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Glackens William James
가을 맛이 나는 시간
William Glackens William James, Washington Square
세상은 낯설도록 흐른다. 가끔은 빛 보다 빠르다. 입자들의 릴레이 속 뒤쳐지는 꼴찌가 되고선 앞서 나가는 이들을 멍 하니 바라본다.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발견했고, 과학자들은 전기를, 기차를, 사진기를 발명했다. 오늘날, 인류가 만든 기계와 알고리즘은 이들 스스로가 인지함을 터득하도록 독려한다. 그 끝무렵에서조차 인류는 마지막 엔트로피를 향해 달려가길 욕망하며 끊임없이 나아간다.
바삭하고 찬 공기는 주어진 시간의 마무리를 알린다. 다시 돌아온, 그리고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그런 겨울이다. 갑작스런 온도의 전환으로 옷장 구석에서 긴 겉옷을 하나 둘 꺼내본다. 나는 이 계절을 기다렸다는 듯 코를 스치는 신선한 공기가 반가워 숨을 깊이 들이키고 내쉼을 반복한다. 하염없이 흘러가던 시간 속에 가여웠던 나를 기억한다. 타오르던 열정의 마지막 불씨는 과감히 꺼버린다. 새롭게 틔울 불씨는 오롯하게 나를 위해 쓰겠노라 다짐한다. 이제, 성장할 나의 기울기를 개선하고 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