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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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센스 ‘없는’ 사람이었다.
그게 별로 부끄럽지는 않았다.
나는 ‘센스 없다’를, 마이너스의 개념이 아니라
센스라는 것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타고난 운동신경,
타고난 절대음감,
타고난 공부머리
그리고 타고난 센스.
이처럼 ‘타고난’ 이란 수식어가 한 단어처럼 잘 어울리는 것들은 가진 사람들이 부러울 순 있지만, 없다고 부끄러운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써 센스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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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무언가 잘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 마다
원하는 만큼의 결과치를 내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잘하고 싶은 무언가가 시험 공부가 아니게 됐을 때 부터였던 것 같다.)
필요한 스킬을 배워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내지 못할 때, ‘나는 왜이렇게 능력이 없지’란 생각을 하곤 했다.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들자,
내가 못하는 것들이 하루에도 몇개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나는 왜 재미가 없지?
나는 왜 간단하게 표현하지 못하지?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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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갈 잘해낸 누군가를 본 후엔 늘 '왜 나는' 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이 떠올랐다.
그러다 어느날에,
...쟤는 어떻게?
로 질문이 바뀌었다.
덕분에 나를 반성하기보다, 상대를 관찰할 수 있었다. 내가 못해낸 무언가를 해낸 사람들은 항상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었다.
“되게 센스있다”
센스는 남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스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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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센스’는 없어도 되지만,
‘능력으로서의 센스’는 없으면 없을수록 부끄러운 것이었다. 가르쳐주는 선생님도, 교재도, 수료증 따위도 없는 센스는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센스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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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마치 게슈탈트 붕괴에 무너진 미궁 속을 헤매는 듯 했다.
겨우 하나 떠올릴 수 있었던 건,
센스있는 사람들은 센스라는 말을 한 마디로 정의해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그렇게 미즈노 마나부의 <센스의 재발견>이란 책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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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한 구석에 걸터앉아 휘릭 넘겨보았다.
“센스는 평범함이다”라는 타이틀이 보였다.
평범함이란 좋은 것을 아는 것
평범함이란 나쁜 것도 아는 것
양쪽을 모두 알아야 가장 한가운데를 알 수 있다.
이 세줄의 설득력에 나는 책을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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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한 게 싫었다.
중학생 시절, 공부하기 싫어 몸이 배배꼬인 나에게 엄마는 자주 이렇게 말씀하셨다.
“평범하게 사는게 제일 어려워. 나중에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거야.”
그 때부터 평범한 게 싫었던 것 같다.
‘남들 다 하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 ‘남들은 안 하는 것’들이 좋았고,그게 멋이라고 생각했던 중2병 시절에서 벗어나 성인이 된 후에도 최대한 평범에서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평범이 뭔지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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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난 뭔가를 골라야 할 때, A부터 Z까지 모든 선택지를 다 봐야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원피스 하나를 고르더라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이 검색해봐야 하고,
체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가게를 돌아봐야 했다.
하지만 어떤 원피스가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데 아무리 많이 본다고 한들 어떻게 좋은 원피스를 찾을 수 있을까.
이런 게 센스가 없다는 거구나.
25년이 넘는 세월을 살면서 아직도 평범에 대한 기준도 세우지 못한 내 모습이,
평범함 보다도,
솔직히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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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나와 같이 센스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센스를 가질 수 있는 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Step 1. 왕도’를 찾는다
왕도란 기본적인 것,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것, 스테디셀러. 무엇이 왕도인지, 또 왜 왕도인지 근거를 찾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분야에 관계된 폭넓은 지식을 얻어야 한다.
Step 2.지금 유행하는 것을 안다
왕도의 정반대가 유행. 왕도와 유행을 다 알면 지식의 폭이 넓어지며, 유행을 깨닫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잡지. 잡지는 인터넷 정보와 다르게 트렌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질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
Step 3. ’공통점’과 ‘일정규칙’이 없는지 생각한다
지식을 정제하는 과정. 그 동안에 축적된 지식 속에서 '좋은 것'들의 공통 규칙을 발견하고 이를 적용한다.
비기를 안 후 책의 뒷부분은 열심히 읽지 않았지만,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확실히 이해했다.
'센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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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를 공부하기 위한 노력으로
열심히 유튜브를 보고 있던 어느 날,
어떤 영상을 틀자마자 이런 말이 들렸다.
"클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센스 있다.
내가 하고픈 말,
"좋아요 눌러주세요, 구독해주세요" 가 아닌,
상대가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인삿말이었다.
그 유튜버 덕에 나는 센스에 대한 중요한 한 가지를 깨쳤다.
센스는, 배려다.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할지, 무엇을 기대할지, 무엇을 원할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그게 센스였다.
센스의 재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