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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애 Feb 07. 2022

내일을 위한 오늘의 기록

게티이미지 사진전

이미지 기록과 편집이 자유로워진 오늘날, 대중들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온라인을 통해 이미지를 제작하고 전달한다. 사진을 남기는 일이 일상에 자연스레 자리 잡아 내일을 위해, 그다음을 위해 무엇을 남겨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지금 SNS 게시물을 올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외에도 하나의 장면을 위해 버려지는 수많은 사진과 데이터를 보고 있으면 ‘사진’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우리는 무엇을 왜 남기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피어오른다. 


사진은 찰나의 순간이 그대로 나타나도록 찍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영상이다. 사진이인류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매체가 된 이래, 누군가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생생하게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을 담아낸 형상은 과거에 있었던 일이나 현재 진행중이라는 의미 이상을 나타낸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순간을 포착하여 셔터를 눌러 기록으로 남게 된 사진은 그 순간에 영원성을 부여한다.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시대가 발전하고 진화하며 사진을 향유하는 형태에도 변화가 있었기에 일상 속의 기록물과 저널리즘의 아카이빙은 다른 가치를 지닌다. 그럼에도 사진의 기록과 보존에 대한 가치를 논하는 것은 오늘을 발판으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해온 앞선 이들의 의무감과 사명감을 알기 때문이다. 시대를 기록한 이들은 잊어서는 안 될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역사의 장면을 신중하게 담아내었고, 아키비스트는 지속적 보존 가치를 지닌 기록을 선별하여 가치가 있는 자료로 보관했다. 



기사 이미지 속 친숙한 워터마크 ‘게티이미지(gettyimages)’는 1955년 마크 게티(Mark Getty)와 조너선 클레인(Jonathan Klein)이 ‘게티 인베스트먼트 LLC(Getty Investment LLC)’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이후, 26년간 인류의 기록을 이미지와 영상 매체로 보관하는 아키비스트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통해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이야기를 전하는 이미지텔러로서 그 이면에 있는 비하인드까지 사진을 매개로 보여주었다. 


세계 최대 콘텐츠 아카이브 ‘게티이미지(gettyimages)’의 컬렉션을 세계 최초 대규모 기획전으로 선보이는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는 ‘아카이빙(기록)의 변천사’를 주제로, 온라인 속 이미지에 새겨진 워터마크를 벗고 현실로 나온 사진들을 전시했다. 클래식한 이미지 자체에 집중하는 공간부터 미디어아트와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까지 관람객들이 사진을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전시는 크게 2개 관으로 나뉘며 5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게티이미지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소개하는 1관에서는 ‘사진’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진의 클래식한 멋을 살리는 인화 방식과 낮은 조도를 적용한 공간 연출로 온전히 이미지 감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게티이미지만의 아카이빙을 관람할 수 있다. 더불어 게티이미지가 원본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역사적 사진들과 함께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곳곳에서 셔터를 누르고 있는 종군기자들의 사진까지 만나볼 수 있다. 


철제 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뉴욕의 건설노동자들 
New York Construction Workers Lunching on a Crossbeam, 
ⓒ Photo by Bettmann/Getty Images 1932.09.20


섹션 1의 [아키비스트의 저장고]에서는 게티이미지의 방대한 아카이브와 컬렉션 중 일부를 볼 수 있었으며, 역사적인 스톡 이미지의 산실인 헐튼 아카이브(Hulton Archive)를 비롯한 의미 있는 출간물 콘텐츠와 슬림 에런스(Slim Aarons), 버트 하디(Bert Hardy) 등 전설적인 사진 작가들의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인 <혀를 내밀고 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미국 대공황 시절 ‘마천루 위의 점심’으로 알려진 <철제 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뉴욕의 건설노동자들>이 있는 베트만 컬렉션(Bettmann Collection)이 기억에 남았다. 


아이리비아 iLibya, 2011.03.26 ⓒ Photo by Benjamin Lowy/Getty Images Reportage


섹션 2의 [현대르포의 세계]에서는 세계 유수의 보도사진전을 수상한 게티이미지 소속 종군기자들과 협력 사진작가들의 현대 르포 사진을 볼 수 있다. ‘르포르타주’의 약칭인 르포는 프랑스어로 보고를 뜻하는 말이다. 이러한 르포를 찍는 기자들은 사건 현장에 직접 찾아가 심층 취재하고 자신의 식견을 토대로 기사를 완성한다.


사진과 언론의 역할까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 지역 분쟁과 인권 시위, 자연재해를 취재하기 위해 현장으로 뛰어든 기자들의 사진은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사진과 현장의 경계선을 잇는 기자들의 이미지 기록물은 시대와 역사, 문화를 상징하는 일부로 자리 잡았으며 화면 너머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끝내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현장에 직접 들어가 카메라를 놓지 않고 기록에 집중했던 이들은 그 가치를 알았고 다음을 위해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기자들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한 사진을 통해 그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현장의 생생함과 사진을 촬영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릴 수 있었다. 



디지털 방식으로 연출한 2관에서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상을 연결하는 사진의 역할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으로 기록된 ‘순간’들은 그 시대를 초월해 세대와 국적,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담아 서로를 연결한다. 이에 이번 전시에서는 수많은 사건 · 사고가 반복되는 인류의 연대기(年代記) 속 누구나 공감하는 인간의 연대(連帶)를 이야기하며,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한다. 



다양한 세상의 기록 중 우리 세상과 연결되는 이미지를 볼 수 있었던 전시였다. 작품을 주제별로 전시해 관람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다채로운 구성 방식에 이미지의 울림을 더했다. 전시의 마지막은 체험 공간으로, 아날로그 방식의 페이퍼 아카이브와 디지털 아카이브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에서 역사의 아키비스트 ‘게티이미지’의 사진 속에 담긴 모습들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그치지 않았다. 사진을 중심으로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배경을 체득할 수 있는 순간들의 배열은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였으며 심도 있게 감상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사진을 향유하는 감각을 확장시키는 아트버스터 전시 구성은 과거의 순간들을 기록해온 게티이미지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연결했다. 


시대와 장소를 넘어 세상을 연결하는 사진의 의미를 살필 수 있는 <게티이미지 사진전>을 추천한다. 



※ 본 리뷰는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 문지애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8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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