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말을 이쁘게 못한다. 돌려서 얘기하는 것도 싫어한다. 가능한 팩트만, 가능한 빠른 방법으로 전달하는게 가장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실현 불가능한 소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런 사고방식 때문에, 예전 일했던 회사에서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 어느 날 회의가 끝난 후 회사 내 직원들이 내 발언들이 공격적으로 느껴진다고 전한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스타트업이니 위계질서가 없을 거란 착각+ 나의 사회생활 경험부족 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든 그 피드백을 받고 꽤나 충격을 받았었다. 말한 나는 전혀 공격할 의사가 없었는데, 듣는 이들은 대부분 공격당했다고 느꼈으니,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확실했다.
고민해보니 말에 문제가 있다는 건 크게 2가지 경우로 나뉘었다. 1) 내용 자체가 공격과 비하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 2) 혹은 내용과 상관없이 전달 방식이 잘못된 경우. 내가 회사 사람들에게 욕을 한 건 전혀 아니었으니, 내 문제는 전달 방식에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표정, 제스쳐, 존댓말, 반말, 말투... 그러다 문득, 노트북 뒤에 꽂혀있던 <언어의 온도> 라는 책이 눈에 확 띄었다. 온도! 온도가 문제였다.
표정을 건방지게 하지도, 존댓말을 안쓴 것도 아니라면 내 전달 방식에서의 문제는 온도였다. 직감적으로 나는 언어의 온도를 신경써서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온도'라는 이유를 찾자, 어떻게 해야 적정온도를 찾을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 언어의 온도라는 표현은 너무 문학적이어서 구체적 방법을 찾기엔 조금 곤란했다.
결국 나는 내 전공, 포르투갈어의 도움을 얻어 답을 찾았다.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포르투갈어 공부의 장점 중 하나가 단어의 어원을 쉽게 캐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어떻게 답을 찾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온도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부터 시작.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온도의 사전적 정의는,
#온도[ temperature , 溫度]
물체의 차고 뜨거운 정도를 수량으로 나타낸 것
이 중에서도 나는 temperature 에 집중했다. 그리고 Temper 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Temper
(걸핏하면 화를 내는) 성질[성미]
(특정한 때의) 기분
여기서 한 번 더 나아갔다. Temper는 어디서 왔을까? 비슷하게 생긴, 정말 일상적인 포르투갈어 단어가 하나 생각났다.
#Tempo [뗑뿌]
1.때 2.시절 3.시기
바로 '시간'이다. 영어로 템포라고 하면 속도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포어에서는 시간, 혹은 날씨를 뜻한다. 그러고보니 영어에서는 '-temp-'가 들어가면 시간과 관련된 의미인 경우가 많다.
#Temp
Ex) Contemporary / Temporary
이렇게 하고 나니 깨달았다. 온도는 '시간'과 아-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니 과학 시간에 다 배웠던 건데 빙빙 돌아왔다) 결국, 온도를 잘 맞추려면 시간을 잘 맞춰야 했다. 언어의 온도를 잘 맞추려면? 언어의 시간을 잘 맞춰야 하는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
고민하는 ‘시간’
감정의 ‘순간’
어쩌면 누군가의 말이 참 적정한 온도였다고 하는 것은, 그가 좋고 아름다운 내용만 말해서가 아니라 말에게 좋은 시간을 부여해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말 해야될 때와 아닐 때, 침묵의 길이, 위로의 말이 필요한 그 찰나, 미안함을 전달하는 타이밍,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의 기다림 등 언어의 '시간'을 고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적정한 언어의 온도를 맞추는 방법일 것이다.
이번 주, 너무 뜨겁거나 차가웠던 말들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시간을 마음 속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