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범람하고 있는 수많은 콘텐츠들 중에서 어느새 등장한 먹방은 이제 중요한 문화 현상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 개인방송의 장르를 지칭하는 단어를 뛰어넘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행위 그 자체를 일컫는 단어로도 넓게 사용되고 있다. 예능과 드라마 그리고 영화에서까지도 등장인물들의 먹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때로는 그 자체를 콘텐츠화하거나 혹은 그것을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과거의 텔레비전의 맛집 탐방 프로그램이 단순히 맛집 그 자체를 소개하고 몇몇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면 이제는 맛집 그 자체의 소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것을 맛있게 먹는 진행자와 게스트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리 프로그램 역시, 예전에는 요리의 과정, 즉 음식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것에 비해, 이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요리를 시식하는 모습들이 방송되는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제 먹방은 초창기 몇몇 BJ들이 인터넷 방송에서 보여준 단순히 라면 한 그릇, 자장면 한 그릇을 먹는 수준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카메라 앞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혼자서 수많은 양의 음식들을 한꺼번에 먹어 치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론 맛있어 보이고 때로는 조금 엽기적으로 까지 보이기도 하는 이러한 먹방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현대사회에서 혼자 생활하는 일인가구가 계속해서 늘어남과 동시에 이런저런 사정과 이유들로 혼자서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사람들, 이른바 혼술, 혼밥족들 역시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먹방을 동시에 시청하면서 홀로 식사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면 너머의 사람과 서로 마주 보며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느낌을 받으며 조금이나마 적적함을 털어낸다. 특히 인터넷 생방송의 경우에는 채팅을 통하여 마치 상대방과 대화하듯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러한 먹방의 문화현상 역시 현대인의 외로움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새로운 모습들 중 하나가 아닐까. 또한 먹방의 시청 이유를 자신이 먹지 못하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대리만족에서 찾을 수 도 있겠다. 언뜻 생각해 보면 타인이 먹는 모습을 보면 더욱 식욕이 증가하여 음식에 대한 욕구만 더 커질 것 같지만 아주 드문 경우, 다이어트 기간 중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를 먹방을 시청하며 느끼는 대리만족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무수히 많은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가 새롭게 등장했다 곧장 사라지곤 한다. 인터넷 방송의 먹방과 여타 다른 콘텐츠들과 합쳐지고 포장되어 새로운 예능의 형태로 진화한 모습을 띠고 있는 먹방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그 인기가 곧 시들해질 것이라는 의견들도 전부터 존재한다. 새로운 먹방 프로그램의 등장 소식에 대중들은 “또?”라는 반응으로 식상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제일 기본적인 본능 중 하나인 식욕과 타인의 모습을 훔쳐보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거기에 홀로 있는 외로움에서 벗어나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하지만 언제든 쉽게 끊을 수 있는 관계의 가벼움과 그 편리함까지, 마치 매콤하고 달짝지근한 비빔밥처럼 현대인의 다양한 욕구와 요구가 한데 버무려진 야무진 먹방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