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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l 12. 2023

벌써 보고 싶다

그제 새벽 3시. 눈이 번쩍 띄였어. 우연이었겠지만 그때 너에게서 문자가 날아 들었어.

그렇게 너는 나를 마지막으로 깨워주었구나.


황망하다, 황망해.

내가 이리 갈피를 잡기 어려운데, 재수씨는 어찌할까 싶다. 


나즈막히 굵은 듣기 좋은 목소리로 너와 이름이 같은 

내 친동생보다 더 자주 형님, 형님했던 너의 목소리를 녹음이라도 해둘껄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네가 어루만지면서 기특하다고 했던 그 아이가 스물 하나란다.

다 커서는 한번도 본적이 없네. 마음은 앞뒤집인데, 우리나라가 왜 이리 컸는지 모르겠어.


항상 너를 만나는 아이들이 반듯하게, 번듯하게 자라기를 바라면서 늦은 밤까지

온 힘을 다해 살았다는 것을 너의 열여덟, 열 둘 남매는 평생 가슴에 새기면서 살아낼거야


지금 새벽 3시. 그런 마음에 속이 쓰려 다시 눈이 번쩍 띄였어. 

어둠속에서 태양같은 너의 이름을 다시 한번 환하게 들여다 보면서 우두커니 앉으니 다시 눈이 부신다.


휑하니 차가운 교실 바닥에 혼자 쓰러져 버둥거렸을 아우가 너무 가엾다.

조금만 더 일찍 누군가가 너의 머리 위로 지나가 주지, 그렇게 해 주지, 제발 그렇게 해 주지


지난 주말 내내 뜨고 싶은 눈을 감고서

어찌 그 마지막 마음을 놓을 수 있었을 지, 그 모습을 지켜봤을 재수씨와 아이들이 어찌 그 마음의 끈을 놨을지


마흔 아홉. 너무 어린 나이 아니냐.

왜 미리 그렇게 아이들한테 했듯이 너에게도 아득바득 챙겨 먹고, 챙겨 보고, 챙겨 살아내지 않았냐.


너를 둘러싼 수많은 꽃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너를 아주 행복한 향기에 취해 아무런 걱정없이 처음 만난 그날처럼 덩실 덩실 어깨를 들썩이게 해주느냐.


이제 조금 있으면 우리가 만난 이번 생을

지독하게 뜨거운 열기속에서 아주 편안하게, 고스란히 사라지겠구나 


선생 평균 수명이 칠십이 되지 않는다지만 그 두배쯤은 거뜬히 살아낼거라며

카메라 앞에서 너스레를 떨며 담은 입술가에 머금었던 깊은 미소가 두고 두고 그리울꺼야.


너에 대한 그리움이 짙은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렇게 그렇게 벌처럼, 나비처럼, 구름처럼 날아다닐거라 믿는다.


네가 그렇게 애쓴 선생이어서, 바보같은 선생이어서, 약삭빠르지 못한 선생이어서 너무 고마웠다.

고생 많았다. 참 고생 많았다. 너무 애썼다. 이제 좀 푹 쉬자. 제발 잠 좀 네뎃 시간이라도 푹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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