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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바른 Sep 28. 2022

영감을 얻는 공간, 광화문 광장

인사이트가 필요할 때마다 들리는 서울 한복판 #1

누구나 그런 곳 있잖아요.

직접 찍은 광화문 광장 분수대. 항상 아이들이 많다.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회사 면접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나도 생각을 환기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잖아요.


아쉽게도 아직은 저만의 작업실을 만들 여유는 없습니다. 그 대신에 '나만의 공간'을 지금 내가 있는 서울 안에서 찾아보자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람 많은 서울 안에서 나만의 공간을 찾기라니, 뭔가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생각을 해본다면, 우리는 종종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도 나만의 공간을 찾아왔습니다. 



공공적이면서 개인적인 공간을 찾아서

혼자 식당에 가면 항상 구석, 그것도 먼지 쌓이기 좋은 구석을 향해 간다.

혼자 식당을 가면 항상 구석 자리를 찾습니다. 방해받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자리에 앉습니다. 부담이 없으면서도 개인 영역은 보장되는 곳을 본능적으로 찾았던 거 같습니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죠. 


공간의 정중앙보다는 중앙을 관람할 수 있는 작은 영역에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기획서를 만들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처럼 생각이 많을 때는 더더욱 구석자리를 찾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가게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을 적당히 환기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았습니다. 


공공적인 장소에서 개인적인 공간을 찾다니, 참 모순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광화문 광장을 갑니다.

직접 촬영한 노을 진 광화문 광장

그래서 저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사람 구경하면서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싶을 때는 광화문 광장으로 나갑니다. 지난 8월에 개장된 광화문 광장은 여러모로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공간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광화문 광장의 타일. (출처 : 롱블랙)
광장의 빈 공간을 채우는 돌바닥 타일은 지금의 민주주의를 상징해요. 타일을 자세히 보면 하나의 네모 타일 안에, 동그라미가 있어요. 그 동그라미는 저마다 모양을 조금씩 다르게 했어요. 어떤 건 오른쪽이 더 튀어나와 있고, 어떤 건 비가 오면 좀 더 젖고요.

각각의 동그라미를 네모 안에 넣은 이유는,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의미예요.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존중하고,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광화문 광장의 조경 설계자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출처 : 롱블랙)

롱블랙에서 읽게 된 광화문 광장의 뒷 이야기는 정말 반가웠습니다. 광장이라는 거대한 공적의 영역에서도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장소,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는 정신. 이 장소라면 편안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실제로 어느 날 광화문 광장의 분수대에서는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부모, 아이의 관계가 역전되는 장소 : 분수대

직접 찍었던 광화문 광장의 분수대. 아이들이 참 해맑았다.

8월 광화문 광장의 분수대에는 참 많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듣지 못했던 아이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반가웠지만, 신기한 모습을 목격했기에 더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아이1 : 엄마! 내가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와!
아이2 : 아빠! 저기에 서 있어봐 봐! 

아이들이 부모님들에게 당당하게 지시하고 명령을 하더군요. 어쩌면 아이들이 했던 저 말들은 평소 본인들의 부모님들에게 들었던 말일 겁니다.


분수대에서는 그 관계가 역전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큰 목소리로 말하고 본인들을 따라오라고 이야기합니다. 멈추라고 이야기하고 서있으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정말 당돌하게 단호하게 말합니다.

높이 오르는 분수가 아이들을 더 높이보게 만들었다.

위로 힘차게 솟아오르는 분수들이 아이들로 하여금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진귀한 장면이었습니다. 


공공적인 장소에서 개인적인 공간에 앉아 작은 인사이트를 마주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오늘도 저는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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