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COSMOS

by 지안의 문장


빛이 하나도 들지 않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우주의 별빛이 모두 땅으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묘한 감정에 휩싸인 적이 있다. 공포는 아닌데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은 마치 어떤 두려움을 읽어내는 듯한 떨림을 전했다. 그때 본 별빛은 그 순간의 얼굴이 아니었겠지.


오늘 밤, 어떤 별빛이 내 눈에 닿았다면 그것은 75년 전, 혹은 수천 년 전에 그곳을 떠난 빛이다. 별을 보는 일은 시간을 거슬러 아득한 과거를 응시하는 일이다.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빛을 본 그날도, 나는 그저 과거가 어둠을 뚫고 보내온 엽서를 뒤늦게 읽고 있을 뿐이었다. 지구에 서서 흐르는 나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을 읽었던 것이다.


별들의 생애에 비하면 인간의 시간은 찰나라는 말조차 길게 느껴진다. 차갑고 단단한 우주의 시선으로 본다면, 우리는 10억 분의 1도 채 안 되는 순간을 반짝이다 사라지는, 그저 잠시 머무는 존재일 것이다.


신춘문예 낙방으로 시린 마음을 움켜쥐고 있던 시간 속의 나는 우주의 먼지처럼 어디론가 흩어져버렸다. 이 광막한 시공간 속에서 시린 마음을 붙잡고 있는 것은 또 얼마나 작은 일처럼 보일까. 밤하늘은 내게 묵직하게 물어왔다. 그 짧은 찰나를 살면서 왜 스스로를 괴롭히느냐고.


역설적이게도 내가 우주의 먼지라는 사실이 무너진 나를 다시 고요하게 일으켜 세운다. 작디작은 존재라는 것은 거대한 우주의 잣대로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끊임없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어쩌면 바깥의 우주가 아니라 내 안의 우주에서 존재 의미를 찾는 항해이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 좋아하는 것, 지금 어디에 있느냐를 알아가는 걸음이야말로 내 주변을, 그리고 상처받은 나 자신을 더 낫게 만드는 필수적인 과정일 것이다. 나에게 진정한 것을 깊이 바라보는 일은 우주의 별 하나를 오래 관찰하고, 이름을 붙여주고, 지켜보는 것과도 닮아 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당장 지구가 부서진다 해도, 남의 별을 알아가는 일보다 죽음 전까지 스스로를 깊게 바라보는 일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텅 빈 우주. 그중에서도 태양계. 또 그중에서도 생명이 숨 쉬는 지구라는 행성에 기적적인 확률로 불시착했다. 1만 3천 킬로미터의 따뜻한 땅 위에서 '지금'을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찰나의 순간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거창하고도 대단한 일을 해내야 할까. 기적적인 존재의 이유를 굳이 증명해야 할까.


서로 사랑하는 것.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

'나'라는 작은 우주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


잠든 아이의 따뜻한 볼을 비비며 체온을 나누는 일.

시린 겨울밤에도 도망가지 않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일.

실패했음에도 '다시 할 용기'를 내어보는 일.


사소해 보이는 이 모든 것이 덧없는 우주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작지만 고유한 빛이다.


별자리조차 수십만 년이 지나면 모습이 바뀐다고 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니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주의 법칙 아래서, 주어진 시간 속 내 몫의 오늘만큼 사랑을 하고 글을 쓴다.


어쩌면 깊은 밤이 오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이상 밤의 어둠이 두렵지 않다. 내 안에도 별이 뜨고 지는 잴 수 없는 깊이의 우주가 있음을 알기에.


이 작은 지구에서, 코스모스가 되어.

이전 09화9. 밤이 긴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