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큐레이터지아 Aug 22. 2023

새로운 낭만을 꿈꾸는 사람들이여




새로운 낭만주의자의 시선

Edgar Degas, Waiting (L'Attente), 1882




낭만을 꿈꾸는 자는 예술가를 흉내 내며 바랜 종이를 꺼냈다. 깊숙한 서랍에서 꺼내 든 4B연필과 지우개는 한창 그림에 빠져 살던 무려 15년 전의 것이었다. 학창 시절의 그 아이는 손 이곳저곳에 흑연 심이 박히는 고통 속에서도 빠르게 소진될 도구부터 걱정했다. 시간에 떠밀려온 현재는 지나온 한편에서 비로소 그 기억의 시간을 찾아냈다.



어느샌가 사라진 낭만은 어딘가 아프고 무겁다. 그땐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이 더욱 짙었으며, 우리 청춘이 꿈꾸던 시선이 따가웠고, 멈춰진 순간엔 여운이 깊었으나, 빨라지는 시공간에서 모든 것은 블랙홀처럼 소멸되고 있다. 다시 쫓아야 함을 최선을 다해 붙잡아야 함을 그러기 위해선 멈춰야 한다. 낭만을 불러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만든 이 난장판 속에서, 새로운 과일을 찾는 예술가와 꿈꾸는 바보들을 만나 위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매일 걷는 아스팔트 길에 곧게 심어진 나무엔 잎들은 늘 낙화할 것이며, 회색 빛 고층 건물 사이엔 아늑한 노을이 비치고, 닫힌 창 너머의 시선 속에서 다르게 펼쳐질 놓친 것들에 기울여야 한다.



낭만을 살아감을 선택할 수 없이 태어났으나, 스스로 새로운 낭만주의자로서 시간의 지수적 속도에서 잘 죽어갈 것임은 결정할 수 있다. 우리는 어린 만큼 끝까지 타올라, 마침내 타버린 재는 사라질 테다.



오일 물감, 종이, 나무의 오래된 냄새는 머무르던 공간을 메우곤 했고, 기억 속에서 사라진 그 냄새는 추억으로 남겨졌다. 꺼내든 연필과 파스텔, 붓은 잠시 정지한 순간으로의 그리움이다. 스쳐 지나간 잊혀진 것들을 다시 내 주머니에 담아야 한다. 이 네모난 캔버스에 색을 입히다보면, 그 색이 바래질 때 우리가 찾던 그 짙은 색이 나타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