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녕, 내 아기를 출산하던 날

Hi baby, Goodbye mom.

by 지안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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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안녕의 시작


2025년 6월 23일. 출산을 했다.

제왕 절개 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오자 마자 광주에 계신 부모님께 출산 소식을 알리려고 핸드폰을 켰다. 가족 카톡 방에 메시지가 몇 십개가 쌓여있었다.


'이상하다. 나 오늘 출산이라고 말 안했는데..'


메시지를 열어보니 아버지가 호흡 곤란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했다는 소식이었다. 출산 3주 전 폐암 3기를 선고받고 암 투병 중인 엄마와 함께 요양 병원에 들어가신지 일주일도 안된 시점이었다.


하반신 마취를 한 터라 허리 아래로는 감각이 없고, 수면 마취 때문에 정신은 몽롱한 상태에서 정신을 붙잡고 전화를 걸었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나고 있었다. 아빠가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 아빠의 목소리만 들어도 '죽을 뻔 했다'는 아빠의 말이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아빠는 요양 병원에 있던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응급 조치를 취한 덕분에 살 수 있었다. 하마터면 내 아기의 생일이 아빠의 기일이 될 뻔했다.


여기까지는 출산 당일에 일어난 가슴을 쓸어내리는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 아빠도 숨이 돌아왔고, 항암도 힘들겠지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나도 산후 회복에 집중해서, 얼른 아기를 데리고 광주에 계신 부모님께 가야지 하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시계는 내 출산을 기점으로 빠르게 흘러갔다.


엄마와 임신


내가 임신을 했던 2024년 10월은 엄마가 암을 선고받은지 딱 6년째 되던 달이었다. 그땐 왠지 모르게 엄마가 훌쩍 떠날 것 같았다. 그리고 뜬금없게도 임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엄마를 1년이라도 더 살게할 것 같았다. 사람들이 나에게 '어떻게 임신을 결심했냐'는 질문을 할 때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손주를 보여드리고 싶어서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왠지 그렇게 말하기엔 내 임신의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지 않아 말을 아껴왔었다. 그만큼 내 아기의 탄생에는 엄마의 지분이 컸다.


임신을 확인하고 다음 생리 예정일이 되기도 전에 가장 먼저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에게 두 줄이 흐릿하게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를 건네며 말했다.


'엄마 살아야돼'


당시 엄마는 나의 결혼과 남동생의 결혼까지 모든 가정의 대소사를 죽을 힘을 다해 해내더니 모든 걸 내려놓은 듯 했다. 그런 엄마에게 나는 '내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살으라고. 그렇게라도 삶의 의지를 붙잡으라고. 친정 엄마도 없이 아기를 낳고 싶지 않다고' 협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전은 먹혔다. 엄마는 그날부터 나의 아기를 기다렸다. 언제나 인생이 숙제같고 고달프다면서도 그 숙제를 누구보다 성실히 하는 사람이 바로 엄마였다. 나는 엄마가 내 아기를 보기 위해 기다린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엄마는 내 출산의 순간을 망치지 않기 위해 아기가 태어나기까지의 시간을 견디기 시작했다.


그런데 출산 당일 이상하게도 그렇게 기다리던 내 아기가 태어났는데, 엄마의 반응이 미지근했다.'엄마가 바라던 자연분만을 안하고 제왕 절개를 해서일까? 이제 다 끝났다 싶어서 그런가?' 서운했다. 출산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안 엄마 대신 언니가 날 보러 왔다. 엄마가 아파서 오지 못할 거라는 것은 알았고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친정 엄마도 없이 아기를 낳았다는 생각에 서글펐다.


안녕, 그리고 또 안녕

호르몬 때문인지 서러움 때문인지 나는 병원에서도, 조리원에서도 매일 밤마다 울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도 통화는 5분을 넘기지 못했다. 출산 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한 번 통화할 때마다 1시간 넘게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피곤하게 했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엄마가 아파서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내가 제왕절개를 해서 엄마가 정말 삐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리원에서 유축을 하고 있는데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를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다고. 의사에게 엄마의 기대 여명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방금 호스피스 관련 서류에 사인을 하고 나오는 길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있는 현실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렸다. 내가 자주 꾸는 악몽 중에 최악의 악몽인 꿈에서 깼는데 또 꿈인 느낌이었다.


'아기를 낳은지 2주도 안됐는데..아직 엄마한테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한 쪽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이제 막 생의 시작을 고하고 있었고, 한쪽에선 또 다른 삶이 생의 끝을 고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출산 2주만에 일어난 일이다. 천륜, 하늘이 맺어주어 감히 인위적으로는 끊을 수도 없다는 나의 인연들과의 영원한 안녕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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