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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향사 이지안 Sep 24. 2021

시작_우리는 왜 지금 고양이인가?

냥집사들의 소원 -'마흔 가자' 01

시작_우리는 왜 지금 고양이인가?



고양이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판이 좋은 동물은 아니었다. 최근에 그에 맞는 지위를 찾아가고 있는가 싶지만, 여전히 기물을 파손한다는 이유로 전월세 입주 계약의 발목을 잡는 대상이 되기도 하고, 동네에서는 쓰레기봉투를 뜯고 요상한 울음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편견들은 고양이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하게 생각할 오해이며, 인간들의 사소한 노력으로 충분히 없앨 수 있는 변수이다. 앞으로 내가 연재하게 될 글을 통해 단 한 명이라도 고양이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된다면 나는 그것 만으로 충분할 것 같다.


@pixabay


사람 손이 익숙한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인간과 공생하기 위해 여전히 맞춰가는 중이다. 이제 막 시작한 연인 사이라고 해야 할까?


인간이 고양이를 실내에서 기르기 시작한 역사는 한 세기가 채 되지 않았다. 고양이를 실내에서 기르기 위해서는 모래와 사료가 필요한데, 둘 다 20세기 이후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을 1947년 에드워드 로이에 의해 발명된 ‘고양이 화장실 모래’로 꼽는다. 나 또한 이에 매우 공감한다.(어... 음... 캐리어의 에어컨인가?)


@에드워드로이 재단


서로 모르는 부분도 많고 맞춰 가야 할 부분도 많지만, 고양이를 위한 인간의 헌신을 봐서는 머지않아 집사들을 마구 부리며 만족스러운 ‘냥생’을 살아가게 될 고양이들이 눈에 선하다. 나 또한 그런 ‘집사’의 삶을 자처하고 있으니 말이다.



고양이는 어떻게 우리 곁에 오게 되었나?

고양이의 조상 격인 들고양이는 10만 년에서 7만 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하며, 지금과 같은 길들여진 고양이의 기원은 약 1만 년 전 중동 지역에서 사람과 함께 마을에 살게 된 아프리카들고양이 로 추측된다고 한다.(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출처) 고양이가 세계에 퍼지고 한국에 정착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면, 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인간 친화적인 목적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고양이를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고양이가 여러 대륙으로 전파된 배경은 선원들의 식량을 쥐와 각종 벌레로부터 지키기 위해 배에 싣고 다니면서부터다. 고양이를 한 번이라도 주의 깊게 관찰해보거나 반려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고양이는 코브라도 앞발로 때려잡을 만큼(소위 말하는 ‘냥냥펀치’) 민첩하고 강한 동물이다. 여기서 코브라를 때려잡는다는 고양이는 대형 장모종이나 사바나캣, 살쾡이가 아닌 일반 길냥이 수준의 체급들을 말하는 것이다. 당장 유튜브에 ‘뱀 때려잡는 고양이’만 검색하더라도 수백 개의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고양이는 사냥을 잘한다. 또한 고양이는 쥐, 뱀, 새와 같은 동물들 뿐만 아니라 벌레 사냥도 곧잘 해서 고양이를 천적으로 아는 바퀴벌레(일명 ‘바선생’)들이 고양이가 사는 집엔 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생겨났을 정도다.(물론 나의 경험상 이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pixabay


난 러시안블루를 한 마리 반려하고 있는데, 자고 일어나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사람 엄지손가락 만한 거미, 귀뚜라미, 바퀴벌레, 돈벌레 등을 어떻게 그렇게 잘… 조져 놓는 건지, 기특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지만 일단 밥값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중이다.(집사 지켜줘서 고... 고마워...ㅎㅎ...)


나의 반려묘 아리, 조져놓은 벌레 사진도 있으나 생략하도록 하겠다.


어쨌거나 이렇게 사냥에 도가 튼 동물인 고양이는 선원들이 벌레와 쥐로부터 식량을 지키기 위해 데리고 다니기엔 아주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사람에게 해를 가할 만큼 위험한 육식동물도 아니며, 데리고 다니는데 부담이 될 만큼 식사량이 많지도 않거니와, 무엇보다 긴긴 항해의 여정을 함께 하기에 지루하지 않을 만큼 너무나도 엉뚱하며 귀엽다.(사심가득)


한국에 고양이가 들어오게 된 시기는 고려시대로 추정된다. 목판 경전들을 쥐가 갉아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판과 함께 중국으로부터 들여왔다고 전해진다. 훗날 이 고양이들은 액운을 쫓는 조선의 민속화에 자주 등장하게 되며, 오늘날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반려하고 있는 ‘코리안숏헤어’, 코숏의 조상이 된다. 이 고양이들은 처음에 실크로드를 통해 이집트로부터 그리스로, 그리고 중국으로 전파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우리나라의 코숏은 아비시니안, 페르시안과 같은 계통이라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다. 또 이 고양이들이 위에서 말한 항해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자연적으로, 또 인공적으로 지금과 같은 여러 종들이 생겨난 것이다.


@pixabay


이렇게 고양이가 어떻게 인간과 함께 살아오게 되었는지를 알고 나면, 왜 고대 이집트 사람들이 고양이를 신성한 동물로 섬겼는지, 액운을 쫓는 조선의 민속화에 왜 고양이가 등장하는지 이해된다. 옛날 사람들에게는 먹는 것, 믿는 것이 전부였다면 그들을 쥐와 벌레로부터 지키는 것이 바로 고양이였기 때문이다.


@pixabay



충성과 훈련의 상징 개, 그렇다면 고양이는 다를까?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는 조선 19대 왕(태정태세문단세…) 숙종이 소위 말해 ‘냥줍’해 길렀다고 하는 고양이다. 그 이름도 찬란한 어미 고양이 금덕(金德)이와 그의 새끼 고양이 금손(金孫)이. 숙종은 금덕이가 죽자 시를 짓고 장례를 치르게 했다고 하며, 금손이를 어찌나 사랑했는지 후궁들이 금손이를 질투할 정도였다고 한다. 후에 숙종이 죽고 나자 금손이는 식음을 전폐하다 13일 뒤 숙종의 뒤를 따라 고양이별로 갔다고 전해지며, 숙종의 옆에 묻혔다고 한다. 그런 금손이의 충성심에 감명받아 지어진 ‘금묘가’라는 시까지 있을 정도이니, 고양이가 복수의 동물, 사람을 따르지 않는 동물이라는 것은 오해다. 아래는 금묘가의 한 구절이다.


"경황없이 달려가 빈전 뜰에서 곡하며 우러러 빈전 향해 몸을 굽혔네. 그 소리 너무 서글퍼 차마 들을 수 없으니 보는 사람마다 눈물 떨구었네."  

문신 김시민 - ‘금묘가’ 中


냥님 모시는 집사라면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시 임은 분명하다.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고양이를 반려하고 나서부터는 그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있다. 내가 기르는 고양이도 잘 훈련된 개와 같이 ‘손!’ 하면 손을 주기도 하며, ‘뽀뽀!’하면 뽀뽀를 하기도 한다. ‘맘마’, ‘까까’, ‘우유’를 알아듣고 본인의 이름엔 가끔 ‘냥!’하고 대답을 하기도 한다.(물론 내가 손에 간식을 들고 있을 때 훨씬 빠른 피드백이 오지만...)


이렇게 고양이가 훈련하기 힘들고 충성심이 없다는 정설은 오해다. 나조차도 쉽게 간식 몇 번으로 교육을 해 냈으니 말이다. 내 생각에는 인간이 집안에서 고양이를 반려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보다 오랜 시간 인간과 집 안에서 공생한 개와 비교를 하다 보니 생긴 고양이에 대한 오해라고 짐작한다.


단원 김홍도 -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黃猫弄蝶)'


그러면 왜, 지금, 고양이인가?

초입에서 고양이는 전월세 계약의 기피대상이 되기도 하며, 동네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섬뜩한 존재로 피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우선 내가 고양이를 반려하며 직접 경험하고 여러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많은 콘텐츠를 확인해본 결과, 고양이는 기브 앤 테이크가 철저한 동물이다. 고양이가 벽지를 뜯거나 장판을 뜯는가? 그렇다면 고양이가 발톱을 긁을 만한 스크래처가 집안 곳곳 놓아져 있는지,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사냥놀이를 충분히 해주는지 반성해보아야 한다.


고양이는 육식 동물이다. 발톱은 항상 날카롭게 유지해야 하며 사냥 본능을 충분히 풀어주어야 한다. 만약 고양이가 만족할 만한 리소스를 제공하지 않고 고양이를 탓하려 든다면 그건 집사의 욕심으로 분에 넘치는 반려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화는 조심해야 하지만 그러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고양이는 밥과 물, 안전한 영역이 확보되면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동물이다. 갈등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고양이가 동네에 있는 것이 싫다고 급식소를 없애고 사료를 주는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기보다는, 고양이들이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식사를 제공하고 개체수가 무리하게 늘어나거나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내지 않도록 중성화를 시켜주는 것이 오히려 고양이들과 인간이 눈살 찌푸리지 않고 공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고양이는 쥐와 같은 작은 동물, 바선생과 같은 벌레 사냥을 곧잘 하니 세스코가 따로 없지 않은가?


이런 문제로 사람과 사람도 마찰이 잦다 보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길고양이에게 급식을 하는 일은 불법이 아니다. 그리고 최근 동물들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동물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에 대한 처벌도 강력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 또한 동물학대에 대한 규제가 강력해져서 동물을 향한 그 무자비한 칼 끝에 결국 사람까지 서게 되는 일이 미연에 방지되기를 바란다.


독일에 있는 친구가 말한 독일의 반려동물 시스템이 꽤 신선했다. 독일은 반려동물을 어디든 데리고 다닐 수 있는데, 똑같이 요금도 내야 하며 세금도 따로 낸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울 만한 요건이 되는 사람들만이 기를 가능성도 높아지고, 다른 사람들 또한 어엿한 세금 납부자...납부견? 납부...묘? 로써 반려동물을 존중해줄 테니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고양이는 이렇게 철저히 본인이 누리는 만큼 말썽을 일으키지 않으며, 본인의 경험만을 믿는 신뢰의 동물이다. 무조건적인 충성은 바라기 힘들고 신뢰를 쌓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성향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요즘 사람들’, ‘MZ세대'와 많이 닮지 않았는가?


고양이도 외로움을 탄다. 하지만 집안 환경 조성이 잘 되어있고 낚시 놀이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주게 된다면, 시끄럽게 짖는 일도 없을 것이고 산책을 매일 시켜줄 필요도 없다. 1인 가구가 키우기에는 아무래도 강아지보다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과 닮은 존재를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요즘 가구의 특성이 반영되어 고양이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pixabay


마흔 가자!


얼마 전 모든 집사들의 희망이었던 한국 비공인 최장수 고양이인 28살 ‘밍키’가 고양이 별로 떠났다. 고양이 나이 28살은 사람 나이로 무려 132살이다. 이에 많은 집사들이 마음 모아 명복을 빌어주며 그는 우리의 희망이었다고 슬퍼한다.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 - 밍키


한 유명한 포털 사이트의 고양이카페에서는 집사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마흔 가자!’라는 말을 의기투합해 외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참고로 집고양이의 수명은 10년 내외, 요즘엔 고양이 용품과 수의학의 발달로 20년 내외로 사는 고양이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마치 주식과 코인에서 ‘영차영차!’를 제창하는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의 절실한 외침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기를 나 또한 한 명의 집사로서 바래본다. 10년? 이 매력 넘치는 완벽한 동물과 함께 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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