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rector JI Jun 17. 2024

#10 Deep understanding

20240617

결혼한 사람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이야기가 있다. 

'내가 알던 네가 아냐' 


연애 시절의 밝고 아름다운 나의 그녀를 한 집에 식구로 사는 입장이 되면 수년간 몰랐던 다양한 습관과 성격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아직 한참을 몰랐구나 하는 생각으로 새로움을 마주하기도 한다. 어디 결혼뿐일까? 일에서도, 친구와의 사이에서도 모든 사이의 관계에서는 시간에 비례하게 아주 다양한 이해를 요구받는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내가 바라보고 싶은 모습으로 타자를 바라보고 그게 보기 좋게 틀리는 경험을 하면서 관계의 그릇은 넓어진다. 어떤 관계에서는 과하게 힘을 가하다가 깨지고 더 이상 수리가 불가능한 단계까지 가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더 좋은 관계로 다져지기도 한다. 그만큼이나 누군가를 깊게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깊게 이해한다는 것은 표면의 다양한 현상들 중에서 본질적인 에너지를 관찰하는 힘이다. 사람으로 치면 그 사람의 기질 같은 것이겠고, 재료로 치면 물성 같은 것이다. 우리는 한 번에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힘이 없다. 처음 눈에 보이는 가장 표면적인 것에서 시작하여 보이지 않는 심연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은 선택들로 더 깊어진다. 우리가 오래된 고전과 오래 산 인생의 선배에게 답을 찾는 까닭은 시간을 보내면서 겪는 일들이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겪었던 일들이 나에게는 더 빠르고 쉽게 가는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깊은 이해를 하는 것은 새로운 생각을 세워 올리는 작업이 아닌, 가려진 본질을 찾아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무를 대하는 장인은 나무의 물성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방짜를 하는 장인은 구리와 주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각자의 스타일로 가장 돋보이게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과학자의 눈으로 시작하여 

예술가의 손으로 마무리 짓는 


https://youtu.be/iwXr1IRaqWA?si=70YHGm73lLx2mFLp



작가의 이전글 #9 스크린으로 만난 장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