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출판사에 대차게 까이고 알게된 것

생애 첫 출판 프로젝트 #05

by 지안느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 미팅이 잡힌 출판사는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역사 깊은 출판사였다.


원고 투고 후 첫 미팅이었기 때문에 어떤 미팅을 하게 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미팅까지 하자고 하는 걸 보면 출간 거절은 아닐 것 같았다.(출간 거절은 이메일로도 할 수 있으니까)


혹시나 계약을 바로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된 회의에서 처음으로 들은 얘기는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스픽이 사실 메타나 구글같은 회사는 아니잖아요. 핫하긴 한데 그 정도는 아니에요”

“보내주신 기획안만으로는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신인 작가 초판은 2,000부 이렇게는 못 찍어요. 500부 정도?”

“강의에 대한 반응이 좋다고 해서 책에 대한 반응이 좋을 거란 보장은 없죠”


앉자마자 내 기획안의 부족한 점과 내 책을 계약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주는데 ‘굳이 이런 얘기를 불러서 하나?’라는 의아한 마음 반, 그 피드백들이 너무나 사실이라서 수긍되는 마음 반이었다. 일단 계약은 바로 못하겠구나 싶어 나는 희미해져가는 정신을 붙잡고 물었다.


“제가 책을 처음 쓰다 보니 저는 출판사 분들의 이런 의견이 정말 필요했어요. 어떤 부분을 보강하고, 어떻게 기획을 수정하면 출간 계약을 할만큼 매력적인 책이 될 수 있는지 피드백을 주실 수 있을까요?”


다행히 출판사 쪽에서도 피드백만 주려고 나를 부른 게 아니라 피드백을 바탕으로 기존에 보냈던 기획안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기획안을 받고 싶어서 나를 불렀던 것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내가 보낸 원고 중에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기획안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어떻게 수정되어야하는지를 하나 하나 알려주셨다.


피드백을 요약하자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을 것. 그리고 그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모두 작성해서 샘플 원고를 보지 않아도 어떤 이야기들이 책에 담기게 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라는 것이었다.


피드백을 받고 보니 내 기획안에는 치열함, 좋은 기운과 같은 모호한 키워드만 있을 뿐 그 키워드를 잇는 메시지가 없었고, 목차만 봐서는 내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책에 쓰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책 출간 제안서에 대한 피드백과 강의(?)를 듣고, 그 내용을 반영한 새로운 기획안을 한 달 뒤까지 드리기로 하고 미팅을 마쳤다. 감사하게도 레퍼런스로 삼을 수 있는 책과 출판사의 신간 책들을 잔뜩 선물해주셔서 출판사를 나올 때에는 몸도 마음도 무겁게 나올 수 있었다.


출간 계약을 하는 거 아니냐며 설레발 쳤던 마음은 싹 가라 앉고, 너무나 팩트 그 자체인 피드백들만 날이 선 채 내 마음 속에 남아있었다.


미팅에서 받아적은 피드백들을 다시 복기하면서 내 마음은 쓰렸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 미팅을 통해서 내 기획안은 완전히 환골탈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처음 만들었던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휴지통에 버리고 출간 프로젝트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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