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계절이 바뀐다. 쌀쌀한 바람이 가시고 따듯한 햇빛이 낮을 채운다. 몸을 불리는 두꺼운 옷 대신 조금 더 가벼운 옷차림을 한다. 마지막으로 현관문을 나서기 전 무슨 신발을 신을까 고민한다. ‘오늘은 어떤 신발을 신을까’보다 ‘오늘의 복장에 어떤 신발이 어울릴까’가 더 자연스러운 흐름이기에 신발은 언제나 마지막에 가서야 생각한다.
그러나 신발은 밖으로 나가기 직전에 눈길을 주는 의복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종종 반대의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제일 마지막에 한 고민이 그날의 행동반경을 한정하여 하루를 옥죄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 서 있거나 많이 걸어야 하는 날이라면 발이 편한 신발을 먼저 떠올리고 그에 어울리는 복장을 생각한다. 하루 종일 발에 신경이 쏠려 다음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날이지만 격식을 차려야 한다면 불편하더라도 단정하고 각진 신발을 떠올리게 된다. 신발은 가장 아래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그것을 신은 사람의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전달한다. 어떤 신발을 신는지에 따라 나의 직업, 지위, 가치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그저 발을 보호하기 위해 신발을 신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정 신발을 선택하는 이유와 그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한다.”
신발은 역사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발전해왔다. 성별을 표시하기도, 지위를 드러내기도, 저항을 표현하기도 하며 신발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용적 기능 외에 사회적 필요에 디자인되고 사용되었다. 광범위한 사회적 동맹부터 미묘한 개성의 표현, 라이프 스타일과 신념 체계에 이르기까지 신발은 그것을 신는 사람들의 욕망 또는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신발 스타일에 변화를 주었다.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신발에 부여된 사회적 의미를 고려해 신발을 선택한다. TPO(Time 시간, Place 장소, Occasion 상황)뿐만 아니라 관념화된 사회적 인식에 따라 그날 어떤 신발을 신을지 정한다. 그러므로 신발은 본래 실용적인 목적의 쓰임을 훨씬 넘어서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생활필수품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더 나아가 신발을 신는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이에 저자는 ‘어떤 신발을 신었는가’가 아닌 ‘왜 그 신발을 신었는가’를 물으며 신발의 변천사를 살펴본다. 신발을 신발을 샌들 ・ 부츠 ・ 하이힐 ・ 스니커즈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그것을 필요로 했던 당대 사람들의 생각과 시대의 흐름 정서 등을 탐색한다. 신문과 잡지, 소설과 같은 방대한 자료 속에서 신발과 관련된 역사적 · 사회적 · 문화적 쟁점들을 조명한다.
1장에서는 자유를 위한 투쟁 그리고 여가 활동에서 샌들이 왜 선택 받았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본다. 2장에서는 승마와 같은 활동적인 남성의 전유물에서 다양한 집단의 동일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리하게 된 부츠는 남성성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확인하고, 3장에서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이중적인 시선에 대해 알아본다. 4장에서는 스니커즈가 어떻게 캐주얼화에서 수집의 대상이 되는 고급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었는지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책은 우리가 신발을 선택하는 이유와 그 선택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우리가 왜 그 신발을 신었는가’하는 복잡하고 방대한 물음에 대해 인간의 삶과 역사를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독특한 통찰을 제공해주는 문화 탐구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