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페스티벌
4월 30일과 5월 1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렸던 [WONDERLAND FESTIVAL 2022]는 국내 첫 프리미엄 파크 페스티벌이다. 국내 최정상 클래식, 재즈, 뮤지컬 각 분야의 아티스트들로 이루어진 다채로운 프로그램 구성은 팬데믹 기간 활기를 잃었던 야외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부활시키는 데 제격이었다.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A dreamlike moment, Mysterious world of music 신비한 음악의 세계라는 주제에 걸맞게 상상 속으로 그려왔던 꿈 같은 하모니를 보여주었다. 5월의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주는 여유로운 봄날의 분위기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스민 음악과 같았다. 잔디밭에 누워 봄바람을 맞으며 듣는 아티스트의 노래와 오케스트라의 조화로운 음악은 그동안 지쳤던 관객들의 마음을 치유해주었다.
독보적인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 송영주와 전용준 트리오, 국내 최정상 뮤지컬 아티스트 옥주현, 이지혜, 민우혁, 강홍석 등 화려한 라인업과 더불어 F&B, 포토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전석 피크닉 좌석제를 도입하여 완연한 봄기운을 음악과 함께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2년 6개월 만에 수많은 관객이 모이는 대형 페스티벌인 만큼 뜨거운 함성 속에서 페스티벌이 이루어졌다. 소리 지르지 말고 박수 쳐야만 했던 지난날을 보상이라도 하듯 마음껏 함성을 지르며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앵콜을 외쳤다. 무대를 만드는 아티스트와 관객의 호응은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다. 서로 주고받는 공연과 그리운 목소리의 귀환은 일상이 돌아왔다는 깊은 감동을 주었다.
5월 1일 신비로운 첫 여정의 서막을 재즈가 열었다.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와 전용준 트리오,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까지 독보적인 연주 실력으로 환상적인 음악을 선물했다. 연주자의 뛰어난 음악성은 재즈의 특색 있는 스윙감을 한껏 살려 관람객들을 흥겹게 했다. 재즈가 무엇인지 리듬으로 느끼며 연주자의 표현력과 독창적인 스타일을 즐겼다.
재즈의 감각을 지닌 아티스트는 연주하는 순간 매우 행복해 보였다. 한 곡이 끝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눌 때도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감정이 느껴졌다. 재즈를 만들어가는 연주자가 음악에 심취해 행복한 감정을 담아 연주하니 꼭 행복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유롭게 음악에 빠져드는 그때,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들려왔다. 아름다운 멜로디는 잔디밭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는 관객에게 기대감을 갖게 했다. 다음 순서로 기다리고 기다렸던 뮤지컬 아티스트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창력과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만나 풍성한 하모니를 만들어 낼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감동이 밀려왔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강홍석, 민우혁, 조형균은 각자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던 뮤지컬 넘버를 불렀다. 강홍석은 현재 표가 없어서 못 보는 ‘데스노트’의 <키라>와 ‘킹키부츠’의 <Land Of Lola>, 분위기를 띄우는 <서울의 달>을 불렀다. 민우혁은 ‘프랑켄슈타인’ ‘레미제라블’ ‘황태자 루돌프’ 넘버를 들려주었다. 조형균은 ‘헤드윅’ ‘프랑켄슈타인’ ‘시라노’ 등을 노래했다.
사실 팬텀싱어 팬으로 갔다가 뮤지컬에 흠뻑 빠져서 나왔다. 유명한 넘버를 짧게만 들었던 이전의 무대와 다르게 듣고 싶었던 명곡을 연달아 들을 수 있어서 기뻤다. 무엇보다 뮤지컬 넘버가 서사에서 벗어나서 홀로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이야기가 담긴 넘버의 음악성이 그 자체로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넘버가 포함된 뮤지컬을 알고 있는 이들과 공연을 즐기는 데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넘버가 어떤 순간에 나오는지 모르니 음악이 주는 감정에 몰입해도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더구나 가사를 모르니 떼창이 불가능했다. 공연장 곳곳에서 넘버를 신나게 따라 부르는 뮤덕(뮤지컬 덕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알고 보았다면 더욱 신나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커졌다. 그래서 처음 들어보는 뮤지컬 넘버를 메모장에 적으며 다음에는 전주만 들어도 가사를 읊을 수 있도록 뮤지컬을 보고 노래를 반복해서 듣겠다는 다짐을 했다.
뮤지컬 아티스트들의 풍성한 라인업을 보며 뮤덕들만큼은 잘 모르지만, 압도적인 가창력과 연기력을 지닌 옥주현과 이지혜는 워낙 유명하기에 그들의 무대를 기대하고 있었다. 연초에 우연한 기회로 옥주현의 ‘레베카’를 보았기 때문인지 더욱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과 쌀쌀한 바람에 추위를 느낄 즈음 ‘위키드’ 넘버를 부르며 옥주현과 이지혜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이어지는 공연은 그날의 다이어리를 가득 채울 만큼 행복한 순간이었다. 특히 무대 위에서 댄버스 부인을 찾았을 때 뒤쪽에서 들렸던 비명을 잊지 못한다. 당연히 무대 위에 등장할 줄 알았던 댄버스 부인, 옥주현이 펜스를 넘어 관객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나도 물론 비명 같은 함성을 지르며 옥댄버의 레베카를 들었다. 정말 두고두고 떠올릴 소중한 기억이다.
꿈같은 하루를 장식할 대망의 마지막 순서는 매 무대마다 새로운 시도로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였다. 매번 새로운 음악으로 팬들을 놀라게 하는 포레스텔라의 무대는 과연 기대 이상이었다. 관객도 그에 맞춰 응원봉과 함성으로 포레스텔라를 맞이했다.
무대를 보는 내내 함성을 지르고 중간중간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돌아온 일상에 고마웠다. 함성을 내지를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는 한참 지쳐있던 마음을 들뜨게 했다. 다양한 장르의 교차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었으며 관객을 하나로 만들고 모두의 마음을 매료시켰다.
평범한 일상에 음악이 주는 충만함은 마음 깊이 기억될 귀중한 선물이었다.
언젠가 행복한 시간을 찾을 때, 다시 꺼내 볼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