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 줄 알았다. 올해 맡은 학급의 남학생들이 유독 산만하고 개구쟁이다. 우리 반이 다소 그런다지만 다른 반 선생님들의 고민도 남학생에게 머물러 있다. 원래 한 교실에 여학생과 남학생을 같이 놓고 보면 남학생이 모든 면에서 한 2년 정도 어리다. 남자아이들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발달하고 있다.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는 그렇다. 이건 남자아이들이 불완전해서가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의 차이일 뿐이다. 통상적으로 그런 면이 있기에 그걸 감안해서 교육한다. 상담할 때도 그 말씀을 드린다.
난 아들 둘, 딸 하나 자녀가 있다. 아들, 딸 고루 낳고 키워 본 경험으로 나의 평등사상 관점은 "다른 걸 똑같이"라고 주장했던 젊은 날에서 뒤돌아섰다. "다른 것을 다르게" 각자 고유의 가치대로 살게 하는 것이 평등이다. 남과 여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다르게 움직인다. 태어나는 순간 뼈의 강도도 아들과 딸은 다르다. 자라면서 노는 것도 다르다. 서로 다른 두 성을 똑같이 취급해선 절대 안 된다. 키우고 교육할 때도 달라야 한다. 내가 세 아이를 앞세우고 놀이터에 가면 동네 어르신들이 그랬다. "아들은 모든 면에서 딸의 2배 공을 들여야 해. 그래야 딸 만큼 크는 거야." 난 그 말씀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남학생의 생활 습관이 너무 무너져 있는 것을 보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책이랑 자료를 검색했다. 이건 비단 우리 교실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인터넷의 발전과 영상 문화의 급속한 보급은 아들들에게 더 영향을 크게 주었다. 시청각 미디어는 아이들에게 즉각적인 보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빠지기 전에 부모의 단호하고 일관된 지도가 필요하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부모는 항상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결국 아이에게 주도권을 넘기게 된다. 남자아이일수록 반복적인 규율과 단호하고 명확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건 정말 동감하는 바이다.
리더십을 잃은 부모는 절대 남자아이를 바르게 교육할 수 없다. 모든 아이의 말과 행동의 첫 번째 교과서는 바로 부모이다. 그 부모가 자기 역할에서 밀려나 구석에 있는 것을 아이들은 빨리 안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권력 지향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리더십을 잃은 부모는 남자아이를 키우기가 어려워진다. 부모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명확성과 일관성, 정서적 안정감을 가져야 한다. 이건 아들이나 딸을 키울 때 다 필요하지만, 남자아이에게 더 필요하다. 남자아이들이 태생적으로 산만하고 갈등에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그건 원시시대 이후 내려오는 호르몬 유전자 탓일 것이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권위적이어선 안 된다. 친밀함과 단호함이 함께 가야 한다.
더구나 남자아이들은 어느 정도 크면 목욕탕도 엄마 따라서 가지 못한다. 엄마와의 관계는 모든 인간이 경험하는 최초의 관계이다. 그뿐인가, 한 사람의 미래에 있을 모든 관계에도 강한 영향을 미친다. 엄마와의 분리를 경험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정서 혼란을 겪는 시기가 지속된다. 어떻게 하면 엄마와 친밀하면서도 거리를 둘 수 있는지를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엄마하고 함께 못 하는 것에 대해 남자아이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받아들이는지 알 수 없다.
단지 그 시기에 엄마는 항상 곁에 있다는 믿음과 사랑을 강하게 줘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 믿음이 채워져야 엄마와의 자연스러운 거리두기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사랑에는 묘약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왜 사랑은 묘약이 될까?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기 때문이다. 나로 인해 세상에 태어난 연약한 내 아이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아이를 나만큼 품을 수 있을까, 그 마음으로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안테나를 세우고 키워야 한다. 하지만 그 마음이 다 보여서는 안 된다. 사랑은 느끼게 하되 부모가 너무 ‘너만 보고 있어.’ 이런 태도도 아이를 오만하게 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마마보이로 키울 수 있다. 매 순간 현명해지기를 기도하며 아이를 키워야 한다.
남자아이는 부모의 인내심을 꽤 요구한다. 남자아이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을 체험한다. 남자아이의 행동에는 부모의 가이드와 방향 제시가 더 필요하다. 부모는 아이들이 원하는 사랑과 도움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어야 한다. 안정감이 토대가 되어야 바람직한 변화의 싹을 틔울 수 있다. 어른의 현명함으로 남자아이들이 성장의 차이를 극복하고 잘 자라기를 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