길 거리가 다양했다.
한국의 설화와 기담, 신비롭고 기묘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전시이다. 익숙한 설화에서는 디테일을 찾을 수 있었으며, 생소한 민담에서는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디어로 보기만 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미디어 전시관에 들어가기 이전 벽면에 자세히 기록해두어 그 내용을 되새길 수 있었다. 잘 알려진 전설, 신화부터 낯선 귀신까지 다루고 있어 한국의 설화를 가볍게 훑어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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