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타닥이 - 식구들은 코코라고 부릅니다. 아침마다 알람 소리 다음으로 달려와 저의 침대를 박차고 올라옵니다. '타다다다' 하고 작은 방에서 거실을 지나쳐 안방으로 들어와 '닥'하는 소리와 함께 발 밑에 앉아 저를 올려다봅니다. '안 일어나요?' 합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두 번째 알람입니다. - 를 소개합니다. 2015년 2월 13일. 3개월이었을 때 데리고 왔으니까, 이제 여섯 살입니다. 중성화 수술을 한, 3.5킬로그램의 수컷 말티즈입니다.
아침마다 안방에서 나와 같이 거실로 나옵니다. 아니, 나를 인도하듯이 먼저 뛰어 나갑니다. 역시 타다다 거리면서. 뒤에서 일부러 따라 걷지 않는 척하면, 반사적으로 멈춥니다. 그리고는 휙 돌아봅니다. '왜 안 나와요?' 합니다. 뒤태가 아주 건강해 보입니다. 짧게 미용을 했을 때는 경주마가 뒤에서 보면 저럴까 싶습니다. 똥꼬 주위의 분홍빛 잔근육이, 뒷다리 근육이 미니어처 말근육 같습니다. 피부 색깔만 불그스레할 뿐입니다.
거실 가운데에 있는 밥통 앞으로 달려갑니다. 아침밥을 달라는 겁니다. 일부러 같이 안 가고, 반대쪽 싱크대로 가면, 타다다 다시 내쪽으로 따라옵니다. 정수기에서 물을 한잔 내려받고 있을 때, 올려다보면서 묻습니다. '물 한잔 드실라고?'. 천천히 물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건넵니다. "아빠, 물 한잔 먹고. 기다려 줘"라고. 그러면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뒷다리를 엉덩이가 밀리지 않게 딱 받치고 앉아 있습니다.
물 컵만 내려놔도 타닥이는 타다다하고 다시 달려갑니다. 밥통으로. 밥통 앞에서 아까와 같은 자세로 앉아서 기다립니다. 그 모습이 늠름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아침밥을 소복하게 줍니다. 타닥이는 무엇인가를 먹을 때 버릇처럼 이럽니다. 한 두 개를 입에 넣고, 일단은 킁킁이 담요 - 간식을 잘라서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주머니에 숨겨서 냄새로 찾아내어 먹게 하는 훈련(노즈 워킹이라고 하더군요)용 깔개 - 로 옮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먹습니다. 먹으면서 밥을 준 사람을 꼭 쳐다봅니다. 사료와 밥을 준 사람을 번갈아 보는 식으로 말이죠. ' 나, 잘 먹죠' 합니다.
화장실에 들어가 씻고 나오면 타닥이는 중문 쪽 자기 방석에 앉아 있습니다. 또아리를 틀고, 머리를 가슴팍에 깊숙이 넣은 채.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식구들이 들고 날 때를 구분합니다. 즉, 출근할 때와 외출할 때를 구분하는 겁니다. 출근을 할 때는 틀어앉은 또아리를 풀지도 않고, 눈으로만 인사합니다. '잘 다녀오셔. 오늘도 수고하셔'하고. 퇴근해서 들어가면, '오 오 오... 왔어요? 정말? 온 거예요?' 하면서 온 몸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합니다. 아내한테 한번 갔다, 두 다리로 껑충거리고, 뽀뽀를 해댑니다. 그리고는 이내 나한테 달려와 똑같이 동작합니다. 어느 한쪽 삐치지 않게 횟수도 꼭 같이 맞춥니다.
하지만, 퇴근 후 산책을 하러 나가거나, 볼일을 보러 나갈 때는 안절부절입니다. 데리고 나가라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나가는 사람 주위를, 아니 앞을 가로막습니다. 그러다 조금 반응을 해주면 '그렇지? 지금 놀러 나가는 거지요?. 가요, 나가요'라고 하면서 앞다리를 올려 나가는 식구 다리에 기대어 총총거립니다.
타닥이를 데리고 산책을 가려면 배변 봉투를 챙겨야 합니다. 그 비닐봉지 소리에 아주 격하게 반응합니다. 살짝 비닐봉지를 뜯기만 해도, 그때부터는 두 다리를 기대는 것 다음 단계를 가동합니다. '으으응, 으으으, 응으으응....'하면서 앓는 소리를 냅니다. 그러면, "그래 나가자! 산책 가자" 하고, 중문으로 나가기 전 타닥이 탈출용 방지 문을 열면, 먼저 나가 기다립니다. '빨리, 빨리요' 하면서.
똥을 쌀 때는 패드 위를 뱅글뱅글 돕니다. 어떨 때는 보는 사람이 어지럽습니다. 그런데, 똥은 참다 참다 꼭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싸는 것 같습니다. 열 번 싸면 여서 일곱 번은 그렇습니다. 식구들이 밥 먹는 쪽을 쳐다보면서, 북극에 사는 아기곰 흉내를 냅니다. 뒷다리를 반쯤 구부려 엉덩이를 최대한 내린 후 무표정한 표정을 우리를 쳐다봅니다. '으. 힘드네, 힘들어' 합니다. 고구마를 먹은 뒤에는 '쑤욱, 시원하다, 시원해' 합니다.
싱크대 앞에 항상 자기 물그릇이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컵에 물을 먹으려고 부어 놓으면, 슬쩍 다가갑니다. 그리고 얼른 컵 속에 주둥이를 넣고 '척척 척척, 척척 척척'하면서 물을 들이켭니다. "하지 마, 그거 내 물이야"하고 딸아이가 소리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척척 척척'하다 한번 힐끔 돌아보고는 다시 '척척 척척' 합니다.
휴일 아침에 늦잠을 자면, 자는 사람들 주변으로 몇 번을 왔다 갔다 뛰어다닙니다. 자는 척하고 있으면 '킁, 킁, 킁' 거립니다. 짖지 않고 헛기침을 합니다. 나름의 배려입니다. 다들 자고 있으니까. 절대 짖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킁 킁 킁' 소리가 짖는 것보다 더 크게 들립니다. '아침밥도 안 주고, 지금 몇 시인데? 아직들 자냐?' 하는 겁니다. 모른 척하고 슬쩍 일어나, "왜? 응? 밥 달라고?" 하면. 엉덩이 춤을 추듯이 앞뒷다리가 바닥에서 따로따로 떨어지듯 호들갑입니다. 먼저 밥통으로 달려 나가 앉아 기다립니다. '응, 얼른 줘, 얼른. 배고파요'라고 하면서.
이상으로 우리 집에서 가장 말이 많은 타닥이에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